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다정한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죠.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꼭 옆에 찾아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고 걱정해주고요. 캠프에는 좋은 사람들 투성이어서 혼자 땅을 파며 우울해지기도 힘들더라고요.
그런 와중에도 이번에는 조금 버거웠던 것 같아요. 뭐니 뭐니 해도 3연패인걸요. 그것도 조금 아깝게. 아마 압도적으로 졌으면 압도적으로 진대로 울적했겠지만 아슬아슬하게, 조금 아깝게 지고 나면 이번에는 내가 조금만 더 잘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게 돼요.
이를 테면 너희의 트레이너가 내가 아니었더라면. 캠프의 다른 사람이었으면 너희를 더 잘 활약시켜주었을 텐데. 라고 말이죠.
그걸로 한참 우울해 했어요. 제 역량 부족을 실감하며 그만 챌린지를 포기하려고 했죠. 저의 챌린지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고 힘없이 포기 선언을 했어요. 언젠가 나중에 제가 좀 더 성장하고 나면 다시금 도전자로서 설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 땐 좀 더 다른 목적을, 제대로 된 목표를 갖고 말이죠.
그래놓고 이렇게 예약판에 다시 이름을 적다니 세상만사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이번엔 정말 가망이 없긴 한데~ 후후.”
자신이 없는 거랑 가망이 없는 거랑은 좀 다른데요. 자신이 없는 건, “내가 좀 잘하면, 어떻게, 어쩌면~!” 이란 느낌이고 가망이 없는 건 “이건 아르세우스 님이 오셔도 못 도와준다.” 같은 느낌이에요. 나름대로 트레이너 캠프 3개월 차, 조금은 전황을 읽는 눈이 생겨서 더 슬프게 깨닫는 현실이죠.
“너희는 너희대로 정말 매력 있는 아이들인데.”
테나도르를 품에 안은 채 저는 종이에 여러 가지를 적었다 지웠다가 종이를 구겼다가 새 종이를 펼쳤다가 하고 이런저란 방향으로 고민을 했는데요. 이게 참 난감한 거예요.
“따라큐 무서워, 흑.”
대체로 결론은 이랬죠. 그래도 차라리 질 각오를 하고 서는 건 덜 무거웠던 것 같아요. 늘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서 발버둥 치다가 기대를 배신당했는데 이번엔 적어도 지는 걸 갖고 제가 부족했다거나 내 탓이라거나 그런 생각을 하며 비관하진 않을 것 같았거든요.
“어제는 리브가 아주 멋진 증명을 해주었는데. 그럼 오늘은 너희와 내가 어떤 증명을 해보일까. 무슨 각오로 빈 씨 앞에 서서 뭘 보여주면 좋을까.”
그 사람은 딱히 우리의 유대 같은 것에 관심도 없을 것 같고. 체육관 관장으로서 무얼 평가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는데 말야. 아, 그냥 단순한 강함인가?
“아무튼 관장님이 뭘 보고 싶은지 말고 우리가 뭘 얻어가고 싶은지 고민해보자.”
그게 우리의 도전 전까지의 숙제야. 저는 전략 노트를 백지로 한 채 곰곰이 고민에 잠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