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치시티 의뢰::면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해봐도 좋겠지. 제군들은 엄연히 관계자이니까.
파피루스 씨와 패션 씨의 요청도 있었다고 했던가요. 본래라면 면회할 수 없을 중범죄자, 헬릭스단의 주요 인물들과 원한다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신다고 했어요. 그러나 2주가 다 지나가도록,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어 면회조차 불가능해지기 직전까지도 저는 좀처럼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어요.
안네와도 이야기했지만, 그들에게 굳이── 분노나 원망이나 비난이나 조소를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을 위해 제 논리를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또 저를 위해서 그들에게 제 감정을 풀어놓고 싶지 않았어요. 제 감정을 쏟아내 그들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고, 그것이 다시 그들의 빌미가 되는 것조차 바라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 위한 목적으로 혀를 놀리는 것이 얼마나 졸렬한지, 저들이 보여주지 않았던가요. 자격지심, 질투, 방향을 잃은 원망, 오만한 자아도취, ……화내고 있냐고요? 네, 그래요. 화내고 있어요. 그래서 화내지 않기로 했어요. 그들에게서 저를 지키고 싶어서.
완벽하게 분리하고 싶었어요. 그들을 향한 저의 사사로운 감정을. 다만 그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죗값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맞게 치르길 바랐어요. 그 이상 지나쳤다간 뉘우칠 줄 모르는 그들에게 보리녹차나 다른 피해를 입은 포켓몬들이 불쌍하지 않느냐 거나, 이런 일을 만든 걸 후회하지 않느냐 거나, 함부로 생명을 건드린 것이 무섭지 않느냐 거나, 그럼에도 좋으니…… 그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살게 할 방법은 없느냐 거나 물어볼 것 같았고, 나아가──……
면회가 종료되기 직전, 아슬아슬한 시간에 자리를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 멀리서 지켜보았어요. 페릴라 박사와 언뜻 눈이 마주친 기분도 들지만, 무표정으로 배웅했죠.
──나아가 그를 동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의 사연을 깊이 파고드는 순간, 용서할 실마리를 쥘 것만 같아서 다만 지켜보기만 했어요.
그들에게 쏟을 관심과 에너지가 있다면 아껴서, 여기까지 온 김에 보리녹차를 보러 가는 편이 더 좋겠죠. 미련 없이 그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컨테이너 박스로 향합니다.
부디 바라건대 당신 같은 생각을 가진 이가 더는 나오지 않길.
의뢰는 수행하고 싶은데 자캐는 할말이 없어서 고민 많이 하며 연출했는데 총괄님이 환상적인 답멘을 주셨던 기억. 여기서도 에셸의 새로운 캐릭터성을 보았어요.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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