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모아마을 아르바이트
올해로 갓 18살이 된 리모는 보드기 마을 출신으로 이곳 희나리 사막을 중심으로 하는 모래톱길의 로버스트 드라이버를 맡고 있었다. ‘로버스트 드라이버’란 즉 그의 짐 리더로서의 이명이면서 동시에 사막의 조난자들에겐 구원자나 다름없는 강직한 구조대원 자체를 나타내는 이름인 것이다. 그가 단순한 짐 리더로만이 아니라 이곳 모래톱길 모두의 신뢰를 받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아버지에게 배웠다는 정비와 운전 솜씨를 뽐내는 소녀에게 핸들을 맡기고 들레씨와 능란은 각각 조수석과 뒷좌석을 차지했다. 제일 어린 친구에게 운전을 시키다니 조금 면목이 없었지만 두 사람 다 버기카 면허 같은 건 없으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작 소녀는 운전이 당연해 보였다. 애초에 직접 자신의 자동차를 정비하고 다룬다는 점에서 두 사람보다 전문가임은 틀림없고, 일단 페달을 밟는 솜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안정적인 실력에 긴장은 금세 풀렸다.
“핸들이 굉장히 두껍고 무거워 보이는데…, 이런 걸 가뿐하게 돌리는 저 근육이라니!! 악력은 물론이고 어깨서부터 꿈틀거리는 팔근육이 정말 황홀해요…….”
옆자리에 앉게 해줘서 고마워요, 란 씨! 들뜨고 신난 목소리가 꼭 아이 같았다. 들레씨의 기쁜 목소리를 들을 수야 있다면 이몸 얼마든지 양보한다니까……. 능란은 별 것 하지 않고도 과분한 칭찬을 들어 헤헤 늘어졌다.
“너희는… 순회한다고 했지, 모래톱길 전체를. 희나리 사막을 지난다면 미리 한 번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루에도 조난되는 사람이 몇 번이나 나온다면서? 다들 준비 없이 가는 것도 아닐 텐데 거참 험한 곳이구만.”
“…….”
글쎄, 준비 없이 가는 사람이 과연 없을까? 세상엔 생각보다 대책 없이 행동하는 이들도 많은 법이다. 그러나 리모는 떠오른 생각을 굳이 전부 입에 담는 타입이 아니었다. 잠자코 운전을 잇자 묵직하고 두꺼운 바퀴가 사막에 길을 만들었다. 이대로 바퀴 자국이 남는다면 길을 잃을 사람도 생기지 않을 텐데 사막 위의 길이란 야속하게도 바람 한 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금 나왔을 뿐인데 벌써 베이스캠프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뒤를 돌아보던 능란은 오싹함을 느꼈다. 지금이야 리모가 길을 안내해주니 안심이지만 아니었더라면, 이대로 캠프 방향을 찾아서 돌아갈 수 있었을까?
“그래서……, 코코파스가 중요해. 희나리 사막의 레인저들은, 코코파스의 위치를 지도에 그려놓고 있는데…… 코코파스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40도. 그 방향으로 간다면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수 있어.”
그 외에도 1km에 하나씩 깃발을 세워두기도 했고……, 날씨가 좋으면 자기가 선 자리에서 제일 가까운 깃발을 찾아서 거기까지만 걸어가면, 현재 위치가 깃대에 적혀 있으니까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있어. 리모의 설명에 다시 능란이 엑,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깃발을 찾아서 자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구조 요청하는 거야? 리모는 당연하단 반응이었다.
“불안해서 깃발을 찾을 정도면……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좋아. 사막은 위험하니까.”
말하는 순간 리모의 핸들이 거칠게 돌았다. 덕분에 차 위로 반쯤 일어서 있던 들레씨의 몸도 휘청거렸다. 쓰러진 방향이 리모 쪽이라 다행이었다. 한 손으론 핸들을 잡은 채 든든한 팔이 들레씨의 허리를 감아서 부축했다. 방금 영혼의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다.
“방금도, 톱치가 있었어. 잘못하다가는 바퀴를 못 쓰게 돼….”
“오오, 어디어디? 톱치라니, 보고 싶었는데.”
고마워요, 리모 씨. 감사인사를 전하는 들레씨 옆에서 능란이 이번엔 몸을 주욱 빼내었다. 톱치, 톱치가 어디냐. 능란의 옆자리에 있던 모모가 옷자락을 질질 붙잡는다. 아이, 벌써 보이지 않네. 아쉬워하면 그야 모래지옥에 빠지기 전까지는 보통 안 보여. 리모가 괴담 같은 이야기를 돌려주었다.
“그보다 톱치가 있다면 어쩌면…….”
리모의 말이 채 끝나기 전이었다. 앗, 저기!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이번에야말로 들레씨의 몸이 차체 바깥으로 떨어질 듯 기울었다. 어쩜 좋아, 저러다 모래 속에 빨려들 것 같아요. 목소리가 다급해질수록 몸도 시소처럼 기울어갔다.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 건 능란이었다. 누님, 안전벨트는?? 그러다 떨어지는 건──
“앗.”
“레 씨-!”
어쩐지 차의 시동이 걸리고부터 너무 들떠 있더라니 했다. 근육에 집중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한 차 위에서 들레씨는 어린아이처럼 신나 있었다. 꼭 날아갈 것만 같아요. 사방이 탁 트여 있어서 그런가. 이러다 바람이, 어디로든 데려가 줄 것만 같아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숨이 괴롭지 않다니.”
그 기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포켓몬에게 올라타서 움직이거나 비행기를 타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엔진이 박동하여 바퀴가 가속하는 게 얇은 차체를 타고 몸으로 생생히 전해졌다. 차와 한 몸이 된 것 같다고 과장 섞인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옛날의 한 인간은 자신의 몸을 거대한 연에 묶고 날아오르려 한 적이 있다던데, 그 사람도 이런 기분을 느끼려 했던 걸까.
모래먼지가 쏟아지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깔깔 웃는 들레씨는 그 짧고 하얀 머리카락이 마구잡이로 흩날려 정말 이대로 민들레홑씨처럼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능란은 자신이 뒷자리에 앉길 잘했다고 거듭 생각했다. 혹시라도, 그가 정말 날아가려 하면 잡아주려고.
──바로 지금처럼. 이번엔 능란의 손이 들레씨의 어깨를 붙잡아 당겼다. 어딘지 찾았어. 리모가 말했다.
“조난자를 구하려다가 레 씨가 조난당하면 본말전도라니까. 잘 잡으라구.”
볼에서 나나가 튀어나왔다. 나나, 저 사람이 빨려들지 않게 잘 잡고 들어 올려. 빼미스로우가 날카로운 눈으로 톱치를 보는 사이 리모의 버기카가 천천히 속도를 줄여 접근했다. 시끄러운 버기카의 등장에 포켓몬은 사냥을 포기했다.
이걸로 오늘도, 한 건 해결이었다.
좋아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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