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11주차 리포트 더보기 피부가 에일 것만 같은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에 망토에 달린 털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여자는 커다랗게 자란 음번과 함께 협곡을 활공 중이었다. 삐죽삐죽하게 오른 산맥은 완만한 능선을 그리는 다님길과 몹시 다른 분위기를 뽐내었는데 북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좌로 꺾이면 눈발을 흩뿌리고 우로 꺾이면 오직 차갑기만 한 건조함을 자랑한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 “위위, 네 순풍은 어느 방향을 타고 갈래?” 음번이 가고 싶은 그대로 자유롭게 날아가도록 하며 여자는 낯선 하늘의 풍경을 감상하였다. 희박한 공기를 폐가 터질 때까지 깊이 들이마시고 아주 천천히 뱉어낸다. 그동안 허공에 흩뿌려지는 뿌연 입김을 헤치고 내려다보는 지상은 꼭 손바닥 위의 이야기책 같았다. 이럴 때 보면 한없이 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