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아이 귀하
이것은 능란이 텐트를 팔기 전, 마지막으로 사막의 밤을 오컬트 소년과 보낸 이야기다.
처음 캠프에 합류했을 적부터 유난히 커뮤니케이션이란 것을 모르는 채 정말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변을 둥실둥실 다니던 소년은, 본래 애들이란 바깥에 방목해놓고 있으면 알아서 쑥 커서 돌아온다는 지론을 가진 능란의 눈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 보였다.
발끝이 땅에 닿고 있지는 한지 의심스럽게 흘러흘러 다니는 소년이었지만 그래 봬도 캠프에서 아주 멀어지지도 않았고─툭하면 미아가 되어 캠프도 잃어버리는 소녀나 멋대로 외박해버리는 가출소년 등과는 다르게─마치 행성의 위성쯤 되는 것처럼 땅에 아주 발붙이진 못하면서도 그 주위를 빙빙 맴도는 게 이 정도면 하고 싶은 대로 두면 되겠지 태평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 소년은 알면 알수록 기묘한 구석이 있었다.
“자, 그럼 같이 눕자는 거야.”
나이도 정확히 모르는 꼬마쯤이야 알아서 10살 정도의 취급이다. 그렇지. 그 나이 때면 딱 첫 여행을 떠나기 좋으니까. 텐트의 천장에는 그의 고스트 포켓몬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이제껏 봐온 포켓몬들과 다른 생소한 타입에 음뱃이 이를 드러내며 언제든 물 준비를 했다. 고스트 타입에게 야생성을 보이다니, 네가 무슨 악 타입이냐. 싶었지만 같이 성장한다는 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불을 덮고 토닥토닥거려주는데도 소년은 잠이 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보다는 “란쨩~ 어서요, 어서……. 괴담, 귀신……, 오싹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기서 흔들풍손의 손을 잡고 돌아오지 못할 곳의 미아가 되도록 둘 순 없었지만, 괜찮은 걸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능란은 그래그래,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건 ‘오니’라고 하는 화랑에 전해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귀신 중 한 명의 이야기야. 아이 소년도 화랑 출신이면 들어본 적 있나?
오니라고 하는 것들은 대개 머리에 뿔이 있다거나, 피부가 파랗거나 빨갛거나, 정말 귀신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우리 인간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기피를 당하곤 했지. 정말정말 먼 옛날에는 그들이 죽은 사람의 넋, 사령이나 혼령이 이 지상에 미련이 있어 성불하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결국 어느 쪽이든지간에 옛날 사람들은 ‘오니’라고 하는 것이 “이쪽 세계”에 섞이지 못하는 이들을 통틀어 불렀다는 거야.
“그래서 학자들 중에는 오니가 배타적 인간성이라든지, 차별의 증거라고 말하기도 하지. 사실 정말 그런 괴물 같은 건 없다고.”
덕분에 요즘 와서는 오니라든지 귀신이라든지 유령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러니까… 아직도 이 세계에 섞이지 못하는 이들의 눈엔 보일 수도 있다는 거지. 아, 이렇게 말했다고 아이 소년도 만나고 싶다거나 하면 안 돼. 이야기 속의 오니는 사람을 잡아먹거나 어린아이를 납치해가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구.
“그렇지만… 모두 그렇게 나쁘고 무서운 오니만 있지 않다는 게 이 옛날이야기의 주제다.”
──오니 중에서도 이것은 ‘울어버린 붉은 오니’에 관한 이야기야.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산에 사는 아주아주 마음씨 착한 빨간 오니가 있었대. 그 녀석은 포켓몬과도, 같은 오니와도 두루두루 사이좋게 잘 지냈는데 그러니까 당연히 산 아래 사는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싶었지. 그런데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겁도 많아서, 오니를 겁내 늘 보면 도망만 다녔단 거야. 빨간 오니는 그게 아주 슬펐지. 속상하기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빨간 오니의 친구 파란 오니가 그 녀석의 집에 놀러 와서는 그 고민을 듣게 되었어. 그랬더니 파란 오니가 한 가지 제안을 한 거야.
“내가 마을에서 소란을 피워 나쁜 오니가 될게. 그럼 네가 나타나 날 혼내주고 마을 사람들의 은인이 되는 거야.”
참 눈물겨운 우정이 아니겠어? 빨간 오니는 파란 오니에게 미안해서 그 방법을 망설였지만 파란 오니가 먼저 마을로 가버리니 하는 수 없이 따라갔어. 그리고 계획은 대성공이었지. 마을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오니를 물리친 빨간 오니를 착하고 용감한 오니라며 친구로 받아들여 줬어. 빨간 오니는 무척 기뻐했지.
그런데 그 날 이후 파란 오니가 보이지 않게 된 거야. 기다리다 못한 빨간 오니는 친구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가보니까 파란 오니는 온데간데없고 편지만 남아 있었다고 해.
「빨간 오니야. 인간과 사이좋게 즐겁게 지내도록 해. 혹시 내가 너와 친하다는 걸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너까지 나쁜 오니라고 생각될지 몰라.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 하지만 언제까지나 널 잊지 않을 거야. 안녕.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인 파란 오니가.」
그 편지를 읽은 빨간 오니는 결국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훌쩍훌쩍 울음을 터트렸다고 해.
──자, 그래서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데.
“잠들 생각은 있나. 아이 소년?”
왜 굳이 이 이야기를 골랐느냐 하면 당연히 이 작고 어린 유령꼬마가 어딘지 모르게 그 이야기 속의 오니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능란의 생각을 알았다간 소년이 전 오니보다 유령이 좋아요! 라고 할지, 전 오니도 좋아요. 라고 할지야 모를 노릇이었으나 이 오니인지 유령인지 한 꼬마는 이대로 정말 섞이지 못하는 채 괜찮은 것인가?
정말이지 괜한 잔소리만 느는 어른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반추하면서 능란은 소년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그래, 묻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였지만 이 이상 재미없는 잔소리는 그만해야겠다.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듣는 이의 몫일 테니.
“재미있었다면 다음엔 다른 이야기도 들려줄 테니까 듣고 싶으면 얌전히 텐트든 방이든 들어오라구, 소년.”
제가 키웠어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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