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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10.31. 마이페이스 빨강 망토와 휘말리는 한밤의 늑대

-이치이 귀하더보기 *할로윈이니 삼하인이니 하는 날의 기원을 찾자면 제 고향 마을과는 하등 관계가 없었으나 축제라고 하는 것은 원래 기원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이 중요하느냐.축제란 흥겨운 것이고, 축제란 돈이 된다는 것이다. 자본! 모든 역사와 기원을 깡그리 무시하는 21세기의 논리가 빛을 발한다.이런 날은 특히 가장의 주머니가 가벼워졌고 소중한 상대가 있을수록 가벼워졌다. 그야 길만 걸어도 음악이 들리고 꽃가루를 뿌리는데 그 재롱을 봐서라도 값을 치러야지. 자본주의의 마녀는 이 날을 놓치지 않았다.그 개똥 논리에 넘어가기에 남자는 현실주의자였고 동시에 원리원칙에 의거한 이상주의자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그가 생각하는 ‘정석의 할로윈’, 혹은 ‘이상적인 할로윈’ 그 어디에도 눈앞에 있는 국적 불명..

068) 10.10. 그 숲에는 호박 귀신이 산다

이치란으로 [검은 저택의 초대] 테마로 할로윈 합작을 했어요. 더보기 ※ 유아의 사망, 아이를 잃은 부부의 우울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움트자 여자는 옷을 짓기 시작했다. 그 동네에는 남자아이는 3살, 5살에 여자아이는 3살, 7살에 한번씩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제사 풍습이 있었는데 올해, 아이가 7살 되는 해였던 것이다. 지금부터 짓기 시작하면 가을에 맞출 수 있을까. 팔방미인으로 불리는 여자였지만 바느질에는 영 재주가 없었다. 그래도 예쁜 옷을 지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아주 오랜만에 제 발로 방을 나왔다.장에 나가 옷감을 골랐다. 모두가 여자를 쳐다보았지만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 누구든 나갔다 하면 인사를 하고 눈이 마주쳤다 하면 웃던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으나 손가락질할..

43) Say you’ll share with me one love.

슈테른 국제도서전 합작 참가 > 합작 링크 더보기 Say you’ll share with me one love. 커피 괜찮아요? 질문을 건넸더니 내일 괜찮아요? 질문이 돌아왔다.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주는 게 어딨어요. 볼멘소리를 냈더니 질문을 아예 무시하던 사람도 있었는데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쳐 결국 대답이 궁색해진 건 처음에 입을 연 쪽이었다.막 사귀기 시작했을 땐 과거 이야기는 서로 불문율에 부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처럼 뻥끗도 안 하더니 요새는 좀 편해졌다는 걸까. 종종 저렇게 과거의 꼬투리를 잡곤 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남자에 한해서 신디는 자신의 판단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대신에 자기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겠다는 양─상대는 뭐라고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with.주노 2024.10.10

003. TAVITAVI Travel

for. 미즈쿠라 칸타더보기003. 09.17. TAVITAVI Travel for.미즈쿠라 칸타 ──여행을 가자.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우리는 늘 여행을 가고 싶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붙잡혀 있고 싶지 않았다. 우릴 붙잡는 것이 단순한 장소였는지 아니면 편견 어린 시선이나 책임이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자질구레한 것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유롭고 싶었다.26살의 치기란 것인지도 몰랐다. 기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면 26+26의 나잇값보다는 거기서 10년쯤 뺀, 그러니까 10대 소년소녀처럼 나뭇잎만 굴러가도 속절없이 웃음이 터지는 풋 되고 어리숙한 애새끼에 불과했으니 26살의 치기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이어서 어렸다. 함께라서..

THE SEED 2024.09.20

002. 명명

for. 노아 더보기 002. 07.21. 명명命名 for. 노아 비스트Beast. 처음 데우스에서 그를 목격했을 적부터 그 코드네임은 차라리 이름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검은 짐승, 포식자, 유능한 사냥꾼, 제 몸만한 도끼를 들고 다니는 여자아이는 섣불리 다가가지 못할 만큼 위협적이었고 형형하게 빛나는 눈에서는 어떤 재갈이나 고삐도 들어먹지 않을 고집과 오만이 엿보였다. 저 짐승을 대체 누가 다루고 길들일 수 있을까. 잘못 걸리지 않기 위해 그저 피해 다니는 게 최선이었다.퍼스트First. 그 호칭을 입에 담을 때는 나이보다도 어려 보이는 얼굴이 유독 천진하게 우쭐거렸다. 첫번째가 좋잖아. 하지만 그건 순서일 뿐인데도요. 심지어 그는 영원히 퍼스트도 아니었다. 당신의 ‘라헬’이 오면 세컨드로 물러날 거..

THE SEED 2024.09.20

001. 절교

for.바쿠 더보기 001. 07.11. 절교 for.바쿠이능력이 처음으로 발현하던 날엔 기쁨보다도 얼떨떨함이 컸다. 드라마틱한 깨달음은 없었고 천지가 개벽하지도 않아, 처음엔 그저 어디선가 나비가 날아왔다고만 생각했다. 그 나비가 자신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았을 땐 ‘나비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그건 비눗방울을 불거나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심심한 능력이구나 정도의 감상이었다. ─차라리 나비 대신 돈다발을 만들어내지.보기에만 예쁜 줄 알았던 그것의 정확한 쓰임을 안 건 옆집 소년에게 찾아가 자랑하던 때였다. “맥, 내가 예쁜 거 보여줄게.”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긴 소년을 웃게 해주고 싶었다.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불러낸 나비 앞에서 어째서인지 소년이 울었다. 울면..

THE SEED 2024.09.19

THE SEED :: 이온 나비에타

“ 퍼피가 아니라 포피, 저 그렇게 개 같나요? ” [외관]끝으로 갈수록 보랏빛 도는 흑발, 이번 임무가 끝나면 다른 색으로 탈색할 계획이라고 한다. 꼬리뼈까지 오는 숱 많은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울만도 하지만 이능력을 사용할 때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정성껏 기르고 있다고 한다. 대신 임무를 위해 이동하는 동안엔 굵게 땋아서 덜 성가시게 해두었다.고양이상으로 끝이 올라간 눈꼬리와 그 아래로 여름철 새벽 동이 터오르는 하늘색의 눈동자. 오른쪽 눈가에 점이 하나 찍혀 있다. 다양한 향수를 즐겨 뿌리는 편으로 최근 자주 뿌리는 것은 제비꽃 향기 베이스.군복은 다른 리폼 없이 정석대로 입었다. 옷 여기저기에 다양한 무기류를 넣어두고 있는 탓에 조금 무겁다고 하는데 살펴보면 주로 얇은 나이프가 많고 총기도 소지하고..

THE SEED 2024.09.19

42) Travail de l'aurore amène l'or

합작 홈페이지 더보기 Travail de l'aurore amène l'or​ 영상편집실은 언제나 어두컴컴했다. 그야 화면을 보고 작업해야 하는 직종 상 화면보다 밝은 방이란 존재할 리 없는 명제다. 누구였더라. 우스갯소리로 “PD님, 이러다 저 시력 떨어지면 산재 되나요?” 물어봤다가 된통 깨졌다던가. 다른 직원은 또 “산재 신청할 거면 시력보다 간접흡연이나 해주시죠.” 했다던가.​그래도 과거에 비해 요즘은 편집실 흡연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형편이 나았다. 직장 동료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아니다. 담배 연기가 사람보다 비싼 편집실 장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이런, 시작부터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들이 여기 모인 이유를 보자. 오늘의 테마는 [HERO], 24세기 ..

with.주노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