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햇살 아래에서 날개를 말리는 걸까. 새들이 앉은 가지는 푸른 잎사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릴 때마다 잎사귀의 틈새 틈새로 햇빛이 스몄다.
카르테는 나무 그늘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앉아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1 섹터에 있을 당시에는 일조량이 적어 햇빛이 나는 시간마다 꼬박꼬박 충전을 해야 했지만 이곳은 놀라울 정도로 기후가 온화하다. 굳이 서둘러 햇빛 아래 팔을 뻗지 않아도 언제나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신기한 곳이었다. 내내 머물던 섹터를 벗어나 찾아오게 된 이 땅은. 멍하니 낯선 풍경을 관찰하던 카르테의 시선은 이윽고 이곳, 10 섹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섬의 어딜 가도 늘 시야에 들어오는 상아색의 첨탑에 머무른다. 그녀가 있던 곳에서 보던 검은 첨탑과 닮은 듯 다른 이형물은 왜 그녀가 이곳에 있는지를 상기시켜주었다.
면접에서도 들었던 질문이었지. 「어째서 아카데미에 왔는가.」이 질문을 들었을 때 카르테는 옅은 동요를 드러내버렸다. 당연히 오리라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그러나 도착하여 면접에 임할 때까지도 면접관의 구미에 맞을 대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그녀는 요령이 없었다. 그보다 둘러대기 위해서 거짓을 댄다는 발상 자체가 어려웠다.
「……회사의 명령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대답했을 때 면접관의 표정은 어떠했지. 이대로는 입학하지 못할지도 모른단 위기감은 들었다. 입학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녀 혼자 돌아가게 될까. 돌아가면? ──글쎄, 이제까지와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망가지거나, 수명이 다 되어 가동을 멈추거나.
반면 만약 입학하게 되었을 때 그녀가 이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불안한 동시에 두근거림과 같은 것을 안겨준다. 그 때 다른 답을 하면 좋았을까. 문득 떠오른 가정에 카르테는 머리를 저었다.
「아카데미에 합격한다면 무얼 할까, 어떤 인재가 될까.」
두 번째 질문은 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카르테는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다. 다만 이쪽의 질문은 앞선 질문보다 조금 더 ‘주관’이라는 것이 들어갔다. 물론 한 번에 되진 않았다.
「어떠한 것이든 하겠습니다. 어떤 인재상이든 되겠습니다.」
그래서는 답이 되지 않아. 얕게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에 카르테는 한 번 더 고심하고 보충한 답을 내놓았고, 겨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습니다. 요구받는 일을 우수하게 해내는 인재가 되고자 합니다.」
다음 질문은 카르테도 찾아본 적 있는 구세계의 면접과 흡사한 질문이었다. 역경을 이겨낸 사례라고 하던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에 대한 개선」 이 또한 그녀에겐 몹시 어려운 질문이었다. 역경이란 주관적인 것이다. 겪는 당사자가 ‘힘들다’고 느껴야 힘들다는 게 성립이 된다.
그러나 카르테는 2029년도에 처음으로 기동을 하고, 휴전할 때까지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한 번도 ‘힘들다’거나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갖는 순간 카르테는 존재 의의라는 것과 마주해야 한다.
다행히 눈앞의 안경을 쓴 남자의 질문에 아주 생각나는 게 없진 않았다. 제노와의 휴전 협정 이후 회사의 모든 프로토 타입이 동결에 들어가던 때, 깨어난 이후 한 번도 눌린 적 없던 전원 장치가 눌려, 의식이 완전히 끊겨버리던 그 순간은 찰나였지만 ‘힘들다’고 느꼈다. ──‘두렵다’고도 느낀 것 같다.
「거기에 대한 개선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카르테는 아주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이에 대한 개선?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까? 전원이 꺼져도 아무렇지 않은 평정을 가져야 한다는 걸까? ……그녀는 조금 더 무심해질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윽고 들려온 것은 마지막 질문이었다. 이제 끝이라는 말은 카르테의 긴장을 조금 풀어주었다.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해주세요.」
똑같이. 말을 하면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고 만다. 그러나 카르테는 손목의 팔찌, 그러니까 본인의 거주 섹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으로 활용해본 국제언어번역기를 만지작거리며 대답을 정정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곳이 중립구역이라면 틀린 답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면접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한 가지 더, 질문을 받았지.
‘가치관…….’
신념, 자유, 헌신, 평등, 생존. 각기 모두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알고 있다. 각자의 가치에 경중을 따질 수도 없는 것으로 아마 누구나 마음속에 약간의 우열은 있을지언정 비슷한 것들을 품고 있겠지.
그렇다면 그녀는? 다섯 가지 가치를 모두 그녀 안에 품고 있을까?
그 질문에는 고개를 젓고 만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그녀가 답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녀이기에 답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저는 인류에 헌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입니다. 인류의 영광, 인류의 발전, 앞으로도 이 땅에서 살아나갈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것이 저의 존재 의의이며 가치입니다.」
그것으로 면접은 종료였다. 남은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일 뿐.
합격할 수 있을까? 합격해서, 이곳에 남아, 이제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 감정은 설렘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이제껏 아무것도 스스로는 결정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변화】라는 것이 찾아올까.
또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옆으로 묶어 올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이곳의 바람은 1 섹터의 마치 칼날이 불어 닥치던 것과 같은 바람이라는─그러니까 기압차에 의해 생겨나는 현상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온화하다. 만일 가능하다면…… 조금 더 오래 이 바람을 느낄 수 있기를.
날개를 다 말렸는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리는 새를 눈으로 쫓으며 카르테는 조금 더 일광욕을 만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