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번뜩이며 날아오는 쇠붙이를 닮은 꼬리는 쳐내기 힘들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쳐낼 수 없다. 지금의 위치와 각도로는. 그렇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것. 계산을 마친 카르테는 공중에 떠오른 몸을 비틀어 조금이라도 방향을 바꾸었다. 일직선으로 뻗어오던 제노의 꼬리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그녀의 머리를 비껴 지났다.
피부가 얇게 베이는 감각, 서걱하고 들려오는 소리, 데구르르 굴러가는 톱니바퀴의 머리장식. 허공으로 붉은 머리칼이 나풀나풀 흐트러지는 광경에 아주 잠깐 시선을 둔다. 그러나 금세 어떤 감정도 담지 않은 무기질의 눈동자로 낫을 들어올렸다. 저쪽이 제 머리카락을 잘랐다면 저는 저쪽의 머리를 자를 뿐이었다.
임무를 마친 카르테는 바닥에 뿌려진 제 머리칼에 허전해진 목가를 손으로 만졌다. 삐뚤빼뚤한 머리끝이 목을 살짝 덮는다. 쥐어 봐도 묶을 수 없는 길이. 평소와 같지 않음, 그 위화감을 기억하며 그녀는 기계과학부를 찾았다. 우선은 수리와 점검이었다.
“에엑, 카르테 무슨 일이야, 그거.”
부상의 일환 같은 것입니다. 덤덤하게 답을 하자 찢어진 뺨을 고쳐주며 올가는 또 묘한 시선을 던졌다. 헤에, 짧아졌어. 나랑 비슷한 길이? 기웃거리는 기색에 저도 거울을 찾아 처음으로 제 상태를 보았다.
평소와 같지 않은 상태──, 확실히 이질적이다. 더불어 현 상태의 객관적인 미추를 판단할 능력이 그녀에겐 없었다. 한쪽으로 올려 묶은 머리카락은 회사가 지정해준 방침의 하나였다. 막 제조할 당시에는 모두 똑같이 엉덩이 아래로 내려오는 긴 머리지만 가동하면서 인간의 미의식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개성을 부여받는다. 아마 형제들 중 누군가는 지금의 그녀와 같은 머리 모양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군가가 했던 머리형이라는 게 그녀가 해도 괜찮다는 허락은 아니었다. 수리를 마친 카르테는 합리적 판단에 따라 마일즈를 찾아갔다.
“──이런 연유로, 머리카락의 회복이 가능한지 질문입니다, 마스.”
난데없이 머리카락이 댕강 잘려 나타난 그녀에 그는 조금 놀란 것처럼 보였다. 네가 다치는 일도 있냐. 그 질문에 카르테는 원숭이가 미끄러진 정도입니다. 하고 제법 농담 같은 답을 주었다.
“유감스럽게도 무리다. 성분이 같다고 해서 무생물인 점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내 이능력은 통하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그러면 회사로 돌아가서 수복을……”
“그거, 꼭 다시 길러야 하는 거냐? 그대로도 괜찮은 것 같은데.”
예상하지 못한 말에 카르테는 살짝 시선을 올렸다. 붉은 렌즈가 아래로 내려간 눈꼬리를 응시하며 시계 방향으로 도르륵 회전한다. 인간의 말은 그녀에게 유의미한 행동지표가 되어준다. 그대로도 괜찮다는 의견이 다수라면 수복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둔다.
다만 이쪽은 사족이었다. 첨언하자면 그녀보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고 해둔다.
“마스는 단발이 취향인가요?”
“하아? 갑자기 무슨, …그거 필요한 질문이냐?”
“기호를 갖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 항목입니다.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구분은 유의미합니다.”
잠깐 의심스럽단 시선이 닿은 것도 같지만 카르테는 태연하고 덤덤하게 시선을 받아쳤다. 난감함, 아니면 부끄러움일까. 물끄럼한 그녀의 시선을 피하는 그에게서 스쳐가는 감정들을 살핀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일이었다. 적절한 질문이었던 모양입니다. 유의미한 반응과 감정의 발산을 수집합니다.
자가평가를 하는 그녀를 앞에 두고 어색하게 목덜미를 문지르던 마일즈는 이어 떨떠름하게 답하였다.
“생각해본 적 없는데…… 굳이 따지자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이대로 유지하겠습니다.”
“내 말 한 마디로 괜찮은 거냐?”
물음에 카르테는 고개를 느릿하게 모로 기울었다. 이제는 긴 머리카락이 따라오는 대신 남은 옆머리만이 뺨을 덮으며 간질였다.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눈동자에 아주 옅은 장난이 스쳐 지났을까.
“11섹터 근방에서는 차였을 때 머리를 자르는 풍습이 있다더군요. 민속체험으로 인식하겠습니다.”
언제 내가 찬 게 되어버린 거야. 기가 차다는 그의 음성을 모르는 척 넘기고 카르테는 그러면 능력 대신 손을 빌리겠습니다. 하며 그에게 삐뚤빼뚤한 머리카락의 처치를 부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