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는개마을 아르바이트 with. 린도
“40-15! 매치 포인트!”
“우오옷, 저쪽 페어 엄청나다고.”
“보통 실력이 아닌데? 사실은 어느 지방의 유명 비치발리볼 선수라든지.”
“우효~! 이런 시골 마을에서 프로선수 등판? 놓칠 수야 없지.”
“저 시선 교환을 봐. 분명 10년 동안 함께 해온 파트너일 게 틀림없어.”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다 틀릴 수가 있는 걸까. 어느 지방의 유명 선수도 아닐뿐더러 프로도 아니고 10년을 해온 파트너도 아니며 심지어 시합에서 린도의 기여도는 많지 않았다.
“린린, 다음 서브가 오면 내가 받아친 다음에 왼쪽으로 한 걸음만 이동해달란 거야.”
“알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두 사람을 무슨 끈끈한 영혼의 파트너 정도로 해석해서 쑥덕거리는 중이었는데 이게 바로 소문이 부풀려지는 과정이라는 걸까. 본의 아니게도 구전설화의 형성과정을 실시간 라이브로 시청하면서 린도는 모래가 다닥다닥 붙은 다리를 털어냈다. 짧은 경험상 이번 매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무도한 무도가의 공격을 평범한 일반인인 저쪽이 버텨낼 리가 없었으므로.
“──세트 원. 승자, 능란 & 린도 팀!!!”
“와아아아아아아-!!!”
“볼테지가 상승한다!!”
“어이어이, 너희 같은 녀석들은 처음이라고. 신화를 새로 써버리는 거냐.”
“축하드려요!!”
사람들의 환호도 어딘지 이상했다. 전부 덕오 같은 사람들만 모인 것처럼, 린도로서는 낯선 반응투성이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 이유를 전부 쥐고 있는 사람은 정작, 눈이 마주치자 음뱃의 귀를 쏙 빼닮은 머리 리본을 살랑거리며 씩 웃기나 했다.
“이 승리를 린린에게 바치겠다는 거야.”
“크으으, 이 아이보를 향한 뜨거운 우정! 청춘!”
“아저씨는 감동했다……. 스포츠란 정말 좋구나.”
“너희를 보고 있으니 갑자기 나도 마음이 벅차오르기 시작했어. 훗, 그 녀석에게 연락이나 해볼까.”
“저, 저기……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
이야기는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간다.
의류 브랜드 ‘비단길’에서 공식적으로 트레이너 캠프에게 요청한 의뢰, 새로 런칭하려는 바다 테마 기획의 프로모션을 위해 한창 화랑지방에서 주목받고 있는 트레이너들을 모델로 쓴다는 내용은 그 사진이 기업 홍보용으로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약관의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보상이 걸려 있었다.
덕분에 의뢰가 정식으로 캠프에 도착했을 때부터 술렁이던 캠프원들이 하나, 둘 자본에 굴복하는 모습을 능란은 쏠쏠히 지켜보았던 터다. 하지만 그 역시 한 명의 트레이너이자 한 명의 가장─나나: 빼앰?─으로서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능란의 의지에 ‘친구’라는 단어 한 번 잘못 쓴 게 탓이라면 탓으로 덩달아 참여한 인물은 또 린도다.
“두 사람 여기 한 번 더 봐주세요. 옳지, 각도 좋고.”
“이런, 바람이……”
“오옷, 지금 그 자세 딱이야!! 그대로 고개는 옆을 보고 눈만 이쪽으로, 바로 그거야. 그거라고!!”
“훌륭한 대비군요. 단순히 수영복 색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두 사람의 매력은 나란히 있을 때 시너지가 솟아요. 그야말로 더블배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법을 잘 알고 있네요.”
“내가 옛날에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 말이지. 꼭 이렇게 블랙 앤 화이트로……”
디렉터가 떠드는 걸 한 귀로 흘리며 단비는 바쁘게 배경의 조명을 교체하거나 주변에 야자나무 잎을 설치하는 등 의욕이 넘쳤다. 뒤에서 포켓몬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햇살이 강해지는 순간 영롱한 무지개빛
“앞으로 10컷만 더 찍고 보내드리죠. 화보집을 낸다면 린도 씨를 메인으로 내세운 B 타입과 능란 씨를 메인으로 내세운 W 타입으로 표지 컨셉을 나눠서 내는 건 어떨까 싶어지네요.”
