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번의 물음은 카르테에게 모순을 불러일으켰다. 언젠가의 질문, 나를 죽여라. 그 때와 같은 모순이다. 그를 대신해 죽어야 한다. 카르테가 살길 바라는 그의 욕망을 들어주어야 한다. 모순, 그리고 또 모순. 마일즈 번은 언제나 카르테를 곤란하게 한다. 카르테에게 안드로이드의 한계를 보인다. 안드로이드도 인간이다. 내게 넌 인류의 범주다. 스스로 그렇게 말해놓고, 카르테가 안드로이드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마스, 제가 안드로이드가 아니었어도 당신은 저를 곁에 두었습니까?
카르테는 계산합니다. 결과는 97.4% 확률로 No. 당신은 제가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옆을 허락했습니다.
-마스, 정말로 안드로이드는 인류에 속합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은 저를 시험하죠? 그리고 제가 내지 못할 답을 정답으로 둡니다. 저는 당신 앞에서 오답, 오류, 모순투성이의 무능한 안드로이드가 됩니다.
눈앞의 인간은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 죽느냐 사느냐.
눈앞의 인간은 죽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대신하느냐.
카르테는 답을 산출하였다. 프로그래밍 된 미소를 보인다.
“인간을 위해 죽는 것은 안드로이드의 영광입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살고 싶은 당신, 죽고 싶은 저. 살아야 하는 당신, 죽을 수 있는 저. 그러니 당신은 선택합니다. 당신이 선택하지 못한다면 제가 합니다.
제가 당신의 선택을 돕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을 위합니다.
어딘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얼굴, 천천히 가라앉는 눈동자, 눈동자에 짙게 드리우는 저 감정은 무엇일까. 카르테는 아둔하여 알지 못합니다. 제 선택이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들게 할지, 알지 못합니다.
카르테는 안드로이드.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결국 인간이 되지 못했습니까?”
-안드로이드는 꿈을 꾸지 않습니다.
그의 손을 한 번 가볍게 쥐었다 놓는다. 이 손은 생명에 활력을 불어넣는 손, 기적과도 같은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