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피치럼블

068) 10.10. 그 숲에는 호박 귀신이 산다

천가유 2024. 10. 31. 21:44

이치란으로 [검은 저택의 초대] 테마로 할로윈 합작을 했어요.

 

더보기

 

유아의 사망, 아이를 잃은 부부의 우울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움트자 여자는 옷을 짓기 시작했다. 그 동네에는 남자아이는 3, 5살에 여자아이는 3, 7살에 한번씩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제사 풍습이 있었는데 올해, 아이가 7살 되는 해였던 것이다. 지금부터 짓기 시작하면 가을에 맞출 수 있을까. 팔방미인으로 불리는 여자였지만 바느질에는 영 재주가 없었다. 그래도 예쁜 옷을 지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아주 오랜만에 제 발로 방을 나왔다.

장에 나가 옷감을 골랐다. 모두가 여자를 쳐다보았지만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 누구든 나갔다 하면 인사를 하고 눈이 마주쳤다 하면 웃던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으나 손가락질할 사람 하나 없었다.

아이 옷감은 화사한 꽃분홍색으로 골랐다. 아이가 복숭아색 짐승을 가장 좋아했던 것을 기억해서다. “모모!” 마마나 파파보다 그 발음을 먼저 했을 때 아이의 아빠와 뭐가 문제였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네가 모모 이름을 자주 부르니까.”, 그런 소리나 해대는 남편에게 그럼 이치를 더 많이 불렀으면 애가 이치소리부터 하게?” 답했더니 입을 꾹 다물었더랬다. 그래서 결국 마마와 파파, 어느 쪽을 먼저 뗐더라.

옷감을 떼와 본을 뜨고 자르고 기우고를 꼬박. 아이가 얼마나 자랐을지 직접 몸에 대볼 수 없는 것만이 아쉬움이었다. 그렇게 옷을 다 뜨면 신발을 짓고 신발도 지으면 아, 가을에는 바람이 쌀쌀하니 목도리도 챙길까. 가방도 있으면 좋겠지. 영영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 건지 빨리 오길 바라는 건지 팔자에 없던 바느질 실력만 늘어가며 바깥 공기일랑 하나 모르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어느덧 가을이었다.

야속하게도 가을이었다.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예고도 없이 성큼 다가온 가을에 기분만 조급해졌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조금만 더. 내 발로 나갈 테니까. 누구에게인지 모를 변명을 하며 틀어박히는 기질이 더 강해졌다.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의사는 냉정했다. “계절성 우울증입니다. 이 시기가 좀 그래요. 이럴 때일수록 산책을 권장하고 멜라토닌이 분비되도록.” 그 말에서 도망치듯 어느 날 여자가 뛰쳐나왔다. 도망치고 싶을 때에서야 비로소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다니 스스로가 아연하고 만다.

몇 년째 새것만 같은 신발을 구겨 신고 달렸다. 못 보던 금줄이 쳐진 줄도 몰랐고 아직도 몸이 예전만 같은 줄 알아 금줄을 뛰어넘으려다 우당탕 굴러 흙길에 콧잔등이 눌렸다.

공교롭게도 고개를 든 자리에 깊은 흉이 난 나무 기둥이 있었다.

[이게 그 증거인지 뭔지란 거냐?]

바람 소리에 섞여 기억이 멋대로 되감겼다. 축축하게 젖은 잎과 흙의 냄새, 그 사이를 비집고 꿈틀거리는 벌레의 비린내, 해가 긴 계절의 어느 날, 덥고 습한 공기를 삼키며 그 아이와 둘이서 바로 이 앞에 섰었다.

 

*

 

어때, 이치. 절각참의 전문가가 보기에는?”

누가 전문가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으핫, 미안. 미안.”

평소였으면 아무렇지 않은 농담이었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나빴다. 순순히 사과한 능란은 쪼그려 앉아 나무뿌리부터 날카로운 것이 베고 지나간 흔적이 남은 곳까지 길이를 대강 쟀다. 절각참? 아니면 자망칼?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치이 역시 허리를 구부렸다. 투박한 손가락이 나무껍질을 거칠게 훑었다.

자망칼이다. 아무리 작은 절각참이라도 고작 이 정도 깊이를 내진 않아. 그리고 날이 들어간 각도나 폭으로 보아서 다른 종류의 포켓몬일 것 같지도 않군.”

최악이구만. 아니길 바랐는데.”

백산흑수의 포켓몬이 아냐.”

에이, 알지. 알아. 하지만 그걸 모두에게 납득시킬 수 있냐는 거지.”

…….”

칼자국이 남은 주변으로 말라붙은 검붉은 피를 무의미하게 매만진 사내는 사나운 표정을 하고 허리를 폈다. 저희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냐고 길길이 날뛰고 싶은 판국이었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숨죽여야 함을 알았다. 그게 더욱 짜증스러웠다.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던 숲이 있었다. 깊어질수록 세가 험하고 위험한 포켓몬이 나오기로 유명했지만 숲의 가장자리, 마을을 오가는 길은 일찍이 잘 닦아두어 어린아이라도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안전했다.

그 길은 두 마을의 화합의 상징이기도 했다. 항구를 차지하고 외국의 물건을 이리저리 들여오는 쪽과 평야를 끼고 창고에 곡식을 두둑히 쌓아두는 쪽은, 사이가 좋았다면 더할나위 없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였을 테지만 늘 그렇듯 욕심이 문제였다. 서로 손해보기 싫다고, 조금 더 이득을 보겠다고 아웅다웅하던 것이 몇 대를 걸쳐 마을간의 앙금이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두 마을의 대표가 나서 사람들 보란듯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마을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도록 길을 냈다. 물자가 원만히 오가게 되었고 길을 낸 날을 기념해 축제도 생겼다. 그렇게 차츰 서로 나쁜 기억이 사라지던 중이었다.

그래, 그러던 중이었다.

사고가 발생했다. 하필 어린아이들이 다쳤다.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엄포를 둔 안쪽 숲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야생 포켓몬이 아이들을 덮쳤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저 들어가지 말란 곳에 들어갔으니 아이들에게 더 주의를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친 사이 사고를 두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고를 일으킨 야생 포켓몬이 아랫마을의 포켓몬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아랫마을에서 한때 보호비라는 명목으로 상인들에게 돈을 타가던 한 조직의 포켓몬이라는, 참으로 악의적인 소문이었다.

