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98

07) 01.11. 향긋한 보이스

With. 이리나 더보기 의뢰::카페 허브티 “어서 오세요, 카페 허브티입니다.” 문이 열림과 함께 경쾌하고 맑은 차임이 울린다. 낭랑한 목소리가 벨소리의 뒤를 따르고 향긋한 허브 향기가 방문객을 휘감았다. 청각과 후각의 하모니, 거기에 귀여운 에이프런을 걸친 직원이 반겨준다면 누가 반갑지 않을까. 백이면 백 기분 좋은 미소를 입에 걸지 않을 수 없는 마법이다. 단골손님도 자주 방문하지 않던 이도, 파피루스가 모집한 캠프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를 왔다는 소문에 그저 그 얼굴이 구경하고 싶었을 뿐인 주민들까지도 모두가 웃는 얼굴이 되어 차를 주문했다. 덕분에 한산해야 할 화요일, 카페는 조금 복작복작했다. “히비스커스 티 한 잔, 뱅쇼 한 잔이에요, 에셸 씨.” “네에.” 주문을 확인한 에셸은 레시피가 적힌 ..

06) 01.10. 행복을 전하는 방법

For. 제롬 더보기 행복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일까요? 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라서 행복의 자격을 따지는 걸까요. “바로 옆에 행복이 있으신데도요.” 당신을 믿고 따르고, 당신에 대해 흔들림없는 애정을 보내오는, 행복의 이름을 한 이브이가 말간 울음을 터트려요. 나를 봐달라는 듯. 내가 여기 있다는 듯. ──모르겠어요. 어렵사리 흘러나온 한 마디는 겨울 산의 초입에서부터 불어오는 건조하고 시린 바람을 머금고 있어,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고 말았어요. 당신의 알지 못하는 행복은 어느 시간속에 파묻혀 있는 걸까요. “달링 상회는 아주 평범한 상회랍니다. 행복을 전하는 건 사실 저희의 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저는 서먹한 낯을 한 당신에게 겨울밤을 따스히 지새울 법한 옛이야기를 꺼냈어..

05) 01.08. 특별한 기대

For. 파피루스 더보기 “내가 바라던 게 그거야. 모두 에셸처럼 특별한 기분을 느끼면 좋겠네.” 씨익, 이를 드러내고 웃는 파피루스 님은 동경하던 모습 그대로여서, 저는 두 손을 기도하듯 맞잡은 채 그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했답니다. 「약속한 이상 걱정할 일 없게 해야겠어.」 그는 그렇게 말했으나 사실 에셸은 조금도 그를 걱정하지 않았다. 에셸보다 겨우 3살 연상인 이 레인저는 채널을 돌리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TV 너머 인물이었다. 카메라가 도는 앞에서 그는 No라고 말하는 법이 없었고 어떤 위기와 역경을 앞에 두고도 “음, 로망이네!” 쾌활하게 웃고는 말처럼 가볍게 위기를 이겨내곤 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멋졌지. 에셸이 그의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으면 종종 질투인지..

04) 01.08. 즐거움을 기약하며

For. 루버 (+위키링 친밀도 로그) 더보기 “설마 정말 그걸로 제 소원을 이루어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루버 씨?” 막 치료를 마친 폴라와 위키링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포켓몬을 볼에서 꺼낸 에셸은 방금 전 입꼬리만 억지로 당겨놓고 이걸로 됐겠지, 안도하며 무표정으로 돌아온 루버를 지그시 응시했다. “안 되나요?” 알 거 다 아는 15세의 트레이너는 생각보다 뻔뻔한 면이 있었다. 덤덤하게 돌아온 반문에 당연히 안 되죠! 에셸이 힘주어 말한다. “제가 보여준 건 시범이었고, 방금 전의 그게 ‘활짝’은 아니잖아요. 아니면 설마~ 루버 씨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는 거기가 한계인가요?” ──눈도 전혀 웃지 않고, 땀방울까지 붙여 놓고, 제가 보고 싶은 건 당신이 즐거워서 짓는 미소였는데. ..

