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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달빛이 서서히 잦아든다. 겨우 만월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나. 과학적으로는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요리는 달의 빛이 강할 때면 기운이 맞지 않는 듯 시름시름 앓곤 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단순하게 말하면 운이 없어서 안 좋은 일이 덮치는 거지만 사소한 게 쌓여 꼭 짓누를 듯 압박감을 느꼈다. 집이었으면 파업을 외치고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았겠지만 학원에선 그러지도 못해서.하지만 이제 그럭저럭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압박감에서 겨우 벗어나 찌뿌듯한 어깨를 하늘로 쭉쭉 편 요리는 조용한 새벽, 혼자 주방에 섰다. 흥얼거리며 휘젓는 건 핫초코와 똑같은 색깔의 짙은 무언가. 그러니까, 녹인 초콜릿일까? 간간이 적어온 레시피를 확인하고 저울에 무게를 재면서 주걱으로 초콜릿을 저은 요리는 이제 마지..

안녕, 들장미 선배

: 토네 와다노하라 “선배, 팬티 보일 거예요…?”“! 나나츠보시, 군요. 부디 잊어주십시오.”토네 와다노하라라고 한다, 그 선배의 이름은. 아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저 요리는 이곳저곳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편이었고 그럴 때마다 종종 책을 들고 있는 그녀를 목격했다.주변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저명한 토네 가문의 딸, 언제나 타인에게 거리감을 두고 지내는 편. 그 자기방어적인 성격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단 이야기도 들었다. 늘 손에서 검은 레이스의 장갑을 떼지 않는 사람, 아주 고운 머리색을 가진, 홀로 피어난 미인.들장미(野薔薇のばら)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모르는 척 손을 뻗어 보았다. 장갑을 끼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

고급 계란죽

: 모모노세 유하 ───토네 와다노하라 선배가 죽었다. 학원의 누군가가 죽는 건,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었다. 이번 일의 경우 전날 예고를 한다는 악질적인 방법 탓에 충격이 더 컸지만, 하루 빨리 괴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에 불을 지피면 그만으로 지나치게 슬픔에 잠기는 건 스스로에게도 주변에게도 좋지 않다.좋지, 않다.그러니까 요리는 더 아무렇지 않은 척 시노비비 선생님의 말을 따라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아, ……….”방은 텅 비어 있었다. 룸메이트인 유하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까?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도 기숙사 방에 머물지 않은 탓에 아침의 풍경이 조금도 정리되지 않은 채 그녀를 반겨주었다.정리되지 않은 풍경 속에는 아직 토네 와다노하라가 남아 있었다.“이불. 두고 가셨네.”어젯밤은 혼자..

손위 형제

: 하은우 “다음 대의 나나츠보시는 네가 맡거라.”“네.”만약에 요소라에게 재능이 없었더라면 요소라는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혹은 요소라가 빛나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게 밤하늘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좋아하는 평온함을 즐기지 않았을까? 요리는 늘 궁금했다.「그런 말 하면 섭섭한걸. 난 요리와 함께 있는 쪽이 좋으니까.」그럴 때마다 요소라는 언제나 똑같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웃는 얼굴을 보면 요리는 말문이 막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요소라는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었다. 분가의 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간 나오지 않았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아마 요리가 요소라와 비슷한 또래였으면 질투로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하기에 요소라는 이..

기울어진 천칭

: 미하마 우즈키 “몰랐을 것 같아요?”그렇게 말하며 요리는 새치름하게 눈을 접고 웃는다. 그녀의 말에 그는 일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굳은 것 같았다.사랑에 빠지는 약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이렇게 심장이 조이듯 아픈 걸까. 요리는 두근거리는 일이라면 언제나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쪽이었지만 이런 기분은 곤란하다. 당장에 얼굴이 보고 싶어서 달려가고 싶고 쳐다보기만 해도 들뜨고, 하지만 닿지 않아서 숨이 막힐 듯 괴롭고 슬퍼지고.또 느끼고 싶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껏 최선을 다해 한 보 밖에 있던 건데 설마 이런 약 하나로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이건 약효야. 약효 때문이야. 괜찮아.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면서도 부끄러움을 깨달은 이브처럼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주의 옷자락을 쥐고 싶은 마리아처..

