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입구가 열리자 체육관의 조명이 반짝, 켜지고 스포트라이트가 단숨에 입구로 집중되었어요. 마음의 준비가 부족한 친구는 이미 여기서부터 움찔거리고 위축된다고 해요. 그야, 인생에서 이만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 좋아해요. 우리 체육관의 이 조명 장치를. 오늘도 열심히 일 해주는 조명 스태프에게 찡긋, 윙크를 해주며 메가폰의 스위치를 올렸어요. 그리고 아직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한지 불안하게 눈을 굴리는 친구의 소개를 대신 해주었어요.
「오늘의 챌린저는~? 자귀마을에서 올라온 반바지 소년, 토마 군! 와아, 박수 박수.」
“너어~! 거기 꼼짝 말고 기다려. 꼭 갈 테니까!”
글쎄 제가 뭘 했다고 저렇게 승부욕을 불태우는 걸까요?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는 당장 이 조명 사이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면서도 친구는 애써 볼을 꼭 쥔 채 무대 안으로 입장해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더 열렬한 환호를 해주었죠.
「자귀마을 출신답게 악으로 똘똘 뭉친 것 같네요. 그런데 잠자리채는 어디 갔나요, 소년? 여기 온다고 열심히 인근 숲을 뒤지고 다니던 것 같던데. 곤충 채집도 좋지만~ 다음부턴 숲을 좀 더 소중히 해주기예요? 나무가 아파한다고요.」
우리 호프 트레이너 친구들이 응, 응. 맞아. 하고 동조해주는 건 참 뿌듯한 기분이에요. 반바지 소년은 그 말에 다시 얼굴이 붉어져서 자기 모자를 더 꾹 눌러 쓰더라고요. 그리고는 “여긴 풀 타입 체육관이면서 왜 아이돌 스테이지처럼 꾸며둔 거야.” 하고 투덜거리던데, 아주 좋은 지적이었어요.
우리 체육관으로 말하자면 호프 트레이너 분들의 개별 스테이지가 하나씩 존재하는 형식인데요. 이건 제 체육관의 모토, 『모두가 주인공!』을 위해서예요. 호프 트레이너가 단순히 관장으로 향하는 관문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서죠. 우리 친구들 한 명, 한 명 모두 강하니까요.
또 다른 이유를 말하자면 보통 체육관은 그 타입에 맞춰서 꾸미는 편인데, 풀 타입 체육관이라고 해서 체육관 안을 화원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물론 저는 꽃을 아주 좋아하지만, 배틀 하는 곳에 꽃이나 풀을 키웠다가는 기껏 키운 아이들이 다 망가질 거라고요.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할 수는 없죠.
그래서 화원은 체육관 바깥에 따로 키우고 있어요. 후후.
「무사히 저까지 이기고 나면 오늘의 승리의 주인공에게 꽃다발을 선물해줄게요. 힘내라, 챌린저~!!」
우리의 반바지 소년, 기껏 집중하는 것 같더니 제 말에 다시 삐끗하네요. 아직 마음의 단련이 부족해요. 챔피언을 꿈꾼다면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답니다.
처음 체육관 제의를 받았을 적엔 고민이 많았어요. 관장 자리를 책임진다는 건 그 타입의 간판, 혹은 대표가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제가 과연 풀 타입의 대표가 되어도 괜찮은 걸까, 과연 부끄럽지 않은 책임자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꽤 오래 망설이고 주저하기도 했는데요. 그 때 주변 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받았어요.
이를 테면 생각의 방향을 말이죠. 체육관이 무얼 위해 존재하는지, 저는 관장으로서 무얼 시험하고 증명해볼 수 있는지 하고 고민하는 것으로요.
그러한 끝에 지금의 디모 체육관이 열린 거예요.
여기서 저는 풀 타입 친구들이 얼마나 강하고 어떻게 활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도전자가 어디까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포켓몬 대 포켓몬의 승부는 물론 도전자 자신도 평가하는 거죠.
그래요. 꽃 한 송이 없는 체육관에서 제가 키우고 가꾸며 피워내고 싶은 꽃은 바로 당신, 챌린저인 거예요.
「Wow~! 정말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네요, 챌린저. 당신의 실력을 잘 지켜보았어요. 그럼 이번에는 디모넵이 당신에게 승부를 걸겠습니다. 자아, 부디 보여주세요. 반짝이는 당신의 가능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