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주노
닿은 부분이 뜨거워서, 그대로 열병이 들 것만 같았다. 아득히 부푼 마음이 열기구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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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꽤 자주 말해왔다.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전부 다, 무엇이든요. 본디 너그러운 성격이었던가.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었나. 그도 그렇지. 하지만 이 말의 내심은 아마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하는 괜찮아가 아니었다.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해주세요. 바라고 욕심내주면 좋겠어요. 더 많이 들려줘요. 그렇게 해서 쌓인 말들로 하여금, 당신을 우선할 수 있도록.
왜 그에겐 다 해주고 싶었을까.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고민하기엔 눈앞에 곧장 돌아오는 것이 달콤해 금세 의식을 빼앗기곤 했으니까. 손을 빌려달라고 하면 기쁘게 웃고, 같이 걷자고 하면 기꺼이 따라와 준다. 생전 해본 적 없던 여러 말들을 그로 인해 처음 해봤다.
어리광이란 거 이런 식으로 부리는 게 맞을까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기만 해서. 그러면서도 저로 인해 곤란한 얼굴을 하고 쩔쩔 매고, 태연할 줄 모르고 새빨갛게 열이 오르는 모습을 볼 때면 저까지도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서 근래는 쭉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었다.
사실은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물어봤다.
「무엇이 그렇게 당신을 곤란하게 해요?」
「왜 제 앞에서 태연하지 못해요?」
「자꾸 그렇게 빨개지는 이유가 뭐예요?」
하지만 물어봤다가 제 오해면 어떡해요. 그렇게 유난스러울 것도 아니었으면요. 저는 아직 당신을 다 몰라요. 그래서, 궁금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가끔 되물을 때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순진한 시선만 돌아와서 제가 로맨스에 너무 빠진 줄로만 알았는걸요. ……그래도 자꾸만 열이 옮는 건 곤란했어요. 지금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줄까요. 대답을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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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냐고요…?」
서투른 낭만에서 한 발짝 더 좁혀든 거리였다. 등을 감싼 손, 꾹 당기는 힘을 따라 뒤축이 살짝 떠올랐다. 이어서 쏟아지는 말들은 끌어안은 손 못지않게 뜨거워서 귀 끝이 달았다. 간절함의 온도다.
본디 어리광이란 어쩔 수 없다는 듯 못 말리는 제안을 받아들여 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듣는 쪽이 기뻐지는 말은 어리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툭 건드리면 눈물을 쏟을 듯 떨리는 시선에 가만히 눈을 맞추었다. 고동은 곧 터질 듯 부풀어 지끈거릴 정도인데 호흡은 이상할 만큼 침착하고 고요해서, ──아니. 아니구나. 대답을 위해 입을 여는 순간까지 숨을 멈춘 채였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는다. 부족한 숨 탓인지 다른 이유인지 얼굴이 사과처럼 붉었다. 해주실 거예요? 질문에 대한 답 이전에 울어요? 입술 틈으로 희미하게 그 말부터 흘러나왔다. 눈가, 만져 봐도 될까.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 긴장되고 조심스러웠다.
“……다 괜찮다고 한 말, 여전히 바꾼 적 없어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당신을 믿어서요.
아무리 바빠도 당신이 기다려주면 힘이 나곤 해요. 위로받고 싶다고 당신부터 떠올려버리는 게 익숙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손을 잡거나 안아주거나 슬플 때면 같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다가도 기쁠 때면 마주 웃고, 그렇게 같이 있고 싶다고.
“주노 씨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해줄게요. 얼마든지. 그걸로 당신이 안심한다면요.
머뭇거림을 충동이 이겼다. 손가가 조심스럽게 그의 눈가를 더듬었다. 울지 말아요. 아무래도 그에겐 싫다거나 안 된다거나, 앞으로도 그런 말은 나오지 않을 모양이다. 대답을 들려줄 때는 언제나처럼 웃고 싶었는데 표정이 잘 지어졌을까? 곤란할 때면 미소로 무마하는 게 특기면서 정작 웃고 싶은 순간에 표정을 그리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마저도 그가 봐준다면 있는 그대로 좋을 것만 같았다. 난처하고 곤란해도 숨김없이 얼굴을 보였다. 끝내는 반달로 눈이 접히고 말았지만.
“그러니까 시간…, 뺏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져가주세요. 대신에, 당신의 시간도 제게 주고요.”
─앞으로도 같이 있어요, 우리.
#러닝중_총괄에게_저격받은썰_푼다
근데 엔딩 나고 보니 그럴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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