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에 쑥스러운 표정을 하며 웃는다. 되짚어보면 그 땐 굉장히 부끄러운 말을, 내비친 적 없던 속내를, 잘도 뱉어냈지. 이야기를 들어준 상대가 당신이어서 다행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겸연쩍은 듯 목덜미를 긁적이려다 손이 붙잡혔다.
이어서 손등을 덮은 검은 옷자락 위로 느릿하게 당신의 입술이 닿는 걸 보고 화끈, 순식간에 간지러움 대신 열기가 목뒤부터 타고 올랐다. 어, 어디까지 부끄럽게 할 수 있는지 본다더니─! 그러나 손을 빼내기엔, 고개를 들고 마주해오는 당신의 눈동자가 너무나 평온한 빛을 띠고 있어 그저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가만히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상냥한 루. 루라면 할 수 있어. 찾아야 할 것들 어느 것도 하나 빼놓지 않고 전부, 전부 그 손에 담을 수 있을 거야.”
커다랗고 안심이 되는 손. 제가 익히 알던 검을 쥐는 굳은살투성이의 손과는 다르지만 당신 역시 노력해온, 강한 손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손은 당신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저의 잃어버린 것까지 찾아주겠노라, 그렇게 말해왔다.
“나는, 덤벙거려서 말이지. 아무리 품에 넣어두려고 해도 떨어트리고 잃어버리고,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던 것을 잘 지키기 못하기도 해. 지키는 건 아무래도 서툰지…, 아니면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게, 두려웠던 건지.”
머쓱한 표정으로 자그맣게 중얼거리다, 고개를 털고는 맞잡은 손을 다시금 꼭 쥔다. 아냐, 모르는 척했지만 실은 알고 있었어. 무서웠어. 소중한 걸 갖는 게, 그리고 잃는 게.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만들지 않겠다고 일부러 밀어내곤 했어.
하지만 여기 와서, 당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받았다. 지킬 수 있다면, 지켜보고 싶어졌다. ──아직 전부 용기가 난 것은 아니다. 그랬더라면 이미, 속이고 있는 친구들 앞에서 진실을 털어놓았겠지. 같은 사일란이라고 먼저 고백해준 사람들 앞에서야 간신히, 그조차도 의심하다가 겨우 제 상처를 드러내보였다. 아직은, 여전히 겁이 많은 자신이지만. 이런 제 곁에 당신은 있어줄 거라고 했으니까.
당신의 말에 참 많은 힘을 받았다. 꼭 어깨를 두드려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을 내밀고는 또렷한 눈을 한다.
“또 잃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아. 나도 지켜낼 거야. 힘이 닿는 한은. 그러니까, 루도 그리울 거란 말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립지 않을 만큼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로 해…!”
아카데미가 문을 닫았다고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건 쓸쓸하잖아. 하고 짐짓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다 금세 파핫 웃는다. 벌써부터 다음에 만날 날이 기다려질 것만 같아. 루의 어머니, 정말 나를 마음에 들어 해주실까? 그렇다면 그건 굉장히, ……아주 굉장히 기쁜 일일 텐데.
“나도 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면 좋아. 으음, 그렇지. 이따 날이 밝으면 대피가 시작된다고 했지. 그, 그러면……”
그 때까지 손잡고 있을까? 가진 용기를 잔뜩 그러모아 화끈거리는 얼굴을 하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당분간은 익숙해지는 연습, 못할 테니까. 그 전까지 기억에 새겨두기야. 소중한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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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드렸더니 돌아왔어. 오너님 전 정말 로그 쓰는 게 취미일 뿐이었는데 이렇게 돌려주시면 다음엔 2개를 드려야지.(오너님 :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