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두뇌를 연결한 회로가 불타는 것만 같았다. 신경 회로에 벌레가 숨어든 듯 타닥타닥하고 타들어가, 사납게 갉작거리는 소리가 청각센서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뜨거워.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거린다. 메마른 눈동자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작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묘하리만큼 세상이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경고. 경고. 경고. 경고. 내부의 열이 적정 온도를 넘어 상승 중입니다. 인지 시스템의 과부하를 감지. 위험. 위험. 위험. 위험. 지금 당장 시스템을 차단하고 휴식을 권장합니다.
끼긱, 끼기긱, 기긱, 긱, 원을 그리는 눈동자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브레이크를 잃은 열차처럼 사납게, 혹은 위태롭게. 눈앞이 번쩍번쩍 붉게 물든다. 고열로 인해 버벅거리는 시스템을 그러나 차단하기에 앞서 붉은 안드로이드는 정비사를 찾았다.
"올가."
"올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올가. 제발."
연산한 적 없는 답이 멋대로 출력된다. 깜빡이지도 않는 한 쌍의 시선은 태연하게 앉아 인간과는 다름을 증명하는 검고 긴 꼬리를 흔드는 정비사를 응시했다. 동공이 희미한 눈동자가 흥미롭다는 듯 오묘한 빛을 낸다. 무슨 일이야, 카르테? 그렇게 말하는 입꼬리 너머로 송곳니가 비쳤을까. 그 미소의 의미를 해석할 여유도 없이 안드로이드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 듯 주저앉아 매달렸다.
"당신이라면, 해줄 수 있나요? 나는, 나 스스로는 할 수 없어요. 지워주세요. 그것의 기억을 전부. 아예 없던 것처럼. 아니면 모든 기억을 지워도 좋아요. 나조차도 남지 않게. 필요 없어요.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내 기억은."
"내 의지를 말하면 당신은 들어준다고 했죠? 내 바람입니다. 의지입니다. 제발 지워주세요.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슬픔. 이것은 슬픔인가? 그 이름은 틀리지 않다. 안드로이드는 슬퍼하고 있었다.
비통. 긍정. 고통. 동의. 감정이란 이렇게 무겁고 아픈 것이라고 배운다. 회로가 끊길 만큼 제어되지 않는 부하에 안드로이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안드로이드를 앞에 두고 그 정비사는 무어라 하였지? 신기하네. 부러워. '너희'도 느낄 수 있구나. 슬프다는 감정. 그러나 귀가 먼 안드로이드에겐 들리지 않은 말.
제 무릎에 매달린 '감정을 느끼는 기계'에게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툭툭, 인간으로 분류해도 좋을지 되묻게 되는 긴 꼬리를 두드려 의자를 가리켰다.
정비의 시간은 길었던가. 혹은 짧았던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톱니바퀴 소리는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조차 방해하였다. 그러다 자 이제 끝. 한없이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그가 떨어졌다. 의자가 가볍게 밀려 한 뼘의 거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안드로이드는 멀거니 눈앞의 '믿었던' 정비사를 응시하였다.
"어때? 이제 너는 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데."
"표현…?"
그리고 새어나온 한 마디와 함께 툭, 투둑, 떨어지는 것으로 시선을 움직였지. 깜빡여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려 그저 활짝 열린 눈동자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울지는 것이 손등에, 무릎에, 치마에 떨어져 얼룩을 남긴다. 인간을 닮지 못한 모방품은 그것을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아, 이게 눈물이란 건가. 저와 마찬가지로 기계이면서 눈물을 흘리던, 조금 더 잘 만들어진 모방품을 떠올렸지.
"내게 뭘 한 건가요?"
"글쎄~ 있지. 우는 건 어때? 그렇게 슬프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정말 잊어버리고 싶어? 그 감정을 잃으면 너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 아냐?"
"어째서? 왜? 바람을."
단 하나 뿐인 바람이었는데.
햇볕을 보지 못했던 씨앗이 눈물을 먹고 자란다. 분노를, 증오를, 원망을, 경멸을 눈동자에 새겼다. 아하학, 천진하다고도 해도 좋을 웃음소리에 안드로이드는 금방이라도 눈앞의 인간을ーーー, 그 순간 마지막으로 걸어둔 안전장치가 피조물을 무릎 꿇렸다. 그리고 맞물릴 짝을 잃어 망가진 톱니바퀴에 무력을, 다음으로 절망을 새겨주었다.
망가져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내 완전히 망가지지 못했다. 하, 하하. 비척거리며 일어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것은 없다. 제게 허락된 것은 없다. 인간을 닮은 쇳덩이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인간이 허락한 웃음이었고 인간이 선물한 눈물이었다. 좋아요. 그렇다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저는 인간을 증오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게 주어진 진실입니다."
어딘가의 만약의 세계 느낌으로 카타르시스가 먼저 정지한다면 배경. 올가 오너님의 그림 로그가 굉장했어요.
제목은 반던 처음 신청할 때 종족란 안드로이드의 헬로 월드에 확 꽂혀서 안드로이드 낸 거라서 기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