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주노
문득 고개를 갸우뚱, 저도 모르게 기울인 것은 저녁 준비를 하는 주노의 옆에서 그릇을 옮기다가 주노가 이쪽을 돌아보는 순간 버릇처럼 쪽, 뽀뽀를 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였다. 마침 가까이 있어서 닿을 것 같아서 하고 싶어서, 스치듯 톡 닿았다 떨어져서는 마저 그릇을 옮겼다. 식기를 두고 수저를 놓고 테이블보를 가지런히 하고 음식을 옮긴다. 그러다가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잦지 않나?
자신이 이렇게 뽀뽀하고 지나갈 때마다 주노의 표정이 어땠는지, 귀끝은 어땠는지 잠시 잊어버리고 든 걱정이었다. 왜, 있지 않은가.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것에 갑자기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괜한 걱정이 솟고 할 때가.
그래서──…… 너무 자주 하고 있진 않나? 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일상적으로. 진실로 말하건대 에셸은 가족간에도 가벼운 굿나잇 키스 외에는 스킨십이 살가운 편이 아니었다. 정이 없다기보다 스킨십 외로 애정을 표현하는 집이었기 때문에 10대 시절, 잠자리의 머리맡에서 부모님이 이마에 뽀뽀하고 가주시는 정도 외엔 퍽 담백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노와 사귀고부터 조금 더 닿고 싶다거나 만지고 싶다거나, 그에게 닿는 것이 기분 좋다거나 이렇게 파렴치해도 되는 걸까? 고민스러워질 정도로 그와의 접촉을 즐기다가…… 어느새 그저 눈이 마주치거나 거리가 가까웠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뽀뽀를 하고 가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가타부타 말이 길어질 것 없이 뽀뽀다. 그게 너무 잦았다.
그리하여 에셸은 결심했다. 특별한 타이밍이 아니라면 몸부터 움직이지 말자고. 너무 입술 부딪치지 말고 참기도 하자고.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이런 데서 쓰일 말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한 번쯤 주노의 의견을 물어봐도 좋았을 텐데 가끔 인간은 이렇게 자기 생각에 골몰해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하면,
「이, 이렇게…, ……자주 해주세요……. ………이, ……입에요.」
여기까지 이르게 된 과정은 그리 짧지만은 않았으나 결론으로 바로 가자면 에셸의 이상행동─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주노에겐 이상하다고 느껴진─은 오래 갈 새도 없이 발각이 되었다. 제가 착각했던 건 아니죠…? 정직한 질문에 주노 씨의 착각이었어요! 할 수도 없었다.
미적미적 두런두런, 그래서 털어놓기 시작한 진실. 사실 제가요. 요즘 너무 주노 씨에게 입 맞추는 빈도가 잦은 것 같아서. 그, 그래도 정말 아무 때나 쪽, 해버리는 건 조심성 없는 것도 같고…… 흔하게 해버리는 것도 같고……. 중얼중얼 나온 변명은 주노의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 진정성 있는 부정으로 쏙 들어가기까지.
이제 남은 건 그 잠깐 못해서 아껴둔 키스뿐이 아니겠는가.
자주 해주세요. 연인의 요청 앞에서 가슴이 떨리고 마는 건 당연하고 또 지극한 일이었다. 그럼 눈감아주세요. 속삭임을 마법처럼 그에게 불어넣었다. 질끈 눈감은 연인을 앞에 두고 에셸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큰일인 거 있죠.”
“뭐, 뭐가요……?”
“주노 씨의 어느 곳이든 좋은데, 좋아서…….”
자꾸 닿고 싶고, 만지고 싶고, 또 당신이 만져주는 손이 좋고. 부드럽지 않은 손이라고 걱정하지 말아요. 그래서 당신의 감촉이 더 좋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손하고 착각할 리 없는 손이랍니다. 또, 지금처럼…… 하얀 피부가 저 때문에 열이 올라 있으면,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요. 무언가 달성이라도 해낸 것처럼요. 어쩌면 저는 의외로 욕심이 많은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에게 하나하나 확인해가는 과정이 좋아서, ──그래서 당신도 제게 묻곤 했던 걸까요.
