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 체육관 소속의 호프 트레이너가 저 건너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미 볼에서 튀어나온 쌔비냥은 우아하게 꼬리를 살랑거리며 우리쪽을 도발하네요. 저 친구 참 매끄럽고 예쁘게 생겼는데 앙큼함이 장난 아닌걸. 과연 악 타입.
아야, 테마리 꼬리가 아파.
테마리가 뭐에 화났냐면요. 망키는 원래 몸에 화가 많고 난폭한 포켓몬이라고 해요. 언제나 뭐에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향해 분노를 내뿜는 친구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우리 친구 테마리는 특성이 ‘오기’라서요. 다른 망키들에 비해서 한층 더 강한 척 하고 고집을 부리길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그랬는데 말이죠…….
“그, 그치만 테마리. 비행 타입 포켓몬에게 널 내보내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는걸! 아야야야야야. 할퀴지 마. 할퀴지 마.”
자기가 약하다고 그 동안 시합에 내보내지 못해서 속에 화가 더 많이 쌓인 모양이에요. 아야야……. 옷이 너덜너덜해졌어. 이건 설마 새 옷을 사라고 날 배려해주는 거니, 테마리? 옆에서 테리가 한심한 눈으로 쳐다봐요. 우우우.
“아, 아무튼 그러니까 테마리. 이번 체육관은 오직 너만 믿고 있어. 네가 우리의 다크호스. 숨겨둔 패. 위기를 대역전하는 영웅이야! 알았지?”
가자, 테마리. 악당에게는 수정펀치가 최고인 거야! 우리는 우리를 한참 기다려준 호프 트레이너에게 꾸벅 인사하고 드디어 시합에 임했어요.
그 두 번째, 자귀 체육관 청소
──무사히 시합을 마치고 테마리는 한 바탕 날뛰고 나니 기분이 풀렸는지 폴작폴작 뛰며 즐거워 보였어요. 고생한 테마리에게 포핀을 나눠주고 저는 양쪽에 포켓몬들을 끼고 빗자루를 들었어요.
듣자 하니 오늘의 체육관 이용자는 우리가 마지막이었다고 해요. 하긴, 시간이 벌써 많이 늦었죠. 저도 바로 내일이 관장님과의 시합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임했을 텐데. 당장 내일이 체육관전이라고 하자 부랴부랴 준비할 게 아주 많은 거예요.
아, 그거랑 이거랑은 별개지만요.
“깨끗이 해두거라.”
“넵, 시슬 님!”
님 소리가 절로 나오지 뭐예요. 우와아, 저 위엄. 아우라. 엄청나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톱 모델이었다고 했나요? 저는 이런 쪽에는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얼굴을 보니까 떠오르더라고요. 아빠가 수집해둔 잡지분철에서도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아빠 취향의……, 응. 틀림없네요.
시슬 씨는 제가 청소하는 걸 힐끔 보고 자기 일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저는 우선 테비를 시켜서 바람을 일으켜 먼지 하나 없는 체육관 바닥을 한 번 더 깨끗이 털고 그 다음에 테토에게 부탁해 거품을 내가며 바닥을 물청소 했어요. 마지막은 테리와 테루테루, 테마리까지 합심해서 마른 수건으로 뽀득뽀득 바닥을 닦는 거예요.
“내일 우리가 또 써야 할 체육관이니까 꼼꼼히 해두자! 하는 김에 체육관 필드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휴우. 광이 나는 바닥을 보니까 뿌듯하네요. 청소를 마친 저는 마지막으로 시슬 씨에게 검사를 받으러 왔어요.
“저, 저기. ……내일은 잘 부탁드릴게요. 제대로 된 자기소개도 내일 할 테니, 기다려주세요!”
내일의 목표는, 배지도 따고 시슬 님과 기념사진을 찍는 거예요. 저 벌써 팬이 되어버린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