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딘테그로 : 혁명의 도화선

14. 영웅들에게 축복과 안식을

천가유 2021. 10. 24. 21:29

 

: 추모로그

더보기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 인베스에게.

오늘 당신의 자녀가 긴 안식을 위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한 영웅들에게 축복이 따르길.

그들이 어머니의 은총 아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리옵나이다.

 

잘 들어라. 내가 먼저 가도 절대 기 죽으면 안 된다.”

정말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던 건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 물어볼 때 적절한 말 하나 고르지 못하더군요. 앞으로는 단원들에게 미리 유언장이라도 적어두라고 할까요. 너무 사기가 떨어지려나. 그래도, 인생에 한 번뿐이잖아요. 행운보다 귀중한 마지막으로 남길 말.

마지막까지 우리를 골 때리는 기사단이라 부르더랍니다. 기억해두세요, 남은 경들.

먼저 간 단장이 관속에서도 이마를 짚도록 해주어야죠.

나의 검들이여, 슬퍼하지 말고 나아가라.”

그래도 멋진 말 한 마디 해주셨으니 단원들에게는 잘 남겨주었답니다. 제가 살아남아 잘했죠? 이런 말도 전하고.

임시 단장 건은 말이죠. 당사자에게 말하니까 싫다더랍니다. 큰일이에요. 저라고 이런 승진을 바란 적 없는데. 당분간 단장 자리는 공석이에요. 당신을 트리암으로 배웅할 때까지요. 당신과 한 약속을 위해 살아볼게요. 당신 대신 좋은 친구를 사귀어볼게요.

고생 많았습니다, 루이스 아델하이트 단장. 당신이 저의 물고기일까. 아니면 물일까 고민했는데. 당신이란 물 없이 남겨진 물고기가 되지 않도록 저를 물 삼아주세요.

 

히르푸스 경은 뭔가 남길 말 없나요?”

애들 오늘 이후 대책을 좀 세워줄걸이란 생각.”

이러니까 아스칼론은 워커홀릭밖에 없단 말이 나오죠.”

당신은 마지막까지 고집불통이 아니었겠어요. 저는요,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떻게든 함께 돌아가길 바랐어요. 당신은 우리의 소중한 전력이고, 그 이전에 당신에게도 돌아가야 할 약속이, 지탱해야 할 관계가 있지 않았나요. 저는요, . 정말로──

이 이상 말을 잇는 건 경에 대한 예우가 아니겠죠. 그래도 저희를 이 일더미에 남겨두고 먼저 쉬러가는 얄미운 당신에게 조금만 더 불평하게 해주세요.

다들 고생한다는 말만 전해줘.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삶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당신이 한 것 이상으로 노력하고 고생할 테니까요.

 

우리의 은혜롭고 자비하신 어머니 인베스에게.

오늘 당신의 자녀가 빛의 길에 올랐습니다.

당신의 은총 내리는 쿠스토스의 이름 아래 모든 전사들에게 동등한 예우를.

수고한 영웅들에게 주의 성전에서 안식할 영광을.

그리고 앞으로 당신의 성전을 문 두드릴 수많은 당신의 자녀에게

차별 없는 사랑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라옵나이다.

 

그리고 실감하였답니다.

앞으로 수많은 당신을 보내고 말겠구나.

당신을 보내고 남겨져, 기도하는 것이 나의 새 일이 되겠구나.

그러나 이 또한 운명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

애도할까요. 또 기도할까요. 침묵할까요.

눈물은 흘리지 않아요. 대신에 변함없는 미소와 안도를.

수많은 당신이 뒤돌아보았을 때 웃어줄 수 있도록.

 

'레딘테그로 : 혁명의 도화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강요, 선택, 마땅한 권리  (0) 2021.10.24
15. 새어나온 말  (0) 2021.10.24
13. 동행의 끝에서  (0) 2021.10.24
12. 상냥함의 기원  (0) 2021.10.24
11. 돌아올 티타임까지  (0)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