흰 산과 검은 물, 예부터 그 땅에 터를 잡고 바다가 검게 물들도록 자리를 지켜온 백산흑수는 소문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은 그렇지 못했다. 애초에 그 상처를 낸 포켓몬이 이 근방에서 흔히 보이지 않는 종이라 더 그랬다. 그 위험한 칼잡이 놈들을 누가 쓰냐는 것이다.

누명을 벗기 위해 양 마을에서 대표를 내세웠다. 한쪽은 윗마을 사람들의 덕망을 한 몸에 받는 무가의 딸, 한쪽은 소문의 대상인 조직의 아들. 그렇게 해서 공정한 조사를 나왔으나결과는 그 흔히 볼 수 없는 포켓몬의 짓이 맞다'.

하아, 이제 어쩌지. 엄마에게 뭐라고 해. ‘아 그게 자망칼 짓은 맞는데 이치네는 모르는 일이라는데?’ 택도 없겠다.”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은 채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내는 능란을 한심하단 듯 내려다보면서 이치이 또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제 집안이라면 그럼 증거를 조작해야지, 아들. 그 정도도 몰라?” 같은 말을 하려나. 아무튼 돌아가는 걸음이 무거웠다. 문제의 자망칼을 잡아서라도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으나 포켓몬이고 사람이고 샅샅이 풀어도 잡히질 않으니 정말 누군가의 포켓몬이든, 아니면 사고를 친 뒤 겁에 질려 숲을 떠났든 모양이었다. 인간 친화적인 이 숲에서 피 냄새를 묻힌 포켓몬이 오래 머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움직이지 못한 게 잘못이었다고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아쉬움뿐이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두 사람은 일단 돌아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너는 걱정이 있을 때면 얼굴이 한층 더 험상궂어서 무서워진다니까.”

남의 얼굴에 대한 훈계는 집어치워.”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되먹은 얼굴이다. 짜증을 내며 사내는 저 태평하기 짝이 없는 낯짝을 조금은 부럽다고 바라보았다. 어떤 신경줄이면 저런 표정이 나오는지. 저와 똑같이 구겨진 표정이나 지으면 좋겠다고 악당 같은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났다.

진실로 말하건대 정말 하나뿐인 친구에게 얼굴 구길만한 일이 생기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소원을 이뤄준다는 망키의 손이 엉뚱한 작용을 하듯 스쳐 지나간 생각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

 

가을 숲은 건조하면서 눅눅하다는 이중적인 냄새가 났다. 바람은 서늘하고 건조한데, 떨어진 낙엽 아래 흙은 미약한 온기를 머금고 있어서 땅이 호흡하는 따스한 숨이 바람과 섞일 때 가을 특유의 향이 퍼졌다.

가을 특유의 향 사이로 달달한 향도 섞여 있는 걸, 흙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다 알아차렸다. 낙엽 위로 사탕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익살스럽게 웃는 호박 모양의 호박색 사탕, 아니 호박엿?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주워 들고 일어났다. 강제로 느려진 걸음 덕분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몇 년, 사람이 오가지 않았다고 숲은 빠르게 인간의 발자취를 지웠다. 덕분에 익숙했을 길이 도통 익숙하지 않아 어디가 어딘지 한참 헤맸는데 그러다 공교롭게 도착한 곳은 공터였다.

한때 깨끗하게 풀을 정리하고 흙 위로 돗자리를 깔았던 자리가 지금은 잡초로 무성했다. 그러니까, 이 자리가 왜 풀은 뿌리까지 뽑혀서 돗자리가 깔리고 머리 위로는 천막이 드리워 색색의 비단을 연처럼 흩날리고 있었느냐 하면 가례 때문이었다.

잡초 사이를 헤치고 가운데 우뚝 선 여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리번거렸다. 누가 보면 광증이 온 줄 착각할 법한 기행이었으나 이리 고개를 돌리고 저리 돌리고, 알아보지 못하게 된 풍경 속에서 기억을 더듬어 기어코 무언가 찾아낸 여자가 걸음 수를 헤아려 어느 한 곳으로 갔다. 거기 쪼그려 앉으니 네모반듯하게 깎인 비석이 있었다.

[비석은 무덤에 세우는 거 아니었냐.]

[아니이, 위대한 업적을 만들면 세우기도 하잖냐니까.]

[이게 어디가 위대한 업적이야?]

[업적이고 말고. 두 마을의 화합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크흑. () 로미오와 줄리엣, 바로 그거 아니냐니까.]

혼례를 위해 힘준 화장이 묻지 않도록 우는 척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이에 평소라면 헛소리.”하고 일축했을 녀석이 웬일로 잠잠하기에 곁눈질을 하자 평소보다 조금 더 심각한 표정을 한 남자가 있었다. 그러니까, 평소에도 늘 심각하고 험상궂은 낯이지만 거기서 8%쯤 더 좋지 않은 얼굴이란 뜻이다.

새신랑의 표정으로는 영 꽝이었다.

[……그만둘 거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에엥?]

새신랑이 할 말도 아니었지. 생긴 거랑 다르게 섬세하다니까. 또 다정하고. 추억이 떠올라 입안으로 낄낄거리는 웃음이 굴렀다. 아직 웃을 수 있었나. 제 소리에 제가 놀란다. 그 사이 테이프를 거꾸로 감듯 더는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공간 위로 기억이 덧씌워졌다. 가장 시끄럽게 웃고 떠들던 날이었다.

 

*

 

중요한 건 증거가 아니라 구실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구실을 없애기 위해선 그보다 더한 명목이 필요하지.”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그래서 이보다 좋은 명목이 없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아 그러니까!! 이게 대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니까. 봉창 두드려? 뭣 땜시 부란다 다리 긁는 소리나 하는 거냐구.”

