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만일 학원을 나가게 된다면 하나의 선택이 되겠지. 무의식중에 그 생각을 피했다. 소중한 한쪽과 소중한 다른 한쪽. 양쪽을 다 고를 수는 없다. 그래서 저도 아직 하지 못했던 선택을, 우습게도 그녀에게 내민 적이 있었다.
「학원 문이 활짝 열렸을 때, 저는 나가고 싶다고 하면요? 유이 씨에게 같이 나가자고 하면, …그래도 유이 씨는 학원에 남아버릴 건가요.」
그 때 실은 충동적으로 말해놓고 각오, ──라기보단 겁을 집어먹었다. 선택받지 못하면 어쩌지.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질려서, 놓아버리면 어쩌지. 이상한 소리나 해버린 자신에게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싫어해버려도.
하지만 그 날조차도 세이라는 유이의 옆에서 잠들었다.
아마 그 때에 안도와 확신을 얻지 않았을까.
「나도 너 좋아하는데. ……충분히, 많이, 좋아해.」
그 대답이면 저는 괜찮아요.
라고 답할 정도의 확신을. 면목 없어 보이는 표정을 앞에 두고 안심시키듯 대신해 웃는다. 목소리에는 한 치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학원 안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같은 형태로 만날 수 있었을까. 여기서 자신이 수긍해도 그녀는 납득하지 못하겠지. 그녀에게 학원이란 아마도 그녀의 불안을 덜어주는 곳, 변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곳, 세이라 자신은 학원을 무서운 곳으로 여겼지만 유이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의 속도에 맞춰서, 그녀가 내딛어올 때까지. 괜찮아요. 좋아하니까.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투둑, 툭, 떨어지는 눈물에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덧댄다. 물기로 얼룩지는 그것을 그녀의 뺨에 누르며 세이라는 다시 한 번 언젠가부터 한 짝만 남은 반지, 그 손을 꼭 붙잡았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저희 자신조차도 그 변화에, 어쩔 수 없는 흐름에 휩쓸려가고 말아요. 그래서 저도 유이에게 영원히 곁에 있을 거라든지, 변하지 않겠다든지… 그런 장담은 할 수 없어요.”
할 수 있다면 거짓이라도 좋으니 장담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할 수 없었다. 영원이란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저 또한 다르지 않았고, 언젠가 헤어져버릴 미래에 불안해하던 것도 몇 번이나 지독하게 겪었으니까. 대신에 그래서, 의심해버릴 거라는 그 말에 더욱 강하게 버틸 수 있었다. 손과 손을 깍지 껴 단단히 잡는다. 유이는 절 힘들게 하지 않아요.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니 참지 않아도 괜찮아요.
“의심이 들 때면 언제든 확인해주세요. 물어봐주세요. 유이가 불안하지 않도록 답해줄게요. 저도, 유이와 가까이 있고 싶은걸요. 오늘 함께 잠들고 내일 함께 일어나는 매일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해요. 그렇게 해서 내일이 모레가 되고, 모레가 다시 다음날이 될 수 있도록.”
말했지요. 저는 유이를 아주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소곤소곤하게 전하며 쑥스러운 빛을 삼키고 웃는다. 대가없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가 주는 호의가, 애정이, 사랑이, 전부 대가였다. 어쩌면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여길 만큼.
그러니 확신이다.
“유이가 미워지거나 싫어지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이것만큼은 무엇보다도 자신할 수 있어요.”
“부디 저와 함께, 미래를 바라주세요.”
유이에게 학원이에요 저예요! 하고 엄청 말했어요.
그런데 저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유이는 언젠가 스스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