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안의 소식은 빨리 퍼진다. 다들 포켓리스트를 이용하는 게 능숙해 어디서 희귀한 포켓몬을 발견했다거나 어디에 가면 신비한 도구를 줍는다거나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동했다.
「여기서 화강돌을 볼 수 있대.」
「화강돌이라면 디모넵이……」
디모넵이 무서워하던 포켓몬 아니었어?
캠프 안의 소식은 정말로 빨리 퍼진다. 포르티스가 화강돌을 만났다는 소식도 금세 포켓리스트로 전해 들었다.
[포르티스 씨가 화강돌을 데려오면 나 포르티스 씨 얼굴 못 볼 것 같아요.]
거진 협박이나 다름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 ‘그게’ 싫어요. 무서워요. 그러니까 선택해요. 그냥 협박이었다.
만약 그럼에도 데려온다면 어쩔 수 없지. 못 보는 거다. 아주 단순한 논리였다. 포르티스 씨 얼굴만 보면 떠오를 것 같은걸요. 나는 분명 말했어요.
마주치면 몸이 떨리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손끝부터 피가 식었다. 온몸의 모세혈관까지 마비가 온 것 같아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식은땀이 흘렀고 울고 싶었다. 무섭고 서럽고 외롭고 쓸쓸하다. 108개의 영혼의 무게만큼, 영혼을 누르는 쐐기돌의 무게만큼 머리 꼭대기부터 짓눌러오는 프레셰에 그만 무릎을 꿇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야, 디모넵.”
차라리 다른 고스트 타입이 괜찮아질 정도로 아 그렇구나. 화강돌과 다른 포켓몬들은 달라. 도리어 그런 당연한 사실을 깨달을 만큼 괜찮지 않았다.
괜찮지 않은 것이었다.
한 번 더 그가 불렀을 때 디모넵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잠깐, 잠깐만. 갈 땐 가도 듣고 가라고.”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반사적으로 붙잡은 손이 전과 다르게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 사이 당신은 더 나아진 모양이었다. 작고 연약한 것을 붙잡는 법, 힘 조절을 하는 법, 움켜쥘 때에 손가락 끝에 힘주지 않는 법. 조심스럽게, 그래 갈고리처럼 감싸기만 하는 것. 당신 스스로는 알아차렸을까.
나는 알아주지 못했는데.
알아주지 못한 채 멀어졌다. 갈색 등으로 잔잔하게 환한 텐트 안에서 퉁퉁 부어 뻑뻑한 눈을 깜빡이다 새빨갛게 충혈된 그것을 억지로 꾹 감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다행히 악몽 같은 건 꾸지 않았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디모넵은 아, 그렇구나. 하나의 방법을 깨우쳤다.
플로스가 있었다. 파트너의 일을 알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제 못생긴 꼴을 걱정한 건지, 그 작던 불 고슴도치에서 커다래진 몸으로 달라붙어와 걱정스런 얼굴을 해왔다. 그런 플로스를 꼭 껴안고 무게를 감당해 둥기둥기 안아들고 두 사람의 텐트로 갔다.
두 사람 분의 텐트였다.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것 같았다. 목적은 그대로였다.
텐트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가 꾹 닫힌 그 위를 툭툭 두드렸다. 인기척이 났다.
“포르티스 씨를 원망했어요. 난 정말 싫다고 했는데, 무섭다고 했는데, 그렇게 화강돌이 욕심났어요? 하나도 기뻐 보이지 않는 얼굴로 잡아놓고. 그럴 거면 왜 데려온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바보 같아요.”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다. 불편한 건 닿아오는 체온인지 따끔거리는 분위기인지 꼼지락거리는 플로스에게 미안해. 조금만 더. 속삭이고 부비작거렸다.
“그렇지만 더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다 잊어버릴 거예요. 잊어버릴 거니까, 포르티스 씨도 그냥 아무 말 하지 말아줘요. 없던 것처럼요.”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서로 힘들게 하지 말고요. 아무것도 못 본 척,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입을 열지 말고 그 말을 소리 내지 말고 그렇게요.
“나는 포르티스 씨를 원망하기도 싫고 싸우기도 싫어요. 그런데…… 그런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모르겠으니까, ……포르티스 씨가 해결해줄 거 아니면 그냥 묻어줘요.”
텐트 입구에 플로스를 내려주었다. 낑낑거리며 떠나는 디모넵을 따라가지도 텐트에 얌전히 있지도 못하고 맴도는 아이에게 미안, 조그맣게 웃고 디모넵은 그 자리를 떠났다.
캠프 안의 소식은 정말이지 너무 빨리 퍼져서 이 작은 캠프에서 소문 하나가 하루를 넘기는 법이 없었다. 디모넵은 더는 화강돌이 포르티스에게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 있는지도 알았다. 그러나 아직 모르기로 했다. 직접 듣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