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주노
TO. 사랑하는 당신에게
허겁지겁 달려오는 중인 당신을 떠올리며 또 웃어버렸어요. 급하게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의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하고 또 아름다워서, 이 시간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누적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서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카푸치노가 맛있다는 카페랍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펜을 들었어요. 원래는 더 일찍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편지지는 훨씬 일찍 사두었어요! 예쁘지 않나요? 봉투를 열자마자 감탄해주었으면, 하고 몰래 기대해봐요─, 어쩐지 저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바로 해버리는 쪽인지도 모르겠어요. 펜을 드는 대신 당장에 전화를 걸고 목소리로 전하고 싶은 기분이 지금도 있지 뭐예요. 쓰면서도 혼자 소리 내 읽어버리다가 아연하고 말았는데요, 나중에 이걸 읽을 때 제 목소리도 떠올려주세요.
그래도 지금은 당신을 기다리는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남길 시간이 생겼어요. 오늘을 차근차근 기록해보려고 해요.
어쩐지 카푸치노는 겨울 음료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두꺼운 우유 거품 덕분일까요, 시나몬 가루 덕분일까요. 아쿠스타그램의 후기처럼 커피가 무척 맛있는데 그새 피어버린 목련을 보며 이 한 잔이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카푸치노라는 예감을 해요. 당신이 오거든 맛보여줄 한 모금을 남겨둘게요. 함께 겨울에 안녕하고 봄을 맞이할까요?
편지는요. 오늘이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마음을 확인한 날로부터 어느덧 2주년이 되었다고 해서 쓰고 싶었어요. 지난 주말에 당신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둔 것처럼 특별한 날짜를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서요. 제가 오늘도 얼마나 당신을 좋아하는지 남겨두고, 나중에 이 편지를 다시 읽을 당신이 그때의 기분을 몇 번이고 되새겨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굉장한 야망이죠?
신기하지 않나요. 당신이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서 우리가 연인이라는 형태의 관계로 맺어진 지 벌써 732일째이고 1년을 2바퀴나 돌았다는 게요. 그사이 계절이 달라짐에 따라 집안의 인테리어를 바꾸고 새 옷을 사고 못 보던 반지가 생기고 서툴던 것이 익숙해지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많은 것이 변했겠죠. 예전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당연하게 바뀌어버린 것도 있을지 몰라요. 그런데도, 그럼에도……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이렇게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게 여전하다는 게 때론 스스로도 믿기지 않곤 해요.
이럴 때 저는 또 순진한 소녀처럼 생각하고 마나 봐요. 운명의 상대라든가, 영원한 사랑이라든가. 작년의 저는 무어라고 했던가요? 당신과 무덤까지 함께 들어가는 일마저도 로맨틱하게 여기는 못말리는 고스트 타입 트레이너는 아니었던가요? 그때 아니었다면 지금은 조금,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새 1년 더, 우리의 무덤이 가까워졌는걸요. 어머, 정말 이상한 말을 써버렸네요. 이건 취소예요, 취소!
으응, 사랑이라든지 애정이라든지 love라든지 愛라든지, 이 마음을 표현하는 수백 가지 언어와 표현을 가지고도 100%로 정의되지 않는 이 마음이 조금 흘러넘치고 말았다고 노래가사를 살짝 인용해볼게요. 제가 당신을 많이 좋아해서 그래요. 얼마나 좋냐면요. 월요일이 찾아오는 것도 무섭지 않을 정도로요! 후후.
최근에 굉장하고 놀라운 비밀을 깨달아버리고 말았거든요. 닥쳐올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당신이 있어서 내일이 기다려질 수도 있는지를요. 떠올리는 것만으로 설레는 일,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언제 말했던지도 모르겠는데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다니 신기하기만 하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힘이 되는, 당신은 제게 그런 사람이에요.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에 당신이 있어서, 저는 내일을 향할 수 있어요.
당신에게도 제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주노. 저와 만나는 내일을 기대하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요. 그 이유로 제가 있으면 더 좋고요. 앞으로도 더 웃게 해주세요. 저도 당신을 많이 웃게 만들어줄게요.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의 당신이 행복에 가득 잠기길.
From. 732일 하고도 흘러넘칠 만큼의 사랑을 담아. 당신의 사랑스럽고 싶은 연인이.
2주년에도 편지를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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