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네에, 하고 답을 하면서도 의아한 기분이었다. ‘혹시 뭔가 잘못해서 꾸중을 들을까?’ 다행히 이런 걱정을 할 만한 학생은 스스로 생각해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교무실이란 공간이 주는 필연적인 긴장을 안은 채 시간에 맞춰 조심스럽게 찾아가면 익숙한 책상과 나카지마 선생님이 보였다.
토끼 인형들은 여전할까. 눈만 힐끔거리면서 꾸벅 인사를 하자 잠시만요. 그 말과 함께 무언가 찾듯 부스럭부스럭하는 모습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다. 그러다 짠, 하고 시야에 나타난 것은 눈이 내리는 하늘이 연상되는 하늘색의 코트와 장갑이었다.
“겨울 코트 하나 선물해주고 싶어서요! 이… 이건 제가 만든 장갑…….”
리본이 묶인 귀여운 디자인의 따뜻해 보이는 코트와, 색을 맞춘 듯한 도톰한 장갑. 직접 짠…?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거기까지 의식이 닿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해져 반응을 놓치고 말았다. 내밀어진 것을 멍하니 받자 평소보다도 살짝 고조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마음에 들어 하는지 걱정하는 것도 같은 시선에 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해야 하는데, 의식만 따르면서도 마음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딘지 먹먹한 기분이 들어 옷을 꾹 움켜쥔다. 그와 동시에 스친 건 1년 조금 안 된 지난겨울의 일이었다.
「선, 생님. ……선생님. 도와, 주세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열여덟 살의 겨울, 더는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겨울이 지나면 성인이 된다. 이미 옛날부터 어른들 사이에서 손을 덜 타는 아이, 어른스러운 아이로 칭찬을 샀던 만큼 세이라는 무엇이든 혼자서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게 실은 그렇지 않았단 걸, 제가 사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어린 아이인가 하는 걸 학원을 벗어나 머나먼 고향에서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그 때에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담임선생님이었다.
───나카지마 마미 선생님. 초등부 B반 시절부터 아이들 전체의, 또한 잠재능력반의 선생님. 초등부 시절 세이라의 시선에 비친 그녀는 선생님과 학생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세이라 쪽이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가야 하는 선생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기 일처럼 들으며 감정 이입을 하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분.
아이였기에 부릴 수 있는 치기였을까. 그녀 또한 학원 출신이란 걸 잊고 그 당시의 세이라는 이제 막 2년차였던 선생님을 앞에 두고 학원에 더 오래 있던 건 저이니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차, 실수했다. 하고 생각한 건 언젠가의 면회일이었다. 울적한 기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앨리스를 쓰면 이 슬픔이나 외로움도 잊을 수 있을까요…?」
……그건, 할 수 없어요. 나온 답과 함께 서렸던 그 표정에 제일 먼저 든 감정은 실망, 그리고 또 한 번의 체념, 기대해버렸기 때문에 느낀 그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게 선생님에게 상처가 됨을 그 순간은 알지 못했다. 그저 안아주는 선생님에게 어색하게 따라 팔을 둘렀다. 괜한 말 해서 죄송해요. 곤란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그 뒤로 신경을 쓰이게 만들어버렸단 걸 알아 일부러 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도 이 시점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문제는 선생님을 곤란하게 할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그러니 자신의 감정은 자신이 삼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홀로 골몰해버린 것은.
그러나 홀로 골몰하는 순간조차도 그녀는 세이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카지마 마미는, 언제나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세이라는 절박했던 순간 무의식중에 담임선생님인 그녀부터 떠올려 찾았다.
아무리 앨리스라지만, 담임선생님이라지만 버젓이 피붙이가 존재함에도 법적 보호자 자리에 앉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군소리 없이 세이라의 법적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아직, 그에 대한 감사도 다 하지 못했는데…….
코트를 보던 시야가 어느새 뿌옇게 번져 있었다. 허둥지둥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려다 오히려 멈추지 않고 더 흘러나와 저부터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세이라의 방 침대 밑에는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카디건이 담겨 있었다.
상자 안에 곱게 접힌 카디건은 그녀에게 상징과 같았다. 완성되지 않은 카디건, 이제 몸이 자라도 그녀의 몸에 맞는 새 옷을 선물할 사람은 없을 거라는 쓸쓸한 선고. 중등부 이후 그다지 자라지 않은 키는 그런 예감을 부정하고 싶었던 발버둥이었을까. 그러나 끝내는 찾아오고 만 진실 앞에서 어쩌지도 못한 채 멈춰서고 말았던 그녀에게 두 손에 올라온 코트는──,
“가, 감사…… 감사, 합니다. 선생님.”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코트 위에 물자국을 남긴다. 먹먹하게 차오르는 이 감정을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허둥지둥 물기가 남은 부분을 소매 끝으로 닦다가 주섬주섬 카디건을 벗고 그녀 앞에서 코트를 입어보았다. 몸에 꼭 들어맞는 크기, 포근하게 감싸주는 온기, 두 손에는 장갑까지 끼고 나자 어떤 추위도 뚫고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다. 애정이라는 이름의 온기였다.
또 훌쩍여버릴 것 같았다. 여기서 울었다간 눈물을 더 닦을 곳도 없다. 눈에 꾹 힘을 주고 참아내며 세이라는 제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 기뻐서, 울어버렸어요. 저… 이 옷이랑 장갑, 꼭 소중히 할게요.”
쌤이 너무 갓입니다ㅠ사랑해요 선생님ㅠ
뒷사람이 현실에서 할머니랑 사이가 좋고 애틋한 편이라
세이라가 할머니 얘기 할 때마다 덩달아 눈물이 나려는 편이었는데 이 때도 혼자 로그 쓰다가 감성 차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