“제 입술. 말랑해서…… 좋아요?”
조곤조곤 속삭이다가 그가 답하려는 듯 입술을 열면, 숨을 삼키듯 그 위를 조심스럽게 포갰다. 말랑하게 문질러지는 윗입술과 아랫입술, 희미하게 묻는 분홍색 잉크. 긴장인지 당황인지 꾹 감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까지도 생생하게 눈에 담으며 에셸은 조금 더…, 욕심나는 대로 그에게 체중을 실었다.
100일 하고도 좀 더 전에는 에셸이 이렇게 기댈 때마다 손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 정처 없곤 했는데 지금의 그는 어느새 안정적으로 무게를 받쳐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당기고 있었나. 떨어질 생각일랑 없었지만 혹시나 떨어질까 단단히 감은 팔에 안심한다. 저도 아직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반지 낀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을 귓가로 넘기고 열 오른 뺨을 살살 문질렀다. 입이 벌어진 틈을 타 엄지 끝이 볼 패인 자리를 가볍게 누르고 입맞춤은 계속해 깊어졌다. 한 번으로는 부족해 두 번, 두 번으로 아쉬워 세 번. 분홍색 잉크가 지워진 자리가 마찰열로 발갛게 된다. 사랑동이들이 부딪치듯 부드럽고 말캉하게 거듭하던 접촉, 뒤이어 조심스러운 방문.
“으응…….”
제 뺨도 그 못지않게 붉어져 있었다. 한껏 둥글게 오른 뺨의 모서리가 뜨끈뜨끈해 차오른 열 때문에라도 눈을 바로 뜨기 어려웠다. 게슴츠레한 시선을 하고 혀를 섞었다. 늘 이 순간, 무엇보다도 짜릿하곤 했다. 평소 타인과 부딪칠 일 없는 수줍은 공간을 허락받는 일이란 얼마나 영광스럽고 뜻깊은가.
──꼭 그렇지 않더라도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부드럽고 축축한 살 끝을 맞부딪치고 어차피 같은 식사를 나눠놓고도 맛을 훑고 나아가 여린입천장을 가볍게 문지르면 입안의 예민한 감각들이 전부 일깨워지는 것만 같았다. 달아오른 숨소리가 틈틈이 새어나왔다. 그때마다 괜시리 몸이 근질거렸다. 긁어모은 타액, 감도는 단맛. 질척한 소리, 그리고 힘. 그러니까 눌러오는 힘. 어느새 저를 바싹 당기고 조르듯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 간절히 더해오는 입맞춤에 찌르르하고 등골이 바싹 선다.
결국 에셸의 어깨가 먼저 힘이 풀렸다. 그의 두 어깨를 짚은 채 잘 버티고 있을 마음이었는데 흐느적 풀린 팔이 대신에 등을 덮었다. 가슴이 맞닿아 쿵쾅거림이 귀가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게 되었는데도 입맞춤은 집요했다. 샅샅이 훑어지고 또 삼켜지고, 채근당하다가도 휘감기고, 뺨 안쪽이 이러다 구멍이 날 것만 같았다. 사탕을 먹는 것도 아니면서 그에게 다 빨아 먹히는 듯 했다. 쌕쌕거리는 숨, 가끔씩 떨어질 때면 가늘게 이어지는 타액, 곧 그마저 다시 먹히고 키스만으로 땀이 송골송골 맺힐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도저히 떨어질 줄 몰랐다.
한 번 참았을 뿐인데 부작용이 심각한 것 같았다. 슬슬 이성이라는 게 얄팍해졌다. 그러면서도 어렴풋하게 달뜬 의식 사이로 드는 생각이란 그렇지. 매일이 오늘만 같다면. 우리의 내일은 또 오늘처럼 돌아오겠구나, 하는 행복한 안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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