03) 01.07. 1주차 리포트

더보기 방으로 돌아온 에셸은 PC를 꺼내 바쁘게 타자를 두드렸다. 일요일은 배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오늘 안에 입항 후의 업무지시서를 전달하지 않으면 일의 진척이 더뎌질 것이다. 에셸이 일하는 모습이 익숙한 위키링은 스탠드 옆에서 에셸을 위한 또 하나의 조명이 되어주었다. 전자파 차단 안경을 꾹 누르며 에셸은 그런 자신의 파트너를 가볍게 콕 찔렀다. 방 바깥은 밤이 깊도록 떠들썩했다. 이 캠프는 여기서 처음 만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모두 사이가 좋았다. 위키링, 나가서 놀고 싶진 않아요? 물음에 작은 불켜미가 날 뭘로 보냐는 듯 푸르르, 웃는다. “저는 나가서 놀고 싶은데.” 헙, 놀란 표정을 하는 파트너를 두고 에셸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너무 잘 알았다. 그야 자기가 키운 자식..

02) 01.06. 최적의 타이밍

For. 광식 더보기 사람은 경험이 만든다. 경험이 바로 사람을 다르게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말은 자신의 경험에 의거했다. 에셸과 광식은 태어난 환경이 달랐고 주어진 조건이 달랐으며 성장해온 길이 달랐다. 포켓몬이든 인간이든 다치지 좀 말라는 당신의 말은 어떤 길을 따라 나온 것일까, 코주부 안경. 아가씨의 길을 말하자면 사시사철 봄날처럼 안전하고 돌과 자갈을 골라낸 부드러운 흙길에 비유할 수 있다. 배워온 지식을 바탕으로 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있어 어딘가에는 가시밭길이, 어딘가에는 달궈진 쇠로 된 길이, 어딘가에는 꽁꽁 언 빙판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겪어본 적 없는 지식은 때론 과장되게 부풀리고 때론 한없이 축소시킨다. 그의 머리에 남은 건 빙판길도 가시밭길도 뜨거운..

01) 01.06. 파이프 연기 너머

For. 광식 더보기 어린아이의 눈에 폭발과 섬광은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이다. 굉음이 들리고 배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불길이 오르고 눈앞이 번쩍번쩍, 순식간이었다. 제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까무룩, 뒤로 넘어가 쓰러지고 말았다. 깨어났을 땐 여기저기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어머니가 몹시 화를 냈다. “범인을 찾을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머니도 아버지도 미라처럼 붕대가 감겨 있긴 비슷했는데 두 분 다 아이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는 놀란 나머지 아픈 줄도 몰랐고, 다음으론 걱정하는 부모님을 위해 마냥 웃었다. 이미 치료도 잘 되어 정말 아프지 않기도 했다. 그 사건은 시간을 따라 천천히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쓸려갔다. 쓸려가 사라졌다. 남은 건 손등의 흉 정도. 그 일은 정말 대..

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 에셸 달링

“달링, 당신의 행복을 운송해드려요.” “달링, 제 손을 겁내지 말아요.” 캐릭터 타이틀 : 연분홍색 무역풍의 아가씨 ▶ 스윗 고스티 달링 캐릭터 키워드 : #달링무역상회 #위드_티타임 #몽상가 이미지 컬러: #FCD6F6 외관 : 커다란 리본 모양으로 솜씨 좋게 묶어낸 분홍색의 머리카락. 다 풀면 허리 아래까지 내려온다. 하늘과 바다가 한 캔버스에 담긴 듯 미묘하게 다른 두 색이 담긴 눈동자는 늘상 온화한 곡선을 띤다. 이 날을 위해 새로 산 메타몽 가방 안에는 손수건과 응급약품, 명함첩, 여분의 장갑과 향수 등이 들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늘 따스한 촛불의 온기와 봄바람 물씬한 꽃내음이 난다. 장갑을 벗은 오른손등에 오래된 화상자국이 남아 있다. 본인은 의식하지 않는 편. ▶커다란 리본 모양으로 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