백반집 만파식적의 호화로운 만찬을 앞에 두고 젓가락 한 번 제대로 대지 못한 채 능란과 이치이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부모들을 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죽이 잘 맞아 척하면 척, 저희들은 하나도 못 알아들을 소리를 하는 걸까. 그래, 뭐 당신들끼리의 이야기면 상관없다. 우리랑 관계없으면 밥이나 먹어야지.

너희 둘 결혼해라.”

!”

, 더러워. 이치.”

말 끝나기 무섭게 이치이가 막 입에 넣은 걸 뿜었다. 반사적으로 그를 비난하면서도 능란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방금 들은 말이 진실인지 귀를 툭툭 두드리면서 아~ 이거 이상한데. 능청을 떨었지만 그런다고 어른들은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 사건 이후 그럴듯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간 윗마을은 아랫마을로 쳐들어갈 것만 같았고, 아랫마을은 아랫마을대로 대우가 억울해 서로간의 억하심정이 해소되는 길 없이 흉흉해져 가고 있었다. 왜 친해지기까진 30년이 걸렸는데 망가지기는 3개월도 걸리지 않는 걸까. 시급한 해소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호시탐탐 모여서 암중모색하던 어른들이 어느 날 합의를 보았다며 둘을 불러다 앉혀놓고, ‘그 말을 한 것이다.

이미 배도 맞은 사이라며.”

으악!!!!”

, 시끄러워! 그러면 인정하는 꼴이잖아, 바보가!”

바바, 방금 네 입으로도 시인했잖아. 멍청아!”

사이는 좋아 보이니 다행이군.”

이게 어디가!?”

부부는 그 정도가 좋아.”

, 부부요? 부부? ?”

자식들의 의사 따위 뒷전이었다. 뒷전이 뭐야. 뒤의 뒤의 뒤에도 없어 보였다. 밥맛이 싹 사라진 자식들을 무시한 채 한 잔씩 술을 나누며 어른들의 분위기만 무르익었다.

, 그럼 혼례 날짜는 언제가 좋겠습니까. 사돈.”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급하게 한다고 허술하게 준비하진 않겠습니다.”

하하, 이거 믿음직해 좋군요.”

이쪽이야말로 말이 통하니 걱정이 없습니다.”

장소는 어떻게 하고 규모는 어쩌고, 폐백이 이렇고 혼수는 저렇고, 신혼집은 어디에 지어줄지까지 분명 자기들 이야기인데 당사자가 낄 자리가 도통 없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펄쩍 뛰고 소리쳤지만 쥐뿔도 받아주지 않은 게 쓰라린 현실이다.

쿠우류우 이치이, 사내가 되어서 어디 책임을 회피하려 그러느냐.”

노친네가 벌써 노망이 났나. 미칠 거면 혼자 곱게 미치지 이게 뭐 하잔 거야.”

충격적인 패륜 발언에 능가의 모두가 그쪽을 쳐다보았다. 정작 당사자는 턱을 문지르며 능글맞게 웃을 뿐이었다. “나는 내 아들이 하도 여자를 돌보듯 보길래 불능이면 어쩌나 했어.” 다시 한번 폭탄 발언이 떨어지고 이치이의 목에 핏대가 서자 능가 모두 고개를 돌렸다. 가족 싸움엔 끼는 게 아니다.

에휴, 이 기집애 어떻게 시집 보내나 했는데 잘 됐지.”

하나뿐인 딸에게 할 말이야, 엄마?”

아니, 우리가 배가 맞든 입이 맞든 그거의 어디가 지금 이 결혼이라고 하는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이 되냐고. 길길이 날뛰는 능란의 옆에서 입은 안 맞았다. 예비 신랑이라는 놈은 도움이 안 되는 정정이나 했다. 뒷목을 잡고 넘어가려고 하자 너 넘어가봤자 무르진 않는다고 어머니가 맞나 싶은 냉정한 답이 들려왔다.

대체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냐고 억울해하자 내내 서글서글하게 웃던 능가의 아버지가 나섰다.

두 마을의 사이가 나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선포란다.”

선포요.”

그래. 설마 아이를 해친 집안에 고명딸을 시집보낼까. 그리고 이런 의심이나 받아가면서 아들의 짝으로 그 마을 사람을 받아들여줄까. 너희의 결혼은 양쪽 마을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협약이 될 것 같구나.”

아니, 아빠아…….”

그렇다고 딸래미를 팔아 넘겨유? 이해가 땅에 떨어지자 그걸 주울 기운마저 잃어버린 채 능란이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시들해졌다. 소중한 딸을 보듬어 다독이며 그 아비는 애석한 듯 웃었다.

혹시 도저히 결혼할 수 없는 숨겨둔 남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말하고.”

, 그런 거 없어요!”

그럼 문제없구만.”

하아!!!”

그러게 이 아가씨야, 남의 집 담을 넘을 땐 더 조심을 했어야지. 이제 서방댁이 될 테니 현관으로 당당히 들어오시게나.”

! , 사장님!”

어허, 아버님이라고 불러야지.”

호랑이 같은 아들을 두고 그의 아버지는 꼭 뱀 같은 사내였다. 가늘게 뜬 눈이 능글맞게 휘었다. 엄한 척 말했지만 사실은 재미있어서 즐거워 보이는 게 빤했단 뜻이다. 미치겠네. 능란이 양갈래로 길게 늘어진 머리를 쥐어뜯으며 쓰러졌다. 먼저 말문이 막힌 친구ー비록 배는 맞았지만 입은 맞추지 않은를 힐끔 본 이치이가 반격에 나섰다.

보여주기식의 화합이라면 꼭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요즘 너희 때야 자유연애니 사랑이니 하지만 본디 결혼이라는 건 개인의 중대사가 아닌 법이다. 가문 대 가문의 결합이지. 이치이, 이건 네 개인의 의사를 묻는 문제가 아니다. 백산흑수의 5대째로서 가문을 지키기 위한 일이야.”

……알겠습니다, 두목.”

호칭이 바뀐 것으로 불만과 반항을 한입에 담았지만 상황을 뒤집을 것은 못 되었다. 칼침이라도 놓을 게 아니고서야 가려울 것도 없는 시선이었지만 말이다. “요즘 너희 식으로 말하자면 이혼이 흠이 되는 시대도 아니지 않느냐. 3년 같이 살다가 영 안 맞겠다 싶으면 이혼해도 뭐라 안 하마.”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들으며 두 사람은 그렇게 본인들 의사는 한톨도 반영되지 않은 혼례를 올려야 했다.

