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피치럼블

039) 10.31. 무인지(無人地)의 사원

천가유 2023. 12. 27. 21:11

ㅡ보드기마을 아르바이트

더보기

 

모래톱길은 예부터 오아시스 주변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이었다. 그야 이렇게 굴러다니는 게 흙과 모래와 바위뿐이라면, 꿈트렁처럼 흙이 주식이 아니고서야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닐만도 했다. 특히나 희나리 사막의 북부는 마루길과 인접해가면서 불어오는 춥고 짠 바닷바람과 덥고 건조한 사막의 바람이 밤낮으로 뒤바뀌어 조금 더 가혹한 기후를 자랑했다.

거대한 강줄기를 끼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아토시티나 도원림 가까이 평원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모아마을과는 달랐다. 보드기마을이란, 그 이름이 붙기까지도 참 쉽지 않은 여정이었던 것이다.

얼터스톤이 돈이 된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누가 이런 데서 살 생각을 했겠어.”

가끔 이 안쪽에 있는 사원을 구경하겠다는 괴짜 학자들이나 다른 샌님들이나 오고 말았지.”

이야, 그거 알지 알지. 포켓몬의 생태를 연구하겠다든지 모래톱길의 지질을 연구한다든지, 아니면 그 사원 안쪽에 들어가본다거나? 여자의 맞장구에 그거야, 그거.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울린다.

그런데 어느 날, 여기에 광맥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하나, 둘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거야.”

호오, 호오. 이거이거 화랑의 힘 잘 쓰는 형님들이 어디로 다 사라졌나 했더니 여기 모여 있었단 거구만.”

능청스럽게 구는 여자의 말에 그 자리에 모여 돌을 골라내던 인부들이 박장대소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여자는 구부정한 자세로 돌을 골랐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기 환경이 정말 열악하구만. 허리 한 번 펴기도 쉽지 않아. 여자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사람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10분에 한 번씩은 자세를 펴주는 게 좋아. 우와, 그거 모래시계라도 갖다 둬야 하나?

포켓몬들도 다 같이 얼터코트 감별에 힘을 모았다. 나나가 날카로운 눈으로 불순물을 골라내고 위위가 파닥파닥거리며 쓸 수 없는 작은 돌을 거둬낸다. 다른 잔해는 샤샤가 돌무더기 위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전부 해치우고 모모도 두 손으로 열심히 도왔다.

포켓몬들이 영리한걸. 우리도 다음번엔 포켓몬을 데려와서 도와달라고 할까? 어떤 인부가 말하자 아이고, 이보게. 우리 애들은 손이 없잖아, 손이. 한탄을 했다. 그러다 다들 목이 타면 죽통에 담긴 시원한 식혜 한 잔씩이었다. 곧 입구에서부터 배배가 돌이 가득 쌓인 바구니 두 개를 짊어지고 돌아온다. 오늘의 할당량을 다하려면 아직 바구니가 몇 개나 남아 있었다.

, . 형님들 여기 주먹밥도 좀 먹으면서 해.”

이거 만파식적이지? 오랜만인걸.”

요즘은 여기까지 배달을 안 온다던데.”

으핫. 사정이 좀 있다는 거야. 그나저나 아까 이야기가 궁금한데~”

오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그래. 대체 무인지였던 이곳에 세워진 저 오래된 석조 사원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인데…….”

──대체 저 수호의 사원의 정체는? 다음 이 시간에 계속이다.


제목짓기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