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북새마을에 도착했어요! 갑작스런 노숙으로 감기 같은 것에 걸려버리고 말았지만 마을에서 쉬는 동안엔 괜찮아지겠죠. 그런데 박사님 뒤를 졸졸 쫓아 북새마을의 한켠의 아늑해 보이는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에는 ‘휴무일’이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럴 수가─!
오로지 따뜻한 방과 침대만을 믿고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너무나 가혹한 일이에요, 박사님. 그렇게 문앞에서 주르륵 주저앉아버릴 뻔했을 때, 안쪽에서 푸근해 보이는 인상의 사장님이 나와주셨어요.
“아이고, 어서 와요! 박사님, 그리고.. 트레이너 캠프지요?”
이 여관의 주인인 헤이즐 씨라고 해요. 귀여운 따님인 피칸 씨도 함께인 왁자지껄 즐거운 여관이에요. 저는 몰랑 씨에게 주워졌다가 로드 씨에게 양도되었다가 시타라 씨의 방에 둘이 함께 들어가 포켓몬끼리 신고식을 치르는 걸 지켜보고 위장 안의 아주아주 맛있었던 삐라슈끼가 소화될 때까지 쉬었어요. 하아아, 맛있었지. 삐라슈끼. 옆에서 테루테루가 응, 응 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여요.
삐라슈끼는 라이지방의 명물요리라고 지난번에 박사님이 소개해줬는데요. 안쪽에 야채를 듬뿍 넣어서 튀기는 고로케 같은 거라고 했어요. 원래 튀김 요리 중에 맛없는 건 없다고 그랬는데 야채도 듬뿍이라니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어요. 저는 아픈 것도 잊고 한 상 가득 삐라슈끼를 먹어버리고 만 거예요.
……그리고 밤이 되니 다시 출출해졌지 뭐예요. 시, 식욕이 돌아온 건 나아가는 증거랬어요! 결국 방문을 열고 살금살금 아래로 내려가자,
“자, 자. 여기 주문한 요리 나왔습니다.”
“사장님! 맥주 2잔 추가요!”
“여기 계산 부탁합니다….”
“우리 건 아직 멀었나?”
우와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 뭐예요. 위층 객실은 다들 쉬느라 조용했는데 1층은 밤 손님으로 붐비고 있었어요. 떠들썩한 소리와 음식 냄새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헤이즐 씨와 날아다니는 접시와 컵까지, 이렇게 바쁠 땐 이따 다시……가 아니라 도와드려야겠죠!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하고 카운터부터 쪼르르 가자 다행히 다루는 법은 우리 가게랑 비슷하더라고요.
“──입니다,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3번 테이블!”
“네~에, 갑니다.”
이래봬도 종업원 경력이 트레이너 경력보다 길답니다. 모자는 테비 옆에 잘 두고 단정하게 머리핀과 앞치마를 하고는 숨 가쁘게 가게를 돌아다니자 한참 뒤에야 피크 타임이 지나가고 조용해졌어요. 휴우우, 하고 한숨 돌리며 의자에 털썩 앉자 헤이즐 씨가 따뜻한 음료를 한 잔 주시지 뭐예요. 그리고 아르바이트 비는 섭섭지 않게 챙겨준다고 해주셨어요.
“저 그럼, 삐라슈끼도 하나 더 먹고 싶어요!”
저는 이틈을 놓치지 않았어요.
020.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10일
그 첫 번째, 북새 체육관. 호프 트레이너와의 대결.
누림마을에서 출발해서 북새마을에 오기까지, 길목에도 여러 호프 트레이너들이 있었다고 해요. 다들 라이지방에서 베테랑 트레이너를 꿈꾸는 새내기들이었겠죠.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저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요.
그렇지만 곧 북새 체육관에 도전하기로 한 이상, 우리는 새 포켓몬과 조금 더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테토. 너로 정했다!”
테토를 내보냈어요. 라이지방에 와서 구구, 망키, 블루, 루리리, 이렇게 네 마리의 포켓몬을 잡았지만 이 중에 비행 타입을 상대로 내세우기엔 역시 물타입이 가장 무난하려나 싶더라고요. ──루리리는 아직 노멀이지만!