 

길일을 골라 유독 맑고 쾌청한 날이었다. 아무리 서둘러 준비한다고 해도 결국 계절 하나 지나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오히려 며칠 내리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위에서 치러지는 혼례는 마치 두 마을의 관계가 이 밟지 않은 새하얀 눈처럼 영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징하듯 보기에 좋았다.

마을 잔치가 몹시 성대했다. 그간의 울적함과 긴장감을 날리듯 음식이 끊이지 않고 나왔고 꽹가리와 북과 장구 소리가 흥겹기도 했다. 마당놀이꾼을 불러 줄타기 무대를 보이고 두 사람의 뒤로 연지곤지 찍은 화동들이 한겨울에 만개하게 키운 꽃을 뿌렸다.

그때 처음으로 입도 맞추었다. 그야, 결혼 서약을 하면서 어떻게 맨입으로 갈까.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그 말도 안 되는 서약에 그러겠노라 답을 할 때는 어떤 기분이었더라. 나 너무 좋아하지 말아라. 그런 우스갯소리도 못한 채 서로 뻣뻣하게 서 있던 기억뿐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억이었다. 떠밀리듯, 마을의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처럼 치른 혼례였지만 정말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었는데…….

 

*

 

결혼기념일이면 눈 쌓인 이 공터로 와서 함께 비석 찾기 놀이를 했다. 비석 옆에 눈사람을 두 개씩 만들어놓은 사진이 4, 세 개 있던 사진이 1. 그 뒤로는 공터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비석이 덮일 때까지 남은 것이 없었다. 아니, 비석 옆에 톡 하고 굴러가는 사탕만이 남았, 또 사탕?

익살스럽게 웃는 호박과 눈이 마주친다. 그러나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굴러가는 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한겨울만큼은 아닌 서늘한 바람이 여자의 등을 떠밀었다.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긴다.

여기서부터는 아는 길이었다. 아무리 나무가 자라고 풀이 덮여도 잊어버릴 수 없는 길. 차라리 기억 속 풍경과 같지 않아 다행이었다. 차라리 낯설어서, 그리움이 희석되어서.

꺾이지 않고 자란 풀들을 짓밟으며 걸었다. 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당초의 마음은 잊어버린 채.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저 앞으로 검은 저택이 보였다.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양식의 건축물이었다. 배를 타고 건너 온 다른 지방 목수를 불러다가 지었더랬던가. 완전히 양옥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옥도 아닌 애매한 형태는 바로 그 집에 살게 된 신혼부부 사이를 나타내는 것도 같았다.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사이에 끼워진 그들 말이다.

하지만 예쁜 집이었다.

이런 곳에서 우리가 산다고?’하는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히죽히죽 웃음이 나올 만큼 꽤 예쁜 집이었다. 19세기 빅토리아에서 유행하던 양식이네 어쩌네 하는 포치(porch)를 지나 현관을 들어가면 좁은 복도를 지나 바로 탁 트인 거실이 보였고 거실에서 한 칸 더 들어가면 주방이 있었는데 국적을 알 수 없는 양식이 미와 효율을 섞어놓아 뭔지 모르겠지만 그럴듯해.’라는 말이 나오게 해주었다.

부모님들의 의뢰였다. 어느 한쪽 마을 편을 들 수 없으니 겉은 아예 동떨어진 식으로 만들고 안쪽은 애들 살기 편하게 해달라는 정성 갸륵한 애정의 완성이다.

그렇게 공들여 꾸민 곳이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게 되자 순식간에 버려져 세월을 함뿍 맞아버렸다. 검은 칠을 한 지붕은 무너지고 부서진 데다 기둥은 상해서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았다. 창은 죄 깨져 덕분에 난도질 된 커튼이 바람을 맞으며 휑한 것을 보니 이유가 예상은 되었다. 야생 포켓몬들이 습격을 했거나 태풍이 몰아쳤거나 둘 다거나.

파탄이 난 꼴이 꼭 우리 모습 자체네.

폭탄이라도 떨어졌나.”

그래, 꼭 폭탄이라도…… ?”

누가 꼭 저와 같은 생각을 입밖에 내주었다. 따라온 자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야 없었겠지. 그는 저와는 반대 방향에서 왔을 테니까.

얼마 만이더라. , 그래. 2년쯤 됐나 보다. 아니면 그것보다 조금 더 됐거나. 얼굴에서 세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치, 너 늙었구나. 농담을 하려거든 여자야말로 거울을 보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할퀴어 간 자국이 선명했으니.

왜 우리의 시간이 거칠게 지나가야만 했는지 떠올리고 나면 차게 식어버릴 농담이었다.

사내는 떫고 단단한 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자의 시답잖은 농담 하나에 발끈하고 감정을 숨길 줄 모르던 청년의 흔적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한 입 베어 물면 퉤 뱉어버리고 말 쓴맛, 딱딱함이 배어 있었다. 노안은 서른부터라더니 너 이제야 제 나이 같다.

그러는 여자는 어떻지. 달라졌을까? 정말이지 마지막으로 거울을 본 게 언젠지 떠오르지 않아 새삼스럽게 제 얼굴을 더듬었다. 손바닥에 묻은 흙과 풀이 그대로 얼굴에 문질러져 실소가 흘렀다.

잘 지냈어?” 아니면 여긴 어쩐 일이야.” 통상적으로 나올 인삿말이 몇 개나 있었지만 어떤 것도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애당초 마지막으로 그와 대화를 나눈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미안하다. 미안해. 그러니까, 내 탓을 해.’

글쎄, 하나도 없었다.

어색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 쪽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입에 풀이라도 바른 것처럼 딱 다물어져서 열리지 않았다. 이대로 서로를 보지 못한 척 돌아가는 게 제일일 것 같았다. 그 역시, 보라. 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가 아니던가.

