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이라는 방에서 두문불출하는 일이 잦았다. 첫째 이유는 자꾸 기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었고 둘째 이유는 그 김에 느린 손을 다독여 뜨개질을 하느라였다. 덕분에 제 곁에 메카를 두고 재울 수 있는 게 어느새 세 번째 이유까지 되었을까.
콧노래를 부르며 실과 실을 엮는다. 대바늘을 이리 꿰고 저리 꿰면 느리지만 한 줄, 한 줄 길이가 늘어났다. 행복을 안겨주는 노랑, 사랑이 연상되는 진홍, 아침햇살 같은 주황, 바다가 떠오르는 짙은 파랑, 다정함이 담긴 갈색, 순결한 백색, 파란 실 사이에 갈색 실을 같이 꿰어 두 색의 실로 조합을 하기도 하고 흰색 실 사이사이로 푸르른 색의 실을 이어서 눈의 결정을 넣어보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부쩍 기술이 늘어난 게 제법 뿌듯하다. 어쩌다 이렇게 뜨개질 실력이 늘게 되었는지는 구태여 떠올리지 않았다. 무엇이든 필요에 의해 느는 법이다.
목도리를 짜는 이유는 여럿 있었다. 목이 허전해 보이는 친구를 위해서, 감기가 걱정되는 친구를 위해서, 목소리를 소중히 해야 하는 친구를 위해서, 받은 만큼 되갚고 싶어서, 그저 주고 싶어서, 무엇이라도 하나 더 남기고 싶어서, 뜨개질을 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들지 않아 좋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저 문제가 있다면 제 손이 느리다는 것 정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완성한 숫자가 몇 개 되지 않는다. 이래서야 졸업 전까지 모두에게 주는 걸 목표로 해야 할까. 그래도 일단은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헤아려 휴, 한숨을 내쉰다. 이왕이면 한 명씩, 모두의 목에 걸어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을 내야지.
밤새 눈이 내린다고 하였던가. 문득 뜨개질을 하다 창밖을 보면 새까만 밤 위로 흰 물감이 튀듯 점점이 새하얀 눈송이가 보였다. 쌓이고, 또 쌓이고. 눈을 밟을 때의 뽀득거리는 소리도 좋아하였지만 세이라는 그보다 눈이 쌓여나가는 소리를 더 좋아했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하지만 분명히 쌓이고 있는 눈. 어딘지 제 목소리와 닮아서.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나직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실과 실을 엮는다. 이렇게 엮인 실처럼 우리의 인연도, 하고 생각하다가 실없이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