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주노
안녕하세요. JC 구독자 여러분! 가을 특집호를 맞이하여 스페셜 토크 코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토크 주인공은 이미 멋진 웨딩사진으로 특집호의 표지를 차지하신 분이죠. 둔치의 자랑, 달링무역회사 굴지의 협상가 에셸 달링 씨를 소개해 드립니다!
약관의 나이부터 달링을 이끌어 가라르와 칼로스의 숨겨진 홍차유통지를 발굴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나치기 쉬운 앤티크 가구를 놓치지 않는 눈썰미로 라이지방을 멋쟁이로 만들어내는 달링사의 주축께서 특별한 한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게 되다니. 세간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데요. 둔치의 공주님으로도 불리는 달링 씨가 화촉을 밝힌다는 소식에 저희 JC팀이 전격 인터뷰에 들어갔습니다.
우선은 둔치 주민분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Q1. 사실 둔치 사람들은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A1-1. 그야 그렇지. 워낙에 유명하게 연애해왔으니 말이야. 둔치에서 공주님만큼이나 그 남자친구를 모르면 밖에서 배 타고 왔다고 하잖아.
A1-2. 6년 동안 사귀었다죠? 6년을 그렇게 한결같이 사귀기도 쉽지 않은데, 두 사람 다니는 모습을 보면 시간이 하나도 흐르지 않은 것 같아요.
A1-3. 다들 당연히 그러리라 했죠.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프러포즈는 어느 쪽이 할지, 결혼식은 누림일지 둔치일지 초유의 관심사였어.
Q2. 그래서 결국 결혼식은 어디로 결정되었나요?
A2. 결혼식은 누림. 피로연은 둔치로 결정됐죠. 다들 아쉬워하긴 했는데 둔치의 바닷바람이란 워낙 유명하니까 받아들였어요. 대신 피로연은 둔치 사람들 전부가 와도 될 만큼 화려하게 치른다 하니 거기 인터뷰하는 선생님도 오세요!
쾌활하고 넉살 좋은 분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 신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웨딩드레스 제작에만 석 달이 걸렸다던데요. 아니, 이 치맛단에 박힌 동그란 게 전부 진주와 화이트오팔이라고요? 빼곡한 자수 레이스와 진주가루를 뿌려 은은하게 빛나는 베일,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발아래까지 소복하게 덮인 흰 드레스까지 정말 아름답네요. 그야말로 순백의 신부군요.
JC팀의 호들갑에 달링 씨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해주셨습니다. 아앗, 이런 공적 응대. 싫지 않아요……. 그럼 결혼을 앞둔 신부의 심정을 차근차근 여쭤볼까요?
Q3. 평소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A3. 음~…… 어렸을 때부터 이미 결혼할 상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어른들끼리의 약속이었지만, 좋은 상대일 거라고 하셨죠. 그래서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합하는 일이라기보다 집안과 집안의 만남, 계약의 일종이라고 인식했어요. 나이를 먹어가는 것처럼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죠. 결혼식이라는 절차에는 로망이 있었지만 덕분에 결혼 자체엔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별히 기대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어요.
Q4. 그렇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셨다고요.
A4. 그게 말이죠. 이야기하려면 조금 긴데. 저는 언제든 결혼해도 좋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사실 더 일찍 할 줄 알았고요.(말하며 조금 웃었다.)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주노에게 자주 들었거든요. ‘에셸 씨와 평생 함께 있고 싶어요.’라거나 ‘조금 더 같이 있어 주세요.’ 돌이켜보면 저도 똑같이 생각했으면서 당시엔 결혼을 바라는 말인 걸까? 사고가 그쪽으로 이어졌죠. 이해해주세요. 그가 아니었더라면 금방 했을 테니까.
그래서 직접 물어봤죠? ‘저랑 결혼하고 싶은 건가요?’, ‘언제쯤 생각하세요?’ 목적을 갖고 하는 말인지를요. 그랬더니 그이가 얼마나 화들짝 놀라던지. 그런 거 아니에요! 했다가 아니, 아닌 건 아니지만. 우물쭈물했다가. 그날은 한참 긴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 후에야 이해하게 됐어요. 그이가 말하는 ‘함께 있고 싶다’는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그리고 말해주었어요. 언젠가 여전히 제가 주노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이 자신도 준비가 되었을 때 프러포즈 하겠다고.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지요. 결혼이라는 건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구나. 후후. 이렇게 말하고 나니 프러포즈 예고는 꽤 이르게 받았던 셈이네요.
