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는 태어나면서부터 먹보 루리리였습니다. 아주 잘 먹었고 먹을 때마다 동그란 꼬리가 쑥쑥 커져갔습니다. 다른 루리리들은 그런 테토에게 꼬리가 무거워지면 뜰 수 없다고, 헤엄도 마음대로 치지 못할 거라고 걱정을 했지만 테토는 ‘세상에 이렇게 맛좋은 걸 두고 어떻게 아낄 수 있지?’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테토에게 세상에서 무엇보다 맛있는 것이 찾아온 것은. 그것은, 꿀!
“나랑 같이 갈래? 그럼 앞으로도 꿀을 잔뜩 먹게 해줄게.”
테토는 그만 무리에서 졸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응, 이 꿀만 있으면 나는 앞으로 이 세상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어. 테토는 제 발로 몬스터볼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현실은 순진하고 어린 루리리의 생각보다도 각박했습니다. 꿀은 넉넉하지 않았고 새로운 무리의 안에서 고참처럼 구는 쪼마난 체리버는 시어머니처럼 구박을 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테토를 견디게 한 것은 숨어있는 꿀통을 찾아낼 때의 기쁨과,
“루리리. 귀여워!”
“귀엽네요.”
자기를 귀여워해주는 시선 덕분.
‘나는 귀여워?’
루리리 무리에 있을 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일이에요. 귀엽다니, 모두가 나를 봐주다니. 그건 아주 짜릿하고 즐거워서 테토는 먹는 것보다도 꿀보다도 귀여움 받는 쾌감에 푹 빠지고 말았어요. 어떻게 하면 더 귀여워질까. 어떻게 하면 모두가 더 나를 봐줄까.
“……테토 맨날 지는 배틀만 하게 해서 미안해.”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작고 연약한 루리리니까. 꼭 껴안고 사과해오는 자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작은 트레이너에게 안겨서도 테토는 배틀에 큰 생각이 없었어요. 너덜너덜하게 기절하는 건 기분이 좋지 않구나, 정도였을까요.
그랬는데 말이에요. 그랬는데, 아니었어요.
달랐어요.
이기는 건 말이죠. 꿀보다도, 귀여움 받는 것보다도, 더 짜릿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레파르다스가 쓰러졌어.”
“마릴리 대단한데?”
널찍한 무대 위에 서 있는 포켓몬은 오직 나 뿐, 모두의 관심이 집중하는 것도 나. 너덜너덜하고 흙투성이가 되고 털도 거칠어졌지만 그런 것쯤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굉장한 쾌감. 나는 사실 아주 대단하고 또 멋지고 귀엽기까지 한 게 아닐까?
테토는요. 한 번 그 생각에 빠지고 나자 더 가만있을 수 없어졌어요. 한 번 더, 내게 또 승리를 줘. 나는 쓰러지지 않아. 꼭 이길래. 이겨서, 무대에 혼자 설 거야.
어쩌면 칼라마네로의 혼란 속에서 테토가 본 것은 그런 빛나는 자신이었던 게 아닐까요?
“테토, 굉장해! ……나는, 널 믿지 못해서, 또 지는 구나 했는데. ……너는 날 믿고 마지막까지 힘내줬구나.”
디모넵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당연히 믿은 건 테토 자신이죠. 테토는 또 쓰러지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볼품없이 쓰러지고 기절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합장 위에 마지막까지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자신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힘낸 것뿐이에요.
그래도…… 이런 착각도 괜찮아요. 덕분에 디모넵이 웃어주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지만 이건 일기니까 특별히 해볼게요. 테토는 꿀도, 귀여움 받는 것도, 이기는 것도, 그리고 디모넵도 아주 좋아해요. 디모넵을 웃게 하는 건 바로 테토가 될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죠.
저 뒤에서 흰 눈으로 보는 테리는 테토가 알 바 아니었어요.
두 번째, 테이의 일기
알속에 웅크리고 있는 동안에는, 바깥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소리보다는 진동에 가까운 느낌으로 출렁이는 알의 내부를 소리가 두드려온다. 알속에서 알 수 있는 건 따뜻하다, 미지근하다, 춥다, 무언가에 감싸여 있다, 누군가 소리를 내고 있다 정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여 있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건 좋아. 좀 더 따뜻하게 해줘. 그렇게 까딱, 몸을 움직이자 바깥에서 호들갑을 떠는 게 느껴졌다. 어라, 움직이면 안 됐던 걸까? ……하지만 이 안은 답답한걸. 아직, 나를 감싼 이것을 깨부술 힘은 없지만 그래도 갑갑해. 바깥의 공기를 쐬고 싶어.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마음이 힘이 되었다. 둥글게 감싸고 있는 이것의 위로 파릇파릇하게 풀을 덮었다. 그러자 공기가 한결 상쾌하고 신선해졌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좀 더, 자유롭게 숨 쉬고 싶어. 얼른 더 자라지 않으면. 껍질을 부수고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알속에 잠겨 멍하니 바란다. 원한다. 하고 싶다. 그런 생각들만 가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예감이 들었다.
지금이라면 이 껍질을 부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기지개를 켰다. 주먹을 꼭 쥐고 이 답답한 세계를 두드렸다. 까득, 까드득, 나를 속박하고 있는 이곳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어. 나는 할 수 있어. 조금씩 팔에 힘이 들어갈수록, 다리를 뻗을수록 갈라지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바깥의 공기가 느껴졌다. 바깥 공기는 기대했던 것보다도 좀 더 습하고 차갑고, 풀내음보다는 바위와 돌, 이끼 냄새가 짙었지만 그럼에도 알속의 공기보다는 훨씬 좋았다.
어서 나가고 싶어. 오로지 그 일념으로 마지막 힘을 다하는 순간, 뜨거운 것이 힘껏 껴안아왔다. 안기자마자 알아차렸다. 알속의 나를 늘 따뜻하게 해주고 내게 말을 걸어오던 건 이것이야.
“……다행이다.”
지금 뭐라고 했어? 미안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놀라던 표정, 안도하던 표정, 안도 뒤에 따르던 죄책감. 표정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했어. 그렇지만,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