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두 분은 절 가졌을 때 어떠셨어요?”
화상 화면을 연결하고 에셸은 무릎 위에 올린 보라색의 알을 부모님께 비추었다. 캠프에서 알을 나눠주었다고? 처음에는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에셸의 모친은 막상 알이 보이자 그렇게까지 싫은 표정을 짓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알이 보고 들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 흠, 흠. 하고 여러 말을 삭히는 아내를 보며 에셸의 부친이 대신 입을 열었다.
「대단했지. 네 엄마는 늘 예뻤지만 임신한 동안에는 한층 더 예뻐 보여서.」
「상관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당신.」
「이크. 하하. 여하튼 태어날 아이가 누구든 내겐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단다. 오, 그렇다고 셰리, 너를 건성으로 대했단 말이 아니란다. 레미를 사랑하는 만큼 누가 오더라도 사랑할 준비가 되었으니 아무 염려도 걱정도 없었단 뜻이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기에 여념 없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며 에셸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단 듯 웃었다. 이러니 제가 사랑이나 연애에 로망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정작 어머니는 무덤덤한 낯이었다.
「나는…… 글쎄, 처음부터 아이를 가지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니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채였어. 알고 있겠지만 에셸, 사람의 아이든 포켓몬의 아이든 무엇이든 간에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하는 건 너에게도 상대에게도 해선 안 될 일이란다. 그런데 어떤 예고도 없이 덥석 알을 맡기다니, 그 파피루스란 사람은……」
모친의 말이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부친은 부드럽게 아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만류하였다. 그가 걱정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타당했으나 알을 받아오기로 결정한 건 다름 아닌 두 사람의 딸이다. 이럴 때 쥴레오는 딸을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싶었다. 남편의 마음을 읽은 레미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또한 딸을 캠프에 보내기로 허락한 이상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만 해선 안 된다고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달리 왜 매번 말은 이렇게 나오는지. 못마땅함을 삼키지 못한 모친은 기어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선은 끝으로 알을 따뜻하게 하려는 건지 알 옆에 붙은 불켜미에게 향했다가 곧 떨어졌다.
어머니의 기분을 헤아리며 에셸은 그저 작게 웃기만 했다. 그의 말은 정론이었으나 조금은 더 딸을 믿어줘도 좋을 텐데. 자신의 선택이 어머니에겐 그저 못미덥기만 한 걸까. 아쉬움에 혀끝이 썼다.
그 뒤로 아버지와는 조금 더 대화를 이어나갔으나 솔직히 말해 썩 참고가 되는 말은 아니었다.
“그야 두 분은 내가 사랑의 결실이니 아껴준 것이고, 나는~ 그것과 경우가 조금 다르고. 위키링, 차라리 이 알을 우리 사랑의 결실인 셈 해버릴까요?”
까만 줄이 두 개, 도형을 이루고 있는 아주 짙고 어두운 보라색의 알. 포켓몬에 관한 지식이 짧은 에셸로는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아직 짐작이 되지 않았지만 원하는 타입에 ‘고스트’라고 적어두었으니 아마도 고스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위키링을 어버이 삼아도 아주 틀린 답도 아니리라.
에셸의 말에 작은 불켜미는 나쁘지 않다는 듯 자신의 불을 활활 키웠다. 금세 알도, 에셸도 훈훈한 온기에 감싸였다.
“위키링 덕분에 알을 따뜻하게 해주기는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잘 부탁해요.”
파트너와 트레이너의 공동작업,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 01.26. 이름을 고민해봅시다. ---부화 스텝 ② (0) | 2022.04.21 |
---|---|
19) 01.25. 냐미냐미 타임 (0) | 2022.04.21 |
17) 01.24. 캠핑은 즐겁지만 위기는 즐겁지 않아! (0) | 2022.04.21 |
16) 01.22. 메이킹 타르트 (0) | 2022.04.21 |
15) 01.22. 요씽리스 포획 작전 (0) | 2022.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