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한 얼굴의 테레지아 앞에서 저는 사정사정을 하고 있었어요. 꽃밭을 보여준다고 데려온 지가 벌써 오늘로 꼭 3주. 하지만 제 여행은 갈수록 춥고 척박하고 황량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죠. 테레지아의 섬세한 잎사귀와 늘어트린 꽃에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일 거예요. 더군다나 이제는 어두컴컴한 동굴, 천장에서는 습한 바다 공기를 머금은 물이 톡, 톡 떨어지고 딱딱하게 바위로 이루어진 바닥은 바다이끼와 까끌까끌한 소금기가 묻어났어요. 꽃에게 염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는 제가 굳이 말할 것도 없겠죠.
언제쯤 내게 넓은 꽃밭을 줄 거야? 물어오는 테레지아에게 저는 두 손을 딱 붙이고 이제 일주일 남았어!를 외쳤어요.
일주일 뒤면 캠프의 여정은 끝이고, 어디든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어. 네가 바라는 꽃밭으로도.
그렇게 말하는 제 표정이 퍽 쓸쓸해 보였나 봐요. 토라진 빛을 보이던 테레지아가 그새 안색을 바꾸고 부드럽게 제 머리를 쓰다듬어 왔어요.
미안해, 투정부려서. 우리는 앞으로도 언제든 함께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며 퍽 어른스러운 빛을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를 품에 쏙 넣고 말았어요. 아직 이렇게 작은데 말이죠. 좀 더 투정부려도 좋은데.
“내가 미안한걸. 약속을 지켜주지 못해서. 그래도 너와 꽃밭을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은 틀림없어. 꼭 꽃향기마을의 꽃밭이 아니어도 말이지. 우리 앞으로 많은 곳을 함께 돌아다닐 테니까.”
그 때까지만 조금 더 기다려줄래? 얼마든지 투정부리고 토라져도 되니까. 그러면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
실은 말이지. 지금 나 많이 서운해서, 이 남은 일주일은 앞으로 곧 헤어질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해해줘.
제 말에 알겠다는 듯 새침하게 눈을 뜬 테레지아는 오늘 탐색은 나가지 않겠다고 해요. 대신에 텐트 안에 아로마 테라피를 잔뜩 풀어둘 테니 돌아오면 쉬래요. 그러면서 제 이마에 다정히 키스해준 아이는 저도 몰랐던 이야기를 속삭여주었어요.
‘네가 악몽을 꾸지 않도록. 뒤척이고 잠 못 들지 않도록, 그 자리를 지킬게.’
……그랬던가요? 잘 기억나지 않는데. 갸우뚱거리는 제 등을 톡톡 밀며 테레지아는 저를 배웅해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