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서서히 잦아든다. 겨우 만월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나. 과학적으로는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요리는 달의 빛이 강할 때면 기운이 맞지 않는 듯 시름시름 앓곤 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단순하게 말하면 운이 없어서 안 좋은 일이 덮치는 거지만 사소한 게 쌓여 꼭 짓누를 듯 압박감을 느꼈다. 집이었으면 파업을 외치고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았겠지만 학원에선 그러지도 못해서.하지만 이제 그럭저럭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압박감에서 겨우 벗어나 찌뿌듯한 어깨를 하늘로 쭉쭉 편 요리는 조용한 새벽, 혼자 주방에 섰다. 흥얼거리며 휘젓는 건 핫초코와 똑같은 색깔의 짙은 무언가. 그러니까, 녹인 초콜릿일까? 간간이 적어온 레시피를 확인하고 저울에 무게를 재면서 주걱으로 초콜릿을 저은 요리는 이제 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