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캠프의 사람들과 겨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날이에요. 사실 저는 더블배틀보다 싱글배틀을 선호했는데요. 더블배틀은 너무 금방 끝나버리는 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같은 이유로 싱글도 1대1보다는 다대다의 대결을 좋아하고요.
그런데 마지막 배틀에서 더블배틀을 하자고 덥석 물어버린 건 분명 조금 더 많은 사람과, 같은 아쉬움이 있던 탓이겠죠.
동시에 이번엔 아주아주 옛날에, 벌써 3개월 전에 처음 배틀을 했던 얀이랑─그 땐 와이 씨라고 불렀는데─3대3의 정면승부를 하게 된 것도 무척 두근두근한 일이었어요.
“테리, 얀이 네가 보고 싶대. 나왔으면 좋겠대.”
그쪽에서 직접 지명도 받았고요. 테리는 제 말에 발끝을 까딱까딱, 동그란 술을 흔들흔들, ‘뭐, 좋아요.’ 하고 선심 쓰듯 끄덕여주었어요. 아이참, 내가 또 너에게 빚을 진다니까.
“그리고 오늘은 말야.”
3대3이니까. 하고 저는 테리에게 소곤소곤, 속닥속닥, 저의 작전을 말했어요. 테리는 그 말에 꽃잎을 살짝 까딱여 들고 저를 물끄럼 봐주었는데요. 오랜만에 테리의 장난스런 표정을 본 것 같았어요.
‘디모넵의 생각을 따라줄게요.’
그래서 저는 손뼉을 치고 제 소중한 포켓몬들을 불렀어요.
“오늘은 있지. 정말 이기고 싶은 거라면 좀 더 고민하고 엔트리를 짰을 것 같지만.”
얀의 포켓몬들이라면 아주 익숙하니까요. 얀이 어떤 배틀을 주로 하는지도 봐 왔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제가 생각한 나름의 작전을 짠다든지, 유리한 상성을 고민해본다든지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그런 것보다도요. 이기기 위한 것보다 좀 더 제가 좋아하는 걸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앗 얘들아. 그렇다고 내가 결코 너희를 덜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거 알지??”
제 말에 누구는 ‘알지알지~’하고 봐주는가 하면 누구는 ‘흥.’ 하기도 했는데요. 다들 모르는 건 아니라고 느껴져서 좀 안심했어요. 그야, 내가 너희를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건 누구보다 너희가 제일 잘 알아줄 테니까.
그 정도 확신은 나도 있는걸.
“그러면 테리, 테이, 텟샤. 부탁할게.”
텟샤는 얀이랑은 마주친 적이 별로 없는 편이지? 저는 텟샤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뺨을 부비부비하고 같이 코끝을 문질렀어요.
“얀은 앞으로 캠프가 끝나고도 같이 여행을 가줄 사람이야. 앞으로 아마 오래오래 보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멋지게 인사하고 오자.”
저 앞에는 화강돌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아니, 타나토스가 기다리고 있겠죠. 엄마의 화강돌과 저 아이는 분명 다른 아이예요. 그리고 함부로 절 해치지도 않을 거고요.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타나토스의 옆에는 얀이 있고, 제 옆에는 제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저는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