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날짜를 4번이나 고쳤어요. 원래는 26일에 쓰려고 했는데, 하루, 이틀, 삼일……. ……게으름 부리는 건 눈 깜짝할 새네요.
「그래도 연락은 꼬박꼬박 해주었구나.」
“에이, 그야 당연하죠. 아빠한테 연락을 빼먹을 리가.”
제가 비록 일기에 적진 못했지만 아빠랑 매일매일 통화하긴 했으니까요. 이브 씨가 사천왕의 한 사람으로 등장해서 얼굴을 자세히 봤을 때는 정말 놀라서요. 아빠에게 진지하게 몰랑 씨랑 이브 씨 사진을 보내면서 ‘혹시 출생의 비밀이?’ 같은 소리를 했는데요. 저는 농담으로 한 말인데 아빠는 진지하게 「달리아 씨는 시설 출신이니까. 알 수 없는 일인걸. 정 궁금하면 알아봐줄까?」 하고 돌아오는 거예요.
저 생긴 건 달리아 씨를 꼭 따라가거든요. 눈색은 달리아 씨가 조금 더 탁하고 어두운 느낌이지만 아빠 닮은 구석은 인상 정도인 것 같아요. 달리아 씨 눈은 끝이 뾰족해서. 정말 자세히 알아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관뒀어요. 괜히 진실을 알기보다 언니가 생긴 기분을 느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캠프도 오늘로 끝이라고? 처음엔 2달이라고 해놓고 석달이나, 그것도 중간에 무서운 사건도 있었는데…… 그래,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구나.」
“응, 그러게요. 3개월 만에 정말 한 지방을 다 돌아볼 줄은 몰랐는데 얻는 게 굉장히 많았어요. 으응, 그래서 말인데요…….”
「그래서 말인데……?」
얀이랑 같이 고대도시를 찾으러 가기로 했을 때는, 일단 꽃향기마을에 먼저 들러서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으니까 전화로는 따로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언제 집에 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서요. 미리 말을 해둬야만 했어요.
그래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의자 다리를 발끝으로 툭툭 차며 머뭇거린 것 같아요. 아빠가 허락해주지 않을까봐, 같은 걱정은 아니었어요. 아빠는 분명 허락해주고 이해해주고 축하해주겠지만, 그 앞선 말들의 뒤에 가려진 것들이…… 결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한쪽을 남겨버려야만 하는 것이, 그 무게가 말이죠.
「캠프가 끝나고도 할 게 있는 모양이구나. 돌아오지 않으려고?」
제가 말을 꺼내지 못하자 아빠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어요. 예상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역시 아버지란 거겠죠. 가끔은 저보다도 저를 더 잘 아는 것 같고. 여전히 미적거리는 태도로 응……. 하고 작게 답하자 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나도 딱 디모넵의 나이 즈음 집을 나왔었지. 열둘이었나, 열셋이었나. 챔피언이 되겠다고 말야. 그러다 형편없이 깨지고 돌아와서, 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하고 열여섯엔 잠시 비행에 빠지기도 했었단다.」
그 때 네 할머니가 말이다.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이야기였어요. 가게 창고에 있는 아무리 봐도 배달용은 아닌 폭주족 풍의 오토바이는 그 때 샀던 거라나 봐요. 아빠에게 그런 과거도 있었구나.
신기하고 또 재미있고,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제 나이 때의 아빠라니, 그야 상상도 한 적 없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아빠의 연애담도 들어본 적 없네요. 어떻게 결혼했는지, 늘 물어보기 주저하기만 했었거든요. 슬쩍 그 이야기도 꺼내자,
「다음에 오면 들려줄게. 그래서, 캠프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지내려고?」
같은 답이 돌아왔어요. ……아빠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화제를 끌고 가버리면 더는 아빠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다고 우물쭈물할 수만도 없게 되어버리잖아요. 말려들어버린 걸 깨닫고 저는 그만 포기한 채 앞으로의 계획을 재잘재잘 떠들었어요.
“그래서요. 일단 인수인계나 집 정리 같은 게 끝나면 리브랑 같이 보러 갈 거니까요.”
아빠는 잠자코 응, 그래, 그렇구나, 이쪽에서 보내줘야 할 건 없니? 같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요. 그렇게 한참을 듣다가 마지막에 와서야 제게 한 가지 물어봤어요.
「기쁘니?」
저는 분명 아빠를 닮은 걸 거예요. 아니면 아빠에게 배웠거나. 다른 것도 아닌 그 질문이 나온 것에 저는 금세 기분이 고조되고 말았어요. 그야, 아주 당연한 질문을 받았는걸요.
“응. 아주아주요.”
그래서 저는 웃으며 답할 수 있었어요.
자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아빠를 신경 쓰고 걱정하느라 마음이 무거운 것보다 제가 기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아빠에게는 더 좋은 일이라고요. 저는 그 말을 꼭꼭 가슴에 새겨두었어요. 그리고 아빠에게 택배로 부쳐주었으면 하는 목록을 줄줄이 불러주었어요.
어느덧 캠프도 오늘로 끝이 나고 마네요. 모두랑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일까요. 아직도 헤어진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로는요. 어쩌면 저에겐 이런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 익숙해서요. 달리아 씨가 절 익숙하게 만들어버렸거든요. 그래서 모두가 서운해 하는 것만큼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야 여기서 헤어지더라도 우린 또 만나고 말 테니까요. 그 당연한 확신으로, 저는 아주 충분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