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돌아갈 곳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당신에게도 있을까? 언젠가 길고 긴 여행길의 중간에 쉬고 싶어졌을 때, 그저 길 위 어느 곳이나가 아니라 ‘그곳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마음에 떠올릴 곳이, 있을까?
“아빠는 말이지. 엄마에게 이 집이 그런 곳이길 바라고 있단다.”
그러니까 괜찮아. 엄마가 아무리 멀리 나가 있어도, 오래 떨어져 있어도, 결국은 이곳으로 돌아올 테니까.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이 더욱 소중해졌다. 이곳은 우리의 보금자리, 우리가 가장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 언제든 변함없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내 편. 나의 일부가 뿌리내리고 있는 자리. 의미를 부여해 땅에 심었다. 소중히 키웠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졌다.
알을 받아서 키워보았다. 점점 껍질이 얇아지고 풀이 돋아나고 까딱까딱 움직이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알을 껴안으며 이 드넓은 세상 아래서 네가 안심하고 쉴 곳이 있다면 이곳일 거야. 네 집이 되어줄게. 생각했다.
뿌리내릴 곳을 찾아 꿈틀거리는 나무처럼, 풀처럼, 돌아갈 곳이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절대적이지는 않겠지. 부유하듯 살아가는 당신에게 땅속으로 뻗어드는 뿌리는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꽃향기마을에 가면 디모넵을 만날 수 있을까?”
그래도 디모넵은 당신의 멀고 먼 여행길의 어딘가에서 쉬고 싶어질 적에 저를, 꽃향기마을을 찾아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사시사철 봄으로 물들어 오색의 꽃들이 반기는 대지에서 당신이 지친 발을 쉬어 가기를. 메마른 옛 흔적에 따라 말라버린 당신을 촉촉이 적셔주기를. 어디서든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기를.
“……라고 해도, 캠프가 끝나면 와이랑 함께 여행하기로 약속했지만요. 그러니까 언젠가 나중에 꽃향기마을에서 기다리는 대신에 꽃향기마을로 와이를 데려갈게요.”
그리고 또 나중에, 다시 먼 미래에 당신이 홀로 쓸쓸하다면, 돌아올 곳이 찾고 싶어지면 그 때도 와주세요. 저는 언제든 와이를 알아볼 자신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