“테루테루도 조금 더 훈련을 시켜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테루테루는 겁쟁이라 배틀에 내보내려 하면 도망가고 싶어 버둥대기 일쑤더라고요. 배틀에 내보내서는 달래는 일이 더 힘들어서 도통 성장을 못 시켰어요. 그렇다고 테리를 내보내기엔…… 제 시선을 눈치챘는지 테리가 잎사귀에 올려둔 파란 바코열매를 내밀어 보여요. 응, 테리. 물론 그게 있으면 좀 낫지만 어음, 어. ……그래. 아무튼 그런 거예요.
“테토. 우리의 미래는 네 어깨에 있어.”
제 말에 테토는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힘내주었어요.
“테토, 물대포! ──와앗. 이겼다! 잘했어. 테토.”
이걸로 테토는 새 포켓몬을 상대로 한 자신감을 익혔어요!
그 두 번째, 북새 체육관. 관장님을 도와주기.
“머스타 씨,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캠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힘들진 않았어요?”
마침 우리 쪽의 승부가 끝날 즈음에는 머스타 씨 쪽도 정리가 된 것 같았어요. 머스타 씨의 두두와 스왈로는 제법 지쳐 보였지만 그럼에도 흐트러짐 없이 의젓한 자세로 있어주었어요. 이게 바로 관장의 포켓몬이 지닌 관록이란 걸까요? 멋져, 어른스러워! 저는 우리 포켓몬들에게도 어서 보고 배우라고 툭툭 쳐보았지만 테리는 음, 다른 포켓몬과 비교하면 안 돼요 디모넵. 정도의 반응일까요. 아니면, ‘당신이 관장급의 트레이너가 되어보시던지요.’ 일까요. ……후자면 나 조금 울 거야, 테리.
하지만 그 말도 맞는 말이에요. 머스타 씨의 포켓몬들이 저 정도로 의연하고 의젓한 건 머스타 씨가 그만큼 성심껏 키워준 덕이겠죠. 이렇게 연이은 배틀이 끝나고도 성실하게 야생 포켓몬들을 돌보러 가려고 하고 있고요.
그러고 보니 누림마을 쪽에서도 머스타 씨를 만날 수 있다고 했던가요. 야생 새 포켓몬을 돌봐주던 모습으로요. 지금 우리가 도와줄 일이 그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와, 나도 파란 깃털 얻을 수 있을까?─디모넵은 잠시 꿈을 가져보았다─.
우리는 함께 사료와 물이 든 양동이를 옮겨 야생 포켓몬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했어요. 그리고 함께 야행성 새 포켓몬들을 돌봐주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저는 거의 마지막 차례 즈음에 머스타 씨에게 도전하러 갈 것 같아요. 그 땐 잘 부탁드릴게요! 그 땐, 제가 제 포켓몬들을 얼마나 열심히 키웠는지도 보여드릴게요.”
저는 자기어필도 빼놓지 않았어요.
그 세 번째, 북새마을 여관. 헤이즐 씨 도와드리기.
바깥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오자 오늘도 여관은 성황이었어요. 헤이즐 씨 여관은 언제나 문전성시네요. 우리도 며칠 묵어본 사이 헤이즐 씨가 얼마나 좋은 분이고 이 여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잘 알게 되었지만요.
“여기 계산이요.”
곧장 보이는 건 계산하고 나가려는 손님이에요. 헤이즐 씨는, 아앗…… 저쪽에서 서빙 중이네요. 저는 얼른 카운터로 달려갔어요. 며칠 사이 익숙해진 일이에요. 제가 계산을 하는 사이 테리가 앞치마를 가져와주었어요. 저는 테리에게 모자랑 가방을 맡기고 얼른 앞치마를 둘렀어요.
헤이즐 씨는 자연스럽게 가게 일을 돕는 저를 한 번 슥 보다가 흠, 맡겨도 좋겠군. 하고 합격이란 얼굴로 척척 지시를 내려주셨어요. 좋아요, 헤이즐 씨. 뭐든 맡겨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삐라슈끼 2개를……!
너무 먹는다고 일급에서 깎이는 건 아니겠죠?
여관 일은 참 좋은 일이에요. 꽃가게도 그렇지만 여관은 특히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뜩 들을 수 있거든요. 오늘 체육관전에 도전한 트레이너들 이야기, 북새마을을 방문한 사람들 이야기, 요즘 라이지방의 유행, 최근 주목받는 아이돌, 사람들 사이에서 서빙을 하고 그릇을 치우고 계산을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저는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열심히 귀담아 들었어요. 그래요, 이게 바로 숙련된 배달꾼의 요령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