,

바닥에 익살스러운 호박이 굴러떨어졌다. 두 사람의 가운데에 절묘하게도. 반사적으로 그것을 줍기 위해 움직였다. 상대도 따라 움직이는 걸 보지 못하고 손이 어설프게 스치는 순간, 끼이이이익 하고 마치 비명소리 같은 경첩음과 함께 망가진 저택의 문이 열렸다.

바람결에 사탕이 현관 포치까지 떼구르르 굴러갔다. 누가 봐도 두 사람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 그제야 떠올랐다. 왜 여기까지 미친 여자처럼 달려왔는지.

[저기, 금지된 숲에 흉가가 있대.]

[거기서 귀신이 나온다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했어! 무서워!]

두고 온 제 아이를 만나러 왔다.

 

*

 

나두 모모 가질래!”

아니, 글쎄에. 사랑하는 딸아, 모모는 갖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란다.”

가질래!”

모모는 살아 있는 생명이고, 모모에게도 자유 의지라는 게 있고.”

가질래!”

아오, 아빠 어딨어!”

까만 머리카락, 잘 익은 과실색의 눈동자, 뺨은 오동통하여 늘 상기되어 있고 눈 깜짝할 새 자라는 아이를 위해 옷자락은 몇 번이나 접어둔 것이다. 어깨가 남는 옷을 허리띠로 꽉 조이고 아이가 두 다리에 단단히 힘을 줬다.

3살을 지나 그야말로 미운 네 살의 절정을 찍고 있는 두 사람의 딸이었다. 말은 어찌나 잘하는지 애랑 입씨름을 하다가 지는 것도 일상이다. 그걸 한탄하고 있으면 남편이란 녀석은 도움이 안 되게, “유창한 게 엄마를 닮았잖아.” 같은 소리나 해댔다. 덤으로 "급할 때만 아빠 찾지 말라고." 이런 소리도 했던가.

그럼 급할 때 찾지 언제 찾으란 거냐구.”

거냐구우.”

너는 엄마 따라 하지 말고.”

말고!”

따라하기인가?”

따라하기인가?”

여자를 닮은 복숭아색의 눈을 댕그랗게 뜨고는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던 아이가 그러다 몸까지 같이 갸우뚱 기울어졌다. 이래 봬도 아직도 가분수인 것이다. 옆으로 넘어가려는 아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세워주며 남자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왈가닥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담긴 한숨이었다.

슬슬 자기 포켓몬을 가져도 될 나이 아닌가.”

이르지 않아? 모모나 히노테가 워낙 순한 애들이니까 망정이지, 히노테처럼 탈모가 생길 정도로 털이 뽑히고도 불 한 번 내뿜지 않는 블레이범이 어디 또 있겠냐구.”

탈모까진 아냐.”

그새 새까만 털이 듬성듬성해진 것 같은 블레이범은 제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잠시 들었다가 다시 노곤하게 몸을 웅크렸다. 부모가 다 있는 지금이야말로 자기가 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공동육아 중인 포켓몬의 비애다.

저 손에 볼이 잡히기나 하겠냐고.”

능란의 가리킴에 마침 나나의 빈 볼을 발로 뻥 차는 딸아이의 모습이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모크나이퍼가 황급히 제 볼을 찾아 날개짓을 한다. 해맑게 웃는 아이의 손은 남자의 손의 반의 반이나 될까 했다.

아직도 저렇게 작단 말야? 갓 태어난 핏덩이를 보고 놀란 나머지 한동안 갓난쟁이의 근처로도 오지 못했던 이 서툴고 요령 없는 아비의 불안증에 다시금 자각이 들 것만 같았다.

그럼 조금 더 커서직접 볼을 쥘 정도가 되면 그때 포켓몬을 사귀게 해줘야겠군.”

설마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몬스터볼만 덜렁 가지고 무작정 던지고 맞히고 오라고 시킬 건 아니지?”

안 되나?”

애 얼굴에 자기 같은 스크래치를 만들어주려고.”

아니, 이건. 꼭 그런 게 아니라

스크래치이~?”

아빠 얼굴에 난 이거 말이야. 우리 딸, 아빠 같은 이런 거 갖고 싶어?”

너는 애한테 왜 쓸데없는 걸 물어보는!”

시러!”

머리 위로 해머라도 떨어진 것 같은 남편의 반응에 여자가 짓궂게 웃었다. 엄마가 웃으니 아이도 따라 웃어 웃지 못하는 건 남자뿐이었다.

쪼글쪼글한 핏덩이를 벗어나 아이의 이목구비가 조금 뚜렷해지자마자 양가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속설이 맞았는지 어디로 보나 아비를 닮은 얼굴이었던 것이다. 여자애가 이렇게 험상궂어서 어쩌냐고 장난스런 할머니 할아버지의 농담에도 불구하고 어린 부부는 따라 웃지 못하고 심각해 했었다.

[나중에 애가 커서 왜 이렇게 낳아줬냐고 비뚤어지면 어쩌지?]

[이렇게 생긴 게 내 탓이냐? 내 탓이야?]

[그러게 이치가 조금만 더 순하게 생겼어도]

[그러는 네 지분도 반절은 있는 거잖아, !]

그러나 어떻게 생겼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제 새끼였다. 신기할 정도로 아이는 그들 눈에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물론 양가 어른들이 오냐오냐 키운 탓인지 한번 고집을 부리면 아르세우스가 와도 해결하지 못할 것처럼 막무가내였지만 아무렴 소중했다.

처음 눈을 마주치고 웃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했을 때 사내는 집안의 모든 떨어질만한 것들을 치우고, 아이 높이의 모든 곳에 쿠션을 끼우겠다고 유난을 떨었다. 태어나 맞이한 첫 번째 생일, 돌잡이를 시키며 '전부 만지고 가잖아. 우리애가 팔방미인인 게 아닐까?' 여자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해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만 세 살, 시치고산의 첫 번째 분기점. 병아리 같은 옷을 입혀놓고 함께 신사까지 나들이를 다녀왔다. 부모 품에 안겨 눈 쌓인 신사만 방문하던 아이에게 제 발로 오르는 신사는 각별한 특별함을 안겨주었다.

