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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07.20. 호우好雨

with.이치이여름숲합작 에 참가했습니다~더보기  우기를 앞둔 숲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맑은 것 같다가도 먹구름이 모이기까지 수 분 걸리지 않았다. 이럴 때 과학이라든지 문명이라든지가 발달하는 대가로 자연의 감을 잃어버린 인간들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르는 거다. 곧 자연이 물폭탄을 떨어트릴 것을.도리어 기민한 건 포켓몬 쪽이다. 코로, 더듬이로 먼저 대기 중의 습도가 올라가는 걸 눈치챈 포켓몬들이 트레이너를 잡거나 밀거나 해야 겨우 트레이너도 “왜 그래?” 한 마디 남기며 포켓몬의 인도를 따랐다. 그렇게 몇 걸음, 막 잎사귀 무성한 나무 그늘에 닿자마자 천둥이 쳤다. 산울림이 가시기도 전에 눈앞이 번쩍했고 그 뒤를 빗줄기가 쏜살같이 쫓아왔다.쏴아아─, 시원한 소낙비였다.“아이쿠. 모모, 이리 ..

41) 움트는 봄의 어느 날에

For. 주노더보기  TO. 사랑하는 당신에게허겁지겁 달려오는 중인 당신을 떠올리며 또 웃어버렸어요. 급하게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의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하고 또 아름다워서, 이 시간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누적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서요.지금 제가 있는 곳은 카푸치노가 맛있다는 카페랍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펜을 들었어요. 원래는 더 일찍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편지지는 훨씬 일찍 사두었어요! 예쁘지 않나요? 봉투를 열자마자 감탄해주었으면, 하고 몰래 기대해봐요─, 어쩐지 저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바로 해버리는 쪽인지도 모르겠어요. 펜을 드는 대신 당장에 전화를 걸고 목소리로 전하고 싶은 기분이 지금도 있지 뭐예요. 쓰면서도 혼자 소리 내 읽어버리다가 아연하고 말았는데..

with.주노 2024.04.02

40) How long will we love

for.주노더보기 #.01오늘도 빈틈없이 올려묶은 리본머리를 하고선 화이트데이에 받은 사탕을 입안에 도르르 굴리며 여자는 창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따스해져 갔다. 곧 있으면 저 둥근 꽃봉오리가 팝콘처럼 펑 터져 온 세상에 꽃보라가 불어치겠지. 그러면 또 얼마나 예쁠까.사탕이 달콤해 뺨이 허물어지도록 행복했다. 발그레한 낯은 누가 봐도 꿈꾸는 소녀다. 그래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냐고? 그럴 리가. 겨우 한 달 전에 밸런타인이라고 하는 가장 좋아하는 행사를 치른 직후였지만 또 가장 좋아하는 행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이 여러 개일 수 있느냐고요? 물론이죠.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달링.본래부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말하라고 하면 봄을 손꼽아 말했지만..

with.주노 2024.03.28

RELIEVE

※ 이하 로그는 TRPG 시나리오 세상의 중심에서 RELIVE의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For. 루 모겐스 더보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루의 생일 축하합니다." 주먹만 한 케이크 위에 푸른 불꽃을 보이는 초 하나. 두 사람이서 쓸 땐 조금 좁다고 느껴지던 테이블이 성가실 정도로 넓어 보인다. 하긴, 그때도 두 사람이 쓴다기엔 테이블 위에 차려지는 요리가 한가득이긴 했다. 누가 보면 4인 가정이었지. [전업주부 남편은 안 된다는 건가?] 여상하게 지나가던 그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움도 울컥 떠오른다. 만약 그때 정말 당신의 말을 받아들여 결혼이라도 했더라면, 아들 딸 하나 낳고 오순도순 사는 행복한 가족의 미래라도 있었을까. 역시 무리다. 어울리..

with.루 2024.03.02

065) 01.29. if

이치이 귀하 더보기 고작해야 20년 살아온 짧은 인생이면서 여자는 때때로 인간사에 통달한 것처럼 굴 때가 있었다. 그야 인생 경험이 저 앞의 동갑내기 청년보다 깊다는 장담은 못 해도 넓다는 장담만은 할 수 있으니 가슴을 내밀고 으스댈 정도는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한 가지, 몇 번인가의 경험을 통해 내린 만능은 아닌 인간 마음의 법칙이 있다면 바로, 인간은 자신이 받고 싶은 걸 남에게 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게 무슨 욕구의 표출이고 어디에 근간하고 있는지를 연구한다면 직종이 바뀌겠지. 거기까지 인간 본성을 탐구할 생각은 없었다. 저 마음이 어느 상황에나 적용되는 만능키가 아닌 것도 알았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란 것은 얼마나 복잡한가. 같은 행동을 취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