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반복한 이야기다. 아이는 기민한 편이었다. 자만할 만큼 모든 것을 알지도 않고, 본 만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 공간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만큼은 또래에 비해 뛰어났다.
여자가 인연은 맺는 방식이 보통과 다른 것 또한 일찍이 눈치를 챘었다. 관계를 맺는 방식도 기묘하고 그 인연의 무게도 기이하다. 어떨 땐 더없이 사랑스러운 듯 붉은 실로 끝과 끝을 연결해 감언을 속삭이다가도 어떨 땐 북쪽 끝의 빙설처럼 서릿발의 목소리를 냈다. 애정의 무게를 어떻게 저울로 측정할까. 헌데도 비단에 감싸 붉은 리본으로 포장한 애정을 저울 위에 들었다 내렸다 하였다.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한다면 어째서,
전부를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아이가 본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여자의 애정도, 애정으로 포장한 그 너머의 무수히 많은 것들도. 여자에게는 그만의 사정이, 또 생각이 있을 터였다.
아이는 알 수 없었지만.
──알 수 없었기에, 화가 났다.
딱 보이는 만큼만 보고 편협하게 군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억울하다면 오히려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했다. 여자의 옆에는 이 캠프 동안 갓 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한시도 제 트레이너를 떠나본 적 없는 어린 포켓몬이 있었다. 여자가 세상의 전부이고 중심인 아이였다. 여자에게 귀속되어 있지 않다고? 그 결정은 누가 하는 것인가. 여자가? 포켓몬이. 어느 쪽이라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겼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그야 아이도 몇 번이나 고민했던 것이다. 제 욕심 때문에 너를 붙잡아, 제 역량이 부족해 너를 더 활약시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속상해, 그런데도 좋아해서.
그러니까 우리 함께 성장해 나가자고, 앞으로도 함께 하자고. 기꺼이 약속하였는데.
당신은 저와 무엇이 다른 걸까. 무엇이 다르기에 저는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요할 수 없는 말을 감정 없이 내는 것일까.
“……오필리아 씨가, 그간 판도라와 쌓아온 것들을 겨우 이 정도 무게로 취급할 줄은 몰랐어요.”
손에서 풍선을 놓듯 아주 간단히 놓아버리는 것, 당연하고 필연적인 것, 슬퍼할 이유조차 되지 않는 것.
당신에게는 그러면서 제겐 그렇지 않은 것. 그래서 화가 나고 말았다. 그러나 제 화는 당신에게 어떤 온도도 되지 않겠지. 그러니 아이는 화내기보다 저 어린 포켓몬의 마음을 걱정한다.
“정말로, ……정말로 진심으로, 오필리아 씨가 생각하실 때 판도라가 거기 있는 것보다 저와 있는 게 행복할 것 같다면. ……좋아요. 제가 더 아껴줄게요. 더 잘해주기로 약속할게요.”
그렇지만요─.
“판도라가 그걸 바라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함께 하고 싶은 건 누군지, 누구 옆일 때 행복할지. ……판도라 스스로 선택한다면 그 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