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쥔 손 위로 다시 손이 겹쳐진다. 포개지고, 단단히 잡힌다. 어깨를 데우는 체온에 이번엔 안심이 되어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불안을 이야기해서 더 불안해졌을까? 아니. 도리어 조금 시원해졌다. 겨우 혼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선을 긋는다. 얘기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사라질까봐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확인시켜주겠다고 해주었다. 하루하루의 내일을 증명해주겠다고 했다. 세이라가 유이에게 들려준 말, 그리고 메아리처럼 되돌아온 말.
그 다정에 세이라는 울며 웃었다. 기쁘다. 알고 있다. 전부 알고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절망과 좌절이 있다. 뿌리 깊게 박힌 학습이 있다. 세이라의 발은 아직도 땅에 닿지 못한 채 공중을 더듬고 있었다. 발을 잡아당기는 것은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육지가 아닌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새까만 공동(空洞)이다.
어쩌면 이 불안정에 굴복해버렸는지도 모르지.
세탄 세이라는 오만한 상상을 한다. 결코 먼저 떠나는 건 자신이 아닐 것이라고. 그리고 불온한 가정을 한다. 아타고 유이는 끝내 떠나고 말 것이라고. 이것은 유이가 그녀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좋아함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녀의 불안과 그녀의 불안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사소한 차이가 다른 결론을 가져온다.
세이라는 앞으로도 불안할 것이고, 불안하기에 생각할 것이다. 언젠가 이 관계에 끝이 찾아오고 말 것이라고. 그렇기에 찾아오지 않은 끝을 몇 번이나 상상하고 상상하며 슬퍼하고 슬픔에 익숙해지고 무뎌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예정된 이별 앞에 웃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슬픔을 견디고 버티는 방법이다.
아타고 유이와 이별한 뒤에야 세이라는 안정할 것이다.
아,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라고.
홀로 되어 웅크려, 누구도 자신을 흔들 수 없는 작은 고독 속에서 평정을 취할 것이다.
알고 있다. 이것은 아타고 유이를 향한 기만이다. 불신이다. 또한 배신이다.
들켰다간 미움 받을 거예요. 유이를 또 슬프게 하겠죠. 그러니 세탄 세이라는 이 생각을 털어놓지 않는다. 다만 당장 하루하루의 내일을 증명해보이겠다는 강하면서도 다정한 손을 맞잡고 기대고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