모모노하나 학원 신종 괴담

: 세이쇼 아야츠루 “…요약해줄 친절한 사람… 없나요?”교장선생님의 훈화가 끝나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한 강당 안, 느지막이 들어와서 입을 연 건 7학년의 선배였다. 아마, 그렇지. 세이쇼 선배.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최고 학년쯤 되면 몰라도 알 수밖에 없게 된다.“언제나와 똑같이, 알아서 죽지 말기~ 래요.”이쪽에서만 아는 일방적인 친근감으로 웃으며 말을 걸자 상대방도 마주 웃으며 대화를 받아준다. 제법 장신이지만 선이 가늘고, 창백한 피부를 한 남자. 아마 언제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강시만 아니었더라면 유약한 인상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곁에 보디가드처럼 있는 큰 체구의 강시가 버티고 있는데 그를 만만하게 볼 사람은 없었다.요리 역시 처음엔 강시를 보고 움찔했다. 겁을 먹을 정도는 ..

당신의 점괘는?

: 미나미 코우 “그러고 보니, 핫초코 점 말고 다른 점도 볼 줄 알아?”뜬금없는 말에 요리는 눈을 깜빡였다. 분명 어제만 해도 운명은 자기가 개척하는 거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갑자기 웬 점? 물론 점은 칠 줄 안다. 아직 한 사람 몫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는 나나츠보시 가문의 장손이었고 지금도 장녀로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책임이 있는 만큼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음음음, 일단은요?”“흠, 어떻게 보는데?”“별을 가지고 본다면── 가벼운 건 하룻밤 만에 끝나지만 좀 더 깊은 걸 물어볼 땐 시일이 걸리죠.”“그렇구나.”묘하게 말을 끈다 싶더니 그는 대뜸 생년월일을 말해왔다. 점을 치고 싶은 거예요? 별에게 듣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묻자 그에게선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미소와 함께 한 해의 운..

신세계를 위하여 : 소노아

(*인장은 안개님S2) "……듣고 있어." [외관] 빛이 통하지 않는 새까만 머리카락에 취마노 색의 눈동자. 신물은 눈 색과 같은 방울 2개로 처음 받을 땐 하나였던 기분이 들지만 언제부턴가 2개가 되었다. 선이 가늘어 언뜻 봐서는 성별이 헷갈리는 외모로 시선은 늘 아래를 향하고 있다. [이름] 소 노아 / 蘇 瑙雅 [성별] 남 [신장 / 체중] 156cm / 47kg [생일 / 나이] 3월 3일 / 만 13세 [소속 반] 난조 [출신지 / 초등교육기관] 인왕골 / 인왕원 [성격]내향적인 /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 / 숫기가 없는 / 섬세한 /조금 무뚝뚝해 보이지만 모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분란이 없고 모두와 화목하게 지내는 마을의 풍조에 따라서 모난 돌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용히 어울리고 있다. ..

모모노하나 학원 괴담기록 : 나나츠보시 요리

(*안개님 지원S2) “너의 별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니?”​이름 : 나나츠보시 요리 (七ツ星 夜璃) 외관 : 하늘색의 단발머리, 양옆의 두 가닥이 조금 더 길다. 양쪽에 별모양의 머리핀을 달고 있다. 늘 생기 넘치는 표정이며 별을 담은 눈동자.​나이/학년 : 15세 / 2학년​​생년월일 : 2002년 (임오년) 2월 22일​​키/몸무게 : 148cm / 44kg​​성별 : 여자​​성격 : 호기심 왕성 / 낙천적 / 팟! 하고 오는 느낌을 중요시함 / 두근거리는 일이 생기면 일단 행동함 특이사항 :▶대대로 북두칠성을 모시는 나나츠보시 가문의 딸로 본인 말로는 별의 가호가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다. 본가는 별이 잘 보이는 시골로 지역에서 조금 유명할 뿐 위세 있는 가문은 아니다. 위로 8살 위의 오빠(七ツ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