아이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한다는 길쭉한 사탕을 손에 쥐고 바스락, 바스락 발 아래 부서지는 낙엽 소리가 어떤 음악보다도 흥겨워 빙글빙글 춤을 추던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던가. 느껴본 적 없던 생소한 감정 앞에서 황망하게 미아처럼 서 있을 때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렇게 아이에게, 집에게, 가정에게 애착을 느끼게 될 줄 몰랐던 계약관계의 부부는 더 이상 관계의 시작을 논하지 않게 되었다.

평생 함께할 결심은 없었지만적어도 능란은, 상상력 풍부하고 계획성 좋은(칭찬이다) 남편은 어땠는지 모른다헤어질 이유도 마땅히 없었다. 모든 부부가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지만 신의로 맺어질 수는 있는 법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이 모레가 되도록 일수가 차오르다 보면 그게 평생이 되는 게 아닐까. 우리 평생 같이 살면 되지 않을까. 우리 셋이.

난데없는 결혼에 미심쩍은 눈을 하던 사람들도 세 사람의 화목한 모습에 의혹을 풀었다. 한번 응어리가 풀리고 난 뒤엔 서로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얼굴 붉히는 일도 사라졌다.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다.

비극이라는 두 글자는 그러나 실로 자연재해와 같아서, 난데없이 내리는 소나기를 인간의 힘으로 어찌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모래성의 한 귀퉁이가 무너지듯 그간 쌓아 올린 삶이 한순간에 무로 돌아가도록 무력감이 덮쳐왔을 때,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

 

팔방미인 같은 말 하는 게 아니었나 봐. 우리 마을에선 그 말이 미움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쓰이는데, 너희 마을에선 반대로 나쁜 뜻으로 쓰인다는 걸 늦게 알았거든.”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단 것쯤 여자도 남자도 알았다. 한 마디 부정할 법도 했으나 남자의 침묵은 무거웠다. 어차피 부정이나 위로를 바라고 꺼낸 말이 아니었다. 여자가 목 안으로 웃었다.

사탕도 그래. 그 길쭉한 사탕, 그거 깨트리지 말고 먹어야지 오래 산다고 했는데 그 애는 받자마자 휘둘러서는 산산조각이 났잖아.”

전부 다 미신이다. 과한 의미부여일 뿐이다.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위로를 바란 게 아니었어. 부정을 바란 게 아냐. 내 말이 맞다고 해. 그게 다 전조였다고, 불길한 증거였다고, 그래서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천치라고.

여전히 남자의 침묵은 무거웠다. 어쭙잖은 위로가 나오기보다는 나았다. 그래, 침묵은 긍정이라잖아. 홀로 듣고 싶던 말을 주워가려던 여자는 문득 그의 표정을 발견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런 건 다 미신이야.”

남자는, 듣고 싶지 않던 그 말을 스스로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혀를 차며 그가 고개를 돌렸다. 들어봤자 하등 도움이 안 되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한 여자도 비소를 입에 걸었다.

여기, 귀신 나오는 집이란 소문이 돌더라.”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가 듣고 있는 걸 알았다.

어린애들은 모르잖아. 왜 이 숲이, 출입이 금지된 건지. 그래서 흉가 체험을 하자고 몰래 들어가 보자고 왁자지껄 떠드는데……

──그 말을 듣고 있었더니 참을 수가 없어서 뛰쳐나온 거야. 깊은숨을 토했다.

우리집이잖아. 그 애랑 너랑 내가 살던아끼던소중한 집인데, 그런 취급 받는다는 게 갑자기 견딜 수 없어서, 그래서…….”

미동도 하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먼저 손을 뻗었다. 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능란은 그제야 숨을 삼킬 수 있었다.

너는?”

너는, 여기 왜 왔어?

바람이 침묵을 갈랐다. , 하고 사탕이 또 굴러왔다. 장수를 바라고 복을 기원하는 길쭉한 사탕이 아니라 호박 모양의 그것이다. 이 사탕은 어디서 누가 떨어트리고 있는 걸까.

보고 싶어서.”

사탕을 줍는 너른 등의 아래에서 갈라진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등이 유난히 힘없어 보였다. 저 덩치에 가당치도 않게,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그래, 뿌리가 잘려 속이 곪아 썩어버린 사목(死木)처럼 말이다.

그래서 왔다.”

온기 한 점 깃들지 않은 버석거리는 음성이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타성에 젖은 숨만 뱉어내는, 여자와 다르지 않은 꼴. 그때, 그런 남자가 뻗은 손 위로 자라다 만 단풍잎 같은 손이 포개졌다. 떨리는 눈이 앞을 향하자 그들의 아이가 거기 서 있었다.

하나도 자라지 않은 모습을 하고.

나도 보고 싶었어!’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이가 그들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이의 부름을 거부할 수 있는 부모란 없었다.

오늘은 할로윈, 1년에 한 번 망자가 돌아오는 날. 문이 닫히는 저택 바깥으로 할로윈의 포켓몬들이 축제로 흥겹게 떠돌았다.

 

*

 

아이가 죽었다. 5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의 생일을 두고 이번에야말로 포켓몬을 주네 마네 부부가 매일같이 입씨름을 하던 중이었다.

숲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저 불운했을 뿐이다. 시시콜콜하게 책임을 묻고 따지자면 죄인이 아닌 이가 없다. 그러니 단지 운이 나빴던 것이라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정말?]

그런 말로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니, 내 책임이다. 전부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신이시여. 아이를 대신해 차라리 저를 데려가세요.

아이가 죽었다. 야속하게도 저를 대신 데려가 달란 말은 통하지 않았다. 고사리 손에 볼 한 번 쥐어보지 못하고 대신 어미아비의 손을 잡은 채 눈을 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사흘 밤낮을 울부짖던 여자는 아이의 장례식에도 온전히 참석하지 못했다. 어미를 대신해 혼자 모든 일을 책임진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였던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118cm, 21kg. 나이치고는 컸던, 그래도 부모에겐 조그맣기만 하던 몸이 재만 남았다. 품 안에 안는 대신 한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아내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여자는 허공을 응시했다. 아이 뛰어다니는 발소리로 시끄럽던 집안이 적막뿐이었다.

