기숙사의 제 방, 침대에 엎드린 채 통신석을 손바닥에 굴린다.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용병단에서 일을 하다 보면 비상연락망 용으로 하나씩 쯤은 구비하고 있기 마련인 것이었다. 후만이 죽고, 용병단에서 나와 실베니아로 향하면서 이제 이걸 사용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었지만……, 크루엘라에서 조우한 대형변이종과의 전투, 마을에 내려갔을 때 들은 부산스러운 군의 움직임과 이해할 수 없는 대피령. 무슨 이변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통신석을 움직여 작동을 시켜보았다.
상대는 그녀가 몸을 담고 있던 용병단의 부 리더. 언제나 주먹구구식으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움직이던 리더와 달리 머리가 잘 돌아가고 정보 수집을 좋아하던 사람이니 이번 일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겠지. 지금 이 시기라면 커다란 의뢰를 받고 있지 않는 한 아킬라프와 테힐라의 경계에서 사막지대로 들어가는 초입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평소 광폭화한 변이종을 상대하는 게 주 일인 그들인 만큼 이곳에서 있었던 대형 변이종의 출연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막지대에서는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없었는지에 대해 물어보자.
▶연락은 다행스럽게도 통하고 있었다. 최근 변이종이 자주 나오는 황폐화 인접지역에서 국군의 움직임이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흐음, 국군의 움직임? 국군이 그 근방 토벌이라도 해주겠대? 어려운 일은 매번 우리 쪽에 떠넘겼던 것 같은데. 무슨 볼일이래? 질문을 던지고 이어서 국군이 용병들에게 시비 걸거나 하진 않는지 걱정도 덧붙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일부는 지크라크에서 넘어온 것 처럼 타 지역에서 넘어온 용병도 꽤나 있는 듯 싶었다. 시비 등의 어조는 존재하지 않으나 반대로 그들과 섞이려 하지도 않는 것으로 보였다.
멀리서도 왔네. 굳이 그 동네가 아니라 이 변방까지 올 정도면 돈 냄새라도 맡은 건가. 혹시 조만간, 거기 큰 싸움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단순히 변이종 토벌만으로 모일 것 같진 않은데, 부 리더의 판단을 물어본다.
▶싸움은 둘째 치고, 국가 측에서 난민을 대피하는 규모나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긴 하다. 아마 그로 미루어 보았을 때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 하고.
난민 대피네. 사막 너머에서부터 뭐가 찾아오고 있기라도 하대? 그저 땅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 이외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걸까.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그들도 국군과 친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으니 확답을 주기 어려운 듯 싶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하하, 그야 국군이 우리에게 순순히 입을 열어줄 리도 없나. 알았어, 대답해줘서 고마워. 죽지 마, 아저씨들. ……나중에, 시간 되면 얼굴 보러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