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참방참방 다리만 물에 담가 발장구를 친다. 이 시간의 수영장은 사람이 없어 좋았다. 앨리스를 사용하자 사방이 막힌 공간 안에서 초음파가 부딪혀 이리 튀고 저리 튀며 돌아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세이라는 물속에서 소리를 보내는 걸 더 좋아했지만 여기서 또 물에 잠겼다간 감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참아야지.
아직도 목에 깃든 열은 가시지 않은 채였다. 생각보다 감기가 오래 지속되었다. 패널티가 겹쳐서 그런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여겨 굳이 나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입을 열고 싶지 않았다.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소리에 기분을, 감정을 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이런 엉망진창의 소리를 전하고 싶지 않았다.
펜으로 적어 대화하는 일은 익숙했다. 원래부터 앨리스를 사용한 만큼 소리가 나오지 않는 패널티였고, 감정을 드러내는 쪽이 더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어쩐 일인지 여기저기 걱정을 사고 말았다. 단순한 패널티가 아닌 게 티내기라도 했던 걸까. 곤란했어요, 정말. 자조하며 세이라는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괜찮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제 안에 몽글몽글하고 부글부글하게 맺힌 감정들이 모두 사라지길 바라며 널리널리,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퍼트렸다.
축제는 내일부터이니 오늘까지는 괜찮겠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ㅅ.”
──콜록, 콜록콜록.
창이 진동한다. 바깥에서 또 가엾은 작은 것이 부딪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부족했다. ‘그 때’처럼 채워진 힘이 단숨에 쑥 빠져나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얼마나 더 강하게, 많은 소리를 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뱉어내야 안이 텅 비어버리는 걸까. ……이래서는 몸이 먼저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 같은데. 성냥을 긋기라도 한 듯 화끈거리는 통증에 목캔디를 하나 더 입에 문다. 요즘은 센베보다 이쪽을 더 자주 먹는 것 같았다. 이것도 변화의 하나일까. 떠올린 생각은 이어서 선고가 되었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너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물을 먹은 몸이 무거워진다. 이대로 수영장에 빠져버릴 것 같아 그만 나가야지, 하고 젖은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올렸다. 물기를 닦아내면 조금 서늘한 피부만이 만져졌다. 다른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바다의 흔적을 더듬어봤자……. 먹먹한 그리움, 다음은 체념, 느릿하게 눈꺼풀을 움직인다.
그녀의 소리는 토막 난 소리다. 바라는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추락하는 소리다. 그러니 삼켜내야 하는 소리였다. 꿀꺽.
상태가 많이 안 좋았습니다.
친구랑 화해도 하고 싶고 친구한테 화낼 게 아니란 걸 냉정하게 알면서도 감정은 그러지 못해서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결국은 인내. 감내. 그러기 위해서 캐릭터가 오너를 흔들며 자꾸 갠록을 쓰게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