Q5. 그날 이후 프러포즈까지 6년이 걸렸는데 불안하진 않으셨나요?
A5. 특별히 그렇진 않았어요. 저희가 오래 연애한 걸 아시는 분들도 종종 궁금해하시는데 저희 사랑의 형태가 갖는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있어서 그이는, 그이와의 사랑은 언제나 열이 식지 않는 따뜻한 물그릇과 같답니다. 함께 이 물그릇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남들 모르는 곳에선 팔팔 끓기도 하는데, (잠시 수줍게 웃는 낯이 된다.) 손을 담갔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따뜻한 온도를 지키려 하는 거죠.
불안함이란 상대방을 향한 신뢰가 흔들릴 때 드는 감정이잖아요. 하지만 저를 향해오는 그이의 눈은 6년 간 한 번도, 애정을 의심케 하지 않았어요. 언제나 당신의 시선은 저를 향했고 그 시선 안에는 숨김없는 사랑이 담겨 있는데 어떻게 불안할 틈이 있겠어요.
그래서 걱정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어제와 같이 오늘 사랑해준다면, 오늘처럼 내일도 사랑해주리라고 온전히 믿을 뿐이랍니다. 그리고 저도 물론. ──오늘도 조금 더 사랑해요.
Q6. 프러포즈는 어떻게?
A6. 프러포즈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이는 무언가 숨기거나 몰래 준비하는 게 서툴거든요. 제 생일선물이든 기념일 준비든 티 나게 준비하거나 솔직하게 물어봐 왔는데 프러포즈는 기색도 비치지 않아서 준비하는 줄 꿈에도 몰랐어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이것만큼은 혼자 생각하고 해내고 싶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결심이 든 순간부터 오랫동안 반지를 들고 다녔대요. 반지는 나중에 식이 진행될 때 알아봐 주세요, 후후.
프러포즈를 받으면 기뻐서 웃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자 어쩐지 눈물부터 조금 차올랐어요. 이 말을 해주기까지의 결심과 평생을 약속해주는 마음이 벅차서……. 위에서 말했죠? 결혼이 제 선택에 달린 것임을 겨우 알게 되었다고. 덕분에 뒤늦게서야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그랬더니 어쩐지… 제가 선택해서 하는 결혼은 좋은 점밖에 생각나지 않는 거 있죠.
잠들 때까지 그와 함께 있고, 일어나서도 그가 보이고. 함께 아침을 만들어 먹거나 손을 잡고 외출하거나 저녁 즈음에는 장을 봐서 돌아오는 거예요. 식사를 마치면 소파에 나란히 몸을 기대고 앉아서, 하루종일 함께 있었으면서 같이 본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또 서로 나누다가…… 졸리면 함께 자자고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는 거죠. 헤어질 시간이 되어 집 앞에서 한참 손을 잡은 채 꼼짝도 못 하다가 떠나가는 뒷모습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눈물이 날 것처럼 따뜻하고 그리워져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에게 프러포즈 받았을 때, 그토록 벅차올랐나 봐요. 당신도 저를 선택해주었구나 하고.
Q7. 마지막으로 예비신랑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7. 당신과 처음 만났던 22살, 당신과 평생을 약속하게 된 28살. 하루가 흐르는 속도는 대단히 느린 것 같았는데 뒤돌아보면 눈 깜짝할 새 쌓인 6년이에요. 어느덧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의 당신 나이가 되었어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지금도 한참 미숙하고 어리기만 해, 그래서 더 궁금해져요. 6년 전의 당신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어떤 생각을 하고 저를 보았을지. 그때의 당신은 우리가 결혼하는 미래를 당연히 상상했을까요? 자신 없다는 듯 말하곤 했잖아요. 정말 당신이랑 결혼해도 되는 건지──,
그 말을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고, 저는 당연히 당신이 좋은데, 맹세할 수 있는데 왜 그런 말을 할까 의아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마음이나 감정만이 앞서는 게 아니라 함께 미래를 그려나갈 현실적인 근거가 필요했던 거라고 알 것 같아요.