여자는 종종 잠에서 깼다. 아니면 잠에 들지 않은지도 몰랐다. 애가 울어, 이치. 애가 깼나 봐. 왜 안 자고 뛰어다닌담. 쟤는 참 기운도 좋다니까. 정신 나간 여자처럼 중얼거리며 아이의 방이며 복도를 배회했다. 그러면 마찬가지로 잠들지 못하던 남자가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그러다 기절해 쓰러지는 아내를 부축하기 위해서.

아이의 몸무게만큼 살이 빠졌다. 둘이 합쳐서 꼭 21kg. 눈물은 유골함을 가져온 날부터 그쳤지만 무엇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버석거렸다. 그런데도 살기 위해 아득바득 먹기야 했다. 비어 있는 아이 의자를 보지 못해 치워버리고 둘뿐인 식탁에 앉아,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야 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20살에 처음 만나서 같이 산 게 어언 8, 첫 만남부터 지지리도 맞지 않아 싸우길 반복하던 사이였다. 생각하는 건 어째 서로의 반대, 행동도 반대. 여자가 속을 살살 긁으면 남자가 울화통이 터지고 남자의 분노에 여자는 마주하는 대신 회피하고 그럼 쫓아가 잡고, 다시 싸움.

악우였다. 하지만 벗이었다. 맞지 않는 두 조각이 서로 살을 부비며 깎이기라도 했는지 차츰 맞아들게 된 두 사람은 어느덧 얼굴만 보아도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읽어내게 되었다.

그래서 말이 필요 없었다. 입을 여는 순간 서로가 쏟아낼 말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에 대해 상대가 해줄 뻔한 말을 알았다. 듣고 싶지 않았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었다, 아니 사라졌다.

종종 여자는 입을 열고 싶었다. 남자에게 해줄 말이 있었다. 해줘야 하는 말이 있었다.

[슬퍼해도 돼, 이치. 울어도 돼.]

[네 감정을 죽이지 마. 속에서 썩이지 마.]

[함께 애도하자.]

그러나 할 수 없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슨.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고개 숙이기를 반복, 그가 먼저 고개를 피한 탓이다. 눈을 마주쳐오지 않았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이 얼마간 내팽개쳐졌을 때 친정에서 찾아왔다. 내 딸을 데려가야겠네. 장모님의 말에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뒤, 남자도 본가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집은 비고 숲에는 금줄이 쳐졌다. 아이 잡아먹는 숲이란 악명이 붙으면서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게 되었다. 세 사람의 추억으로 가득하던 공간이 저주 받은 공간으로 바뀌게 되기까지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이혼은 하지 않았다. 이혼이란 것도 결국 관계의 완결이다. 아무것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는데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시간은 그렇게 멈췄고, 흐르지 못해 고였고, 썩었다.

상처 위로 딱지가 앉고 굳는 동안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운 기억을 꽁꽁 봉인한 채로 밀어 넣기만 했다. 모두 그 상처에 함부로 닿지 않도록 조심했다. 합심해서 아이의 부재를 입에 담지 않았다. 촌극이었다. 여자는 배려받았고 보호받았지만, 그것이 결코 나아지는 길은 아니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문득 떠올렸다. 묵혀두었던 추억의 한 조각이다.

[엄마, 나 이거 또 언제 입어?]

[맘에 들었나 본데.]

[이거 입으니까 사탕도 주고 어른들이 다 예쁘다고 해!]

[염불보다 잿밥이구만.]

[잿밥~ 이 뭐야?]

[어어, 그래. 이번이 3살이었으니까 다음이 7, 4년 뒤네.]

[4년이 뭐야?]

[, 그러니까천 밤 자고 거기에……]

그러면 아이는 또 해맑게 천이 뭐야?” 하고 묻는 것이었다. 이럴 때 여자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빠한테 물어봐.” 남자가 소리쳤다. “뭐만 하면 나냐!” 그날부터 아이는 정말로 4년 뒤를 기다렸다. 그 조그만 게 돌아서면 까먹을 줄 알았는데 잊지도 않고 꼬박꼬박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다.

누굴 닮아서 집념이 강한지. 기어코 2년을 채워 이제 반 남았다고 환호하던 날, 부부는 7살 시치고산이 지나면 아이에게 포켓몬을 안겨주자고 약속했다.

[7살이 되면 새 옷을 입고.]

[네 포켓몬도 만나는 거다.]

[우와, 너무너무 좋아. 행복해!]

다시 2년이 흘렀다. 고개를 들었더니 봄이었다. 아이와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는 옷을 짓기 시작했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

 

그렇게 갑자기 오늘이 닥쳐왔다. 1031.

어쩌지, 옷은 두고 왔는데.”

신사 가는 날은 오늘이 아니잖아. 아직 열다섯 밤 남았어!”

날짜도 잘 세고 똑똑하네.”

그러엄, 누구 자식인데.”

우쭐거리며 가슴을 내미는 모습에 남자 입에서 피식, 실소가 흘렀다. 커다란 손이 아이 머리 위로 떨어져 벅벅 쓰다듬는다. 기억 속의 그 높이였다. 역시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웃었고, 종알거렸고, 팔다리가 움직였다.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귀신에 홀렸다 한들 어쩔 것인가. 거부할 수 있을 리 없다.

아이와 집안을 거닐 때마다 부서지고 무너져, 먼지 쌓였던 집안이 추억을 덧입었다. 가을을 맞아 바꾼 식탁보, 아이가 꺾어온 코스모스가 한 아름 꽂힌 화병, 여자가 살구씨에 우유를 넣고 끓여 달콤한 후식을 만드는 동안, 아이의 입에는 씨를 발라낸 살구를 입에 넣어주던 그리운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호두와 잣, 아몬드 등을 볶아서 물엿에 졸이고 굳힌 강정, 한천으로 응고해 차갑게 식혀 먹는 행인두부, 가을은 고소하고 달콤한 먹거리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호박엿도 물론 빼놓을 수 없었다.

