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마을 의뢰::뭐든지 잘 먹는 아이
“오늘 제가 여러분을 모은 이유는.”
어느 볕이 좋은 한낮, 나른한 주말 오후다. 이디스와 린, 그리고 피칸을 대동한 에셸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부드럽지만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오늘이 타르트 데이이기 때문이에요. 와아~”
“와아아~”
천진난만한 피칸의 목소리를 따라 한 번 더 방긋, 입꼬리를 올린다. 오늘은 고대하고 고대하던 타르트 데이였다.
언제였더라. 벌써 일주일도 훌쩍 지난 일이다. 누림 과수원의 수확을 도우며 그곳에서 얻은 과사열매를 가지고 캠프 분들에게 타르트를 만들어보잔 계획이 나왔다. 그 때 수확한 열매는 제법 오랫동안 여관 냉장고를 차지했는데 오늘에서야 드디어 수확된 열매로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디스는 이 날을 위해 초청된 선생님이다.
“저와 린 씨가 만들었다고 하면 캠프 분들이 또 질겁을 하며 도망갈지도 모르니까요. 이디스 씨의 힘이 간절해요.”
에셸로서는 조금 억울한 일이었으나, 캠프 사람들이 저희가 만든 걸 기피하는 줄 모르지는 않았다. 이상하지. 제법 잘 만들었다고 괜찮은 수작이라고 늘 말하곤 하는데. 나란히 억울함을 토로하는 린과 에셸을 두고 이디스는 현명하게도 침묵했다.
“피칸도, 피칸도~”
타르트를 만들기보다 타르트지부터 먹을 것 같은 아이에게도 앞치마를 입힌다. 무릎에 앉혀서 물티슈로 손도 깨끗이 닦아주었다. 오늘은 피칸도 함께 만들 것이다. 어제는 스카치와 린이 만든 피칸 파이를 먹었다지. “어제의 파이는 맛있었나요, 피칸 씨?” 에셸의 질문에 웅, 답하며 피칸은 그 맛을 떠올리듯 우물거렸다. “그럼 오늘은 그걸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볼까요?”, “조아~” 피칸 옆에서 냐미링은 이미 무얼 먹었는지 오물거리고 있었다. 냐미링의 입에서 누군가의 잠을 꺼내며 에셸은 포켓몬을 볼로 되돌리고 본격적인 만들기에 착수했다.
이디스와 타르트를 만들기로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날에도 말했지만 에셸은 디저트에 한해서 요리를 못하지 않았다. 낯선 것에서는 도전과 자극을, 익숙한 것에서는 안정. 다시 말해 오늘의 타르트 데이는 매우 성공적일 예감이다, 셸링 지수의 상승세♪
“생지 반죽부터 해볼까요?”
커다란 타르트를 잘라먹는 쾌감도 있지만 인원수가 많은 만큼 오늘은 주먹 크기의 작은 타르트를 한가득 만드는 게 목적이다. 시판용 생지를 산다면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 수도 있을 테지만, 우리의 목적은 간편하고 빠른 것이 아니었기에 네 사람은 반죽부터 착수했다.
과자 만들기로 기분전환을 한다고 했던가. 이디스의 반죽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여리여리한 팔을 가지고도 요령있게 주무르고 치대는 기술을 보며 에셸은 작게 감탄했다. 누가 그랬더라. 파티시에란 힘과 기술을 겸비해야 하는 무장이라고, 그 말이 꼭 맞다. 피칸에게도 반죽 주무르는 걸 맡기고 에셸과 린은 필링을 만들었다. “린 씨, 스위츠는 절대로 레시피대로가 중요해요.” 과일 냉채에 국간장을 넣는 일 같은 건 스위츠에선 절대 금물이라 당부하며 두 사람은 필링을 달콤하게 졸여냈다. 제법 팝핑슈가하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했던가? 반죽이 묻은 손가락이며 조리도구며, 피칸은 금세 호기심에 반짝여 무엇이든 입에 넣어보려 했다. 다행히 지켜보는 눈이 세 쌍이나 된다고 주방이 바쁘게 돌아가는 동안에도 위험할 일은 없었다. 아이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세 사람은 쉴 새 없이 아이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주었다. 반죽을 조물거리고 틀에 올린 생지에 포크로 구멍을 뚫고 버터를 바르고 필링을 올리고, 하나씩 도구를 쥐어주고 하는 법을 가르쳐주자 아이는 엉성한 손길로 몹시 즐거웠다.
에셸은 자신이 한 말을 무엇 하나 잊지 않았다. 이를 테면 지나가던 파피루스를 붙잡아 필링 위로 얇게 슬라이스한 과사를 올리게 하는 것이다.
“어? 이렇게 불러오는 거야?”
파피루스는 웃으면서도 흔쾌히 거들어주었다. 피칸은 특별히 아주아주 높은 슬라이스 과사탑을 쌓았는데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건 아무래도 헤이즐의 몫으로 빼두어야지 싶었다.
여관의 거대한 오븐을 빌려 30개도 넘는 타르트가 구워지는 동안 네 사람은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애플타르트에 올려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린이 추천했던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피칸의 눈은 몹시 빛났는데 아이에게 혹시 위험한 지식을 전달한 건 아닐까 에셸은 느릿한 고민을 해보았다.
타르트가 부풀어 익어가는 동안에 빠르게 뒷정리도 한다. 요리는 설거지와 청소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에셸은 잘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이 바쁘게 치우는 동안 피칸은 포켓몬들 사이에서 타르트가 실시간으로 커지는 걸 구경했다.
한참 뒤에,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주방 안이 달콤한 과사와 버터 향으로 가득해졌다. 오븐의 열기가 제법 뜨거웠음에도 역시 헤이즐의 아이라고 해야 할까. 김이 피어오르도록 그 열 앞에서 아이는 겁내는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김이 식으면 하나씩 개별포장을 해야지. 오늘은 체육관이 몹시 바쁜 날이다. 챌린저도 짐리더도 바쁜 하루를 마감할 때쯤 이 타르트가 달콤한 휴식이 되길 바라며 네 사람은 마무리로 포장지마다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두었다. 스티커는 이디스의 협찬을 받았다. 완성된 타르트에 홍차, 피칸에게는 우유를 손에 쥐어주어 시식 시간까지 마치자 어느덧 오후 시간이 훌쩍 지나간 채였다. 만들고 치우고 먹고를 마친 아이는 레오꼬 인형을 안은 채 천사같이 잠들어 있었다.
아이 곁에 아직 남은 타르트와 같이 구운 쿠키를 두고 에셸은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혼자였다면 이 양을 만들기란 무리였을 것이다.
“그럼 하루를 마감할 때까지 조금 더 함께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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