“그거 우리에게 인센티브는 얼마나 들어오냐는 거야…….”
신이 난 건 카메라 앞에서 태어나 받아본 중 두 번째로 많이 예쁨 받아─첫 번째는 아마도 막 태어났을 적이겠지─신이 난 테루와 위위 정도였다. 쉴 새 없이 눌리는 셔터와 바쁜 요구사항 끝에 겨우 촬영에서 해방된 두 사람은 기진맥진하게 해변에 앉았다. 이건 이몸이 사는 거야. 슬러시 정도로 생색을 내며 능란은 혓바닥 색이 변하는 걸 낼름 자랑했다. 따라서 슬러시를 먹던 테루는 이러다 혓바닥이 아니라 몸통 색이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모처럼 온 김에 수영이라도 할까? 이 날씨에요? 별 것 아닌 대화를 나누며 몸이 더 식기 전에 그만 갈아입을까 하던 차, 능란의 눈에 들어온 건 비치발리볼 대회였다.
『3등상 – 노고치 바디필로우』
“하자, 린도 씨.”
“……네?”
그렇게 상황이 또 한 번 급변한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정정당당, 평범하게 겨룰 생각이었다. 3등상이고, 같이 재밌다고 하는 거고. 린도 씨 운동 잘해? 물어봤을 때 린도의 애매한─그냥, 평범한 사람들만큼은……─대답도 한몫했다.
“적당히 즐기고 오자고.”
“적당히요…….”
린도는 스스로 말한 것처럼 보통 사람 정도의 운동신경과 낯선 스포츠 사이에서 조금 허우적거렸고 커버하면서 능란은 괜찮아, 괜찮아 웃었다. “맨날 움직이는 걸 크로키만 하다가 직접 움직여보니까 어때?” 묻거든 “저도 안 움직이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1승 1패, 다음 경기의 승패에 따라 토너먼트 출전 여부가 결정되었다.
그런데 꼭 이럴 때 세계는 억지력을 일으킨다.
“하아~? 뭐냐고, 이 허접한 대회는.”
“킥. 3등상이 겨우 노고치 인형? 줘도 안 갖는다.”
“습지만 가면 널린 걸 뭐 하러……”
사람 많은 곳만 가면 양아치 보존의 법칙은 왜 어긋나는 법이 없을까. 정의의 사도 흉내를 낼 건 아니라지만 남은 즐기는데 찬물을 끼얹는 발언은 듣고 넘길 수 없었다. 와, 저 녀석들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네. 마음이 맞는군요. 그렇다면 결정이다. 린&란 크로스다.
“작전을 설명할게. 린린은 일단 전위에 있을 땐 이 삼각형 범위 안에서 움직여줘. 공은 스치기만 해도 되니까 이 안을 커버하는 걸로. 후위로 갈 땐 서브를 넣고 곧장 이몸과 교대야.”
“그럼 능란 씨는요?”
“린린이 큰 키를 이용해서 전위에서 벽을 세우면 결국 상대의 공격 범위는 한정된다는 거야. 뒤는 나에게 맡겨둬.”
“……알겠습니다.”
믿어볼게요. 친구가 그런 말을 해주면 각성해버리고 마는 게 클리셰인 법이지. 꼭 클리셰가 아니더라도 푸실마을 에이팜으로 한때 유명했던 능란에게 쫌생이들은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으아앙, 두고 보자! 변화구 따위 없는 발언에 “우정은 늘 승리한다.” 뽐내기도 잠시, 이러한 콤비네이션이 후폭풍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우승은 능란 & 린도 팀입니다!”
“아아, 이 영광을 이몸의 베스트 프렌드 린도 씨에게 바친다는 거야.”
켠 김에 왕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조금 진심이 되었을 뿐인데 우승을 해버릴 줄은 몰랐다. 애초에 노리려던 건 3등상이 아니었나? 황당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의 손에 우승상품이 쥐어졌다.
“상품은 팔데아 여행권 10박11일입니다. 팔데아에서도, 두 분의 뜨거운 우정을 보여주세요!”
정말이지 인생은 늘 예측불가였다.
한때 다양한 공놀이가 본진이었던 사람으로서,
원래는 상품으로 노고치 다키마쿠라를 걸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린도가 노고치를 잡아서 급하게 여행권으로 바꿨다가 린도랑 팔데아 여행을 가기로 한 개수작이 되었습니다(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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