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이치이 귀하 더보기 ─이치이 귀하 01.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곳에는 위기회피도 되지 못한 도망태세의 닮은꼴이 둘 있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도망치는 게 어디 우리만의 특성일까. 회피란 인간 본능의 자기방어기제나 같다. 그러니까 분명 우리만 도망가는 게 아닐 거라는 저열한 변명을 하는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서로가 꽁지를 말고 내빼는 도망을 봐버리고 말았으니 그때부터 닮은꼴의 도망태세라고 인식해버린 것도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여자가 조금 억울하다고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낫지 않냐고 항변하는 데에는 정확히 이쪽에서 그의 도망을 목격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니었거니와 심지어 맨 첫 순간의 그는 자기 생명이 위험할 때나 발동하는 꼬시레의 특성도 아니고 아프든 간지럽든 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