오랜 준비 끝에 제게 청혼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이 맞이해주러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달링. 제 생의 또 다른 주인공. 앞으로도 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렇다면 저도 당신을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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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니까요, 머리 만지면요~”
“앗, 죄, 죄송해요. 또 무심코…….”
무척이나 맑은 날이었다. 식상한 표현이 흥겨울 만큼 가을이 아름다웠다. 이날만큼은 맑아도 흐려도 비가 와도 우박이 떨어져도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기억될 테지만 날씨까지도 두 사람을 축복하듯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 머리 위를 비추었다.
언제나 그를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말해주는 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이지 완벽하게 우리 두 사람이 주인공인 날이다.
눈앞에 서로가 있었다. 얼굴을 마주 보면 맞잡은 손에서부터 떨림이 전해졌다. 웨딩드레스 차림의 신부가 익숙할 만도 했다. 드레스 디자인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 가봉하면서 시착할 때나 식에 앞서 웨딩 촬영을 할 때나, 한 손에 셀 만큼은 봤을 텐데 남자는 그때마다 변함없이 신부를 앞에 두고 할 말을 찾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번에도 여자 쪽이 먼저 웃고 만다.
“결혼식에서도 울면 안 돼요.”
사실 울어도 되지만요. 봐요, 머리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속삭이며 기울여달라는 신호를 보내자 냉큼 숙여오는 연인의─예비 배우자의 모습이 사랑스럽지 그지없다. 머리카락을 다시 정돈해주고 오늘따라 뽀얗게 메이크업을 한 눈가도 장난스럽게 톡 두드리자 남자는 눈물이 쏙 나오려다가도 꾹 참았다. 대신에 나온 건 다른 감상이었다.
“장갑…… 끼고 있네요.”
“응. 오랜만이죠. 곧 벗게 되겠지만요. ……당신 손으로.”
한때는 제 피부만 같아서 벗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했던 장갑을 벗어나기까지 그와 연애한 만큼의 시간이 쌓였다. 지금은 오히려 부드럽고 얇은 감촉마저 어색할 지경이다. 그래서 더욱 장갑이 벗겨지는 순간을 의식하고 상상했다.
아름다운 아치형의 문을 지나 버진로드를 걷는다. 순백의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린다. 넘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걸음걸이, 서로를 잡아주는 든든한 손. 이윽고 신 앞에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베일이 벗겨지면 어딘지 바짝 긴장한 표정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온 신경을 제게 집중해주는 녹색 눈동자는 한 차례 더 사랑에 빠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반지를 끼워주기 위해 장갑을 벗기는데, 반지는 왼손에 끼워주는 걸 텐데 구태여 오른손부터 장갑을 벗겨내고 더는 흠이라 생각되지 않는 오래된 흉터 자국 위로 먼저 그가 입을 맞춘다. 더없이 애틋하고 또 사랑스럽게.
숭고한 의식 앞에서 잠시 숨을 멈춘다. 이럴 때마다 당신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 것만 같아요. 정말 그런걸요. 이어 왼손 약지, 그만을 위해 비워둔 자리에 꼭 알맞게 반지를 끼운다. 고개를 드는 그와 눈이 마주치면── 어쩐지, 우는 것은 그가 아니라 여자 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에는 시소가 반대로 기울듯 남자가 웃어줄 테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의 표정을 하고 보는 이마저 행복하게 만들어주겠지.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손을 쥐었다. 앞으로를 위한 걸음 너머로 햇살이 눈에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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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마친 두 사람이 크루즈를 타고 떠나가는 뒷모습입니다. 웨딩 크루즈는 이대로 라이지방을 반 바퀴 돌아 둔치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둔치에서는 어느새 피로연 준비를 마쳤다고 하는데요. 온 마을 사람들이 항구에 모여 환영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 저희도 이만 이곳의 하객분들과 함께 기차로 이동하겠습니다. 남은 소식은 둔치에서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주셸 웨딩합작~ 을 했어요. 헤헤 6년 뒤 미래에서 결혼하자.
멋진 합작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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