호박엿을 먹다 이가 뽑혀 나왔다던 여자의 발언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겁먹던 아이와 그 틈에 낼름, 아이의 강정을 먹어버리던 남자. “아빠 이빨은 이런 걸로 안 뽑힌다.” 그렇게 말하다 주먹 쥔 아이 손에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커다란 나무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밤공기를 맞으며 목욕을 했다. 서로가 서로의 머리칼을 말려주고 따끈따끈한 볼을 한 채 툇마루로 나왔다. 추억의 테이프를 재생하듯 기억 속의 하루와 같았다. 마지막은 함께 가을 보름달을 감상하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이호를 꺼내든 여자가 줄을 눌렀다. 2년 사이 손가락이 완전히 굳어 뻣뻣한 연주가 흘렀지만 아이는 손뼉 치며 즐거워했다. 뻣뻣한 건 여자의 손가락만이 아니었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그저 무섭게 입매를 굳힌 남자의 무릎에 아이가 덥석 누워 히죽거렸다. 그 낯이 제 어미를 똑 닮아 어쩔 수 없이 남자도 표정을 누그러트렸다.

오늘 즐거웠다, 그치.”

그래…….”

나 궁금한 게 있어, 아빠.”

그래.”

어떤 포켓몬을 주려고 했어?”

여자가 옷을 지었듯, 남자의 집에는 빈 몬스터볼이 유골함 옆에 놓여 있었다. 몬스터볼의 표면에는 아이가 직접 붙인 씰이 반짝였다. 한 글자, 한 글자 자기 이름을 기억해 붙인 것이다. 앞으로도 그것은 안이 텅 빈 채일 테지.

잠시 목이 메는지 울대가 떨리던 남자가 이윽고 서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직접, 잡아야 의미가 있지. 어떤 녀석이라도 좋으니까너를 지켜줄 만한.”

히노테처럼 다정하고 텟코우처럼 강인하고 소라타처럼 용감하고 그런 포켓몬?”

……그래.”

그렇구나~”

남자의 무릎 위를 데구르르 구르며 아이가 발을 동동 굴렸다. 어떤 포켓몬을 만났을까. 요쿠보처럼 귀여운 애가 좋은데! 아이의 말에 그 성질머리를 네가 감당하려고? 저도 모르게 남자가 중얼거리기도 했다. 글쎄, 둘 다 한 성깔 하니까 오히려 좋은 파트너가 됐을지도. 여자가 웃음기 섞인 답을 주었다. 그사이에도 연주는 계속되었다.

아버지와 딸은 그 뒤로도 한참 포켓몬 끝말잇기를 했다. 이 포켓몬은 이래서 좋고, 저 포켓몬은 저래서 좋고, 만난 적 없는 상상 속의 포켓몬까지 무궁무진했다. 그럴수록 남자는 두고 온 볼이 자꾸만 떠올랐다. 2년이란 시간 속에서 하나도 자라지 않아, 여전히 볼을 쥐기엔 작기만 한 그 손을 곁눈질하며.

어째서 이 아이에겐 미래가 없는 걸까.

있잖아.”

속내를 읽히듯 불시의 부름에 남자가 한 박자 늦게 답했다.

……, 그래.”

뺨을 복숭아빛으로 물들인 아이가 두 사람에게 팔을 뻗으며 활짝 웃었다.

나는 엄마아빠가 너무 좋거든.”

엄마도 그래.”

……아빠도.”

세상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는 얼굴로 아이가 부모의 품에 매달렸다. 두 사람의 목을 끌어안고 뺨을 부볐다. 연주하던 활을 놓고 여자가 아이의 등을 먼저 감싸자 남자가 두 사람을 한 번에 둘러 안았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이 덜컥 겁이 나 아이의 얼굴을 돌아볼 만큼. 아이의 얼굴은, 2년 전과 똑같이 앳되면서도 어딘지 의젓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엄마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미라이(来).”

아이의 미래를 바라고, 마을의 미래를 바랐다. 세 사람의 미래를 바랐고 그저 행복할 내일을 바라며 붙인 이름이었다.

미래가 끊겨버린 뒤에는 이름이 저주가 되지 않았을까 수도 없이 괴롭게 곱씹었다.

이름이 불리자 아이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미래가 없기는 왜 없어.

나는 행복해! 엄마아빠의 자식이어서 정말정말 행복해. 그런데, 두 사람이 계속 슬퍼하고만 있으면 나도 속상해.”

그러니까 두 사람이 그만 슬퍼하면 좋겠어. 나랑 약속이야.

조그마한 새끼손가락이 내밀어졌다. 부모는 이번에도 무력하게 그 손가락을 쥐었다.

사랑해, 엄마. 사랑해, 아빠.”

우리도 사랑해. 앞으로도 사랑할게.

보름달 아래로 빛무리가 반짝였다. 솜사탕이 녹듯 품 안이 사르르 허전해졌다. 남은 건 바닥을 구르는 익살스러운 호박 사탕뿐. 사탕을 주워 입에 넣자 찐득한 단맛이 났다. , 이가 빠질 것 같네. 잠깐 눈을 깜빡이다 옆을 바라보자 오랜만에 눈이 맞았다. 비식,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사탕이 너무 다네. 너무 달아서 웃음이 나. 너무 달아서 눈물이 나.

겨우 용기 내 팔을 뻗었다. 어딘지 왜소해진 듯한 등을 감싸 안고 서로 위로하고 용서했다. 길고 긴 흉터 위에 서로의 말이 약이 되어 새살이 돋았다. 계절은 가을인데, 두 사람에겐 이제야 겨울이 끝나가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겨울 뒤에 다시 겨울이 온다 해도 그리 쓰라리진 않으리라.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길 수 있으리라.

 

그로부터 보름 뒤, 서로 약속하지 않고도 부부는 신사에 나타났다. 오랜만에 부부가 모이자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따라붙었다. 그러나 하등 신경 쓰지 않고 부부는 7살 아이에 맞춘 새 옷과 빈 몬스터볼을 봉납하였다. 빈 몬스터볼 안으로 익살스러운 호박사탕이 하나 댕그러니 굴렀다.

 


할로윈 합작에... 이런 걸? 분량도... 터져서? 싶었는데 재미있게 썼습니당... 일단 '고딕' 테마인지 모르겠어서 서양식 저택이라고 서술하고, 이러쿵저러쿵 어쩌다 보니 결혼도 하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