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라가 크게 인다. 입안에서 퍼지는 비릿한 맛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세이라는 수영장 바닥까지 천천히 가라앉았다. 발바닥에 닿는 건 모래가 아니라 코팅처리가 된 인공물. 미끌거리는 바닥을 발끝으로 문지르다 그대로 천천히 웅크렸다.
입을 뻥끗일 때마다 뽀글뽀글 거품이 위로 올랐다. 수면 위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터져버리는 공기방울들. 인어공주도 이런 풍경을 보며 가라앉았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마지막엔 예쁜 풍경을 눈에 담았겠어요.
천장에는 인조등이 반짝이고 있었다. 수영장 안의 공기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적당히 습하고 적당히 서늘하고. 평소에도 계절에 상관없이 오던 곳이다. 물에 잠겨 있으면 그것만으로 기분이 편해졌다. 제 안에 채워진 차가운 감정이 물에 녹아 옅어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둥둥 떠 있는 것은 그녀의 작은 취미 중 하나였다.
아침 해를 보며 도망치듯 기숙사로 향하였지만 잠에 들 수 없었다. 옆자리에서 새근새근 자는 룸메이트의 얼굴을 가만 바라보며 묵음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길 한참, 자꾸만 몸에서 열이 오르는 기분에 열을 식히려고 수영장을 찾았다.
그러나 효과는 보지 못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몸을 휘감던 것은 그 안에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바닷물이었는데. 하고 생각하면 이 무미건조한 인공의 물맛도 감사히 느끼던 평소와 달리 지금은 그저 짜증스러웠다. 울컥하고 치미는 감정에 허공을 박차듯 다리를 움직인다. 물살을 반으로 가르며 세이라는 수영장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을 몇 번이나 오갔다.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찾은 곳이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목 안쪽부터 오르는 열은 식을 줄을 몰랐다. 맛없는 빵이 주는 유효기간을 다 쓰고 만 세이라는 체념하고 수영장에서 나왔다.
“……읏.”
그러다 발을 헛디뎌 그 자리에 넘어져 주저앉았다. 발목이 화끈거린다. 무릎은 멍이 든 모양이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겨우 다독여 바로 섰다. 어지러운 건 수영장에 너무 오래 있던 탓일까. 아니면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뜨거워…. 아파.
여름 감기에 걸릴 것 같네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과 다르게 버석하게 마른 입안을 혀로 훔치며 타월을 찾았다. 한 가지 다행은 지금이라면 잠이 아주 잘 올 것 같다는 것이었다.
심통이 난 상태였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분하고 슬프고 그런데 그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내내 수영장에 잠겨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