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어디선가 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병에서 흘러내리는 자색의 액체가 그녀와 그녀 사이에 강처럼 흘렀다. 여길 건너려 하지 마. 미야코에게서 그런 말이 들려온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미야코는 언제나 그랬다. 그 옛날, 실수로 그녀의 슬픔을 세이라가 들춰보았을 때 그랬듯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길 거부하는 것 같았다. 타인의 이해도 관심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친구가 아닌가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야.
어째서일까. 타인의 눈을 통해 비추는 스스로를 보고 싶지 않아서? 나부터가 나를 믿지 못해서? 그녀 역시 불안하고 흔들릴까봐, 그래서 더욱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일까.
물론 이것은 전부 세이라의 주제넘은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감정이 끊기는 순간 그녀는 혼자서 무얼 느끼고 무얼 감당할까. 어떻게 혼자를 견딜까.
세이라의 눈에 미야코는 강했다. 강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욱 의아하고 궁금할 뿐이었다.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선명한 그녀의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그 속내를.
친한가? 라는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세이라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미야코는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의 기준을 알고 싶었고 그녀의 기준에 들고 싶었다.
그녀는 이런 세이라의 호의가 의아한 것 같았지만. 그렇게 어려웠을까. 오랜 시간 함께 학원에서 지냈고, 같은 반으로서 매일같이 얼굴을 보며 인사를 했다. 겨울이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끙끙 애를 쓰다가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은 적도 있고 순간이었지만 슬픔을 공유하던 시간도 있었다.
세이라에게 미야코를 좋아할 이유는 아주 많았고 반대로 싫어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굳이 찾을 것도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도 행동도 태도도, 나카노 미야코의 것일 뿐이다.
“믿어도 돼?”
그래서 세이라는 답했다.
“당신이 무슨 행동을 해도 저는 당신을 좋아할 거라고, 미야코 씨에게 신뢰를 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언젠가, 믿는다는 말 대신 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첫 춤을 춘 상대에게는 생화를 귀에. 머리띠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녀의 귀에 흰 장미를 꽂아주었다. 탐스럽게 핀 하얀 장미를 응시하고 빙그레 웃는다. 응, 아주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