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시드~ 철시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테이를 안고 이동했어요. 테리는 바깥이 추운지 볼밖에 나올 생각을 안 하는데 테이는 추워도 바깥이 더 궁금하고 흥미로운가봐요. 그래서 꼬옥 품안에 넣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 꿀통을 열자 역시나 포켓몬들이 솔솔 모이지 않겠어요? 저는 혹시나 철시드가 있을까 하고 모인 친구들을 돌아보았는데, 쪼끔 아쉽게 철시드는 없었지만 정말 가지각색의 친구들이 모였더라고요. 우와. 신오에선 좀처럼 못 보던 친구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그 중에 타격귀란 친구는 마침 율리야 씨가 보고 싶어 하던 친구지 뭐예요. 그래서 혹시 우리랑 같이 가줄까 하고 말을 걸었더니 타격귀는 예의바르게 인사부터 하고 꿀을 받아가도 되는지 물어봤어요.
테이 잘 봐. 저게 아주 멋진 태도야. 저런 매너 있고 예의바른 포켓몬이 되자, 우리도. 테이는 자기 외의 포켓몬들이 마냥 신기한지 흥미로운 눈으로 타격귀를 보다가 다가가서 따라서 정중한 인사를 했어요. 옳지. 잘한다, 우리 애!
둘이서 꿀을 나눠먹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저는 곧 타격귀에게 물어보았어요. 혹시 이 차갑고 캄캄한 동굴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은 포켓몬들과 무의를 겨루지 않겠냐고요. 그리고 몬스터볼을 내밀었어요.
두 번째, 바닐프티
바닐프티가 정말 너무 귀엽게 생겨서 말이죠. 저도 혹하지 않았냐고 하면 쬐끔 혹하긴 했던 것 같아요. 이 아이랑 같이 여행을 떠나면 귀엽고 즐겁겠구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소풍가는 마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들이기에는 제 가방이 너무 무거웠던 것 같아요.
누구더라. 관동지방의 박사님이 말했던가요? 몬스터볼을 잔뜩 갖고 다녀도 상관없지만 트레이너가 여행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적정선은 6마리까지라고요. 지금 제가 딱 6개의 볼을 갖고 다니거든요. 그래서인지 새 친구를 데려오는 일이 아주 신중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바닐프티는 아아아아아, 안 돼. 테토. 진정해! 테토와 바닐프티를 두고 앞에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아이가 울기 시작해요. 어쩌지? 어쩌지? 어떡하지?? 테토를 얼른 볼에 집어넣고 바닐프티를 품에 안았어요. 둥기둥기,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예뻐해주다 보니 이 아이 금세 울고 약하고 혼자 둘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있지, 바닐프티. 내가 네게 아주 좋은 짝꿍이 되어줄 사람을 아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이 험난한 동굴 안에서 금세 또 삥을 뜯기거나 호된 꼴 당하지 않도록 널 안전하게 품어줄 사람이 있어. 어때?
저는 바닐프티에게 몬스터볼을 갖다 댔어요.
049. 오늘의 친구 1월 27일
첫 번째, 타격귀
율리야 씨가 타격귀를 바라는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번에도 율리야 씨는 이상해씨를 무척 만나고 싶어 했죠. 역시 한 타입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엔 매력적이고 멋진 다양한 포켓몬들이 있으니까요.
타격귀 친구는 저를 따라오기로 결정해놓고도 2만번의 정권 찌르기를 다 못 채운 게 영 신경 쓰이는지 몇 번이나 서성거리며 뒤를 돌아보았어요. 게다가 살던 곳을 떠나는 불안도 있는 것 같았고요. 저는 그런 타격귀의 머리를 조심조심 쓰다듬으며 안심시켜줬어요.
“율리야 씨에게 네가 동굴을 떠나서도 정권 찌르기 훈련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잘 부탁할게. 게다가 율리야 씨네는 엄청 강한 포켓몬들도 많아서 저를 더 강하게 해줄 수 있을 거야. 안심해줘.”
제가 몇 번이나 설명을 해주고 나서야 타격귀는 겨우 캠프 쪽을 바라봐주었어요. 정말? 과연 그렇게 강한 사람이? 그 트레이너는 멋질까? 날 강하게 해줄까? 타격귀의 눈에 기대가 차는 걸 보고 나서야 안심했지 뭐예요.
포켓몬과 트레이너를 주선하는 건 늘 긴장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캠프에서 한달을 지내는 동안 모두가 포켓몬을 얼마나 아껴주고 소중히 대해주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걱정되지는 않아요. 율리야 씨는 분명 이 아이를 아껴줄 거예요.
“아, 저기야. 타격귀. 저 사람이야.”
저는 율리야 씨를 가리키며 타격귀의 어깨를 살짝 밀어주었어요.
두 번째, 바닐프티
몬스터볼에 들어오고 나서도 바닐프티는 계속 훌쩍훌쩍 울기만 해서 정말 난감했어요. 그래서 볼에 넣는 대신 꺼내서 품에 안아주고 있으려니까 파, 팔이…… 점점…… 얼어붙는 거예요. 결국 품에서 내려놓자 바닐프티는 그래도 혼자 돌아가거나 도망치는 대신 제 옆을 졸졸 두둥실 울면서 따라와 주었어요.
이거 죄책감이 엄청난데……. 저는 돌아가서 테토를 제대로 혼내기로 결심하고 제 옆을 아장아장 걷는 테이를 힐끔 봤어요.
아이의 교육에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포켓몬을 울리고 울린 채 옆에 데리고 가는 트레이너라니. 테이, 그런 게 아니야. 내 해명을 들어줘!
점점 걸음이 빨라졌어요. 거의 달리는 수준이 되어서 저는 급히 아리 씨를 찾았어요.
“아리 씨! 아리 씨!”
이 아이를 잘 부탁해요. 울보에 겁도 많고 내성적인 것 같지만, 맛은 보장하는 것 같아요!
아... 이제 보니 제가 잡아준(잡아서 친구에게 보내준) 포켓몬들 볼 일이 별로 없었네요 조금 아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