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넵은 태어나서 기차가 처음이었다. 라이지방에 와서 처음인 게 아주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차는 여행의 로망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무척이나 설레며 기대했다. 되짚어보면 신화나 전설만큼이나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 아버지가 알았다면 네 아빠엄마가 모두 돌아다니길 좋아하지. 하고 웃으며 답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도저히, 도무지 기차나 여행, 심지어 하늘의 뿔을 앞에 두었는데도 설레며 즐길 수 없었다. 울적함이 앞섰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크게 꼽아보자면 3가지 정도로 줄일 수 있었는데 그 세 가지 모두에 ‘화강돌’이란 단어가 들어갔다.
하나는 화강돌이 캠프에 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강돌 문제로 포르티스와 와이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응, 아빠. 지금 겨루마을……. 곧 기차를 탄대요.”
「그렇구나. 건강하고?」
“그럼요. 잘 지내고 있어요. 배지도 하나 더 땄고요. 참, 알도 태어나서요. 연극도 보고 왔는데요.”
도란도란 대화 소리가 이어졌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풀썩 누워 쉬던 참이다. 테루테루는 테마리가 드라이기를 돌려줘 축축해진 등을 말리고 있었다. 그랑블루로 진화한 테루테루는 디모넵과 거의 비슷한 키였는데 그만큼 힘도 강력해져서 이럴 때 디모넵을 업어 옮기거나 했다. 그래도 아주 편안하진 못한 편이다. 지난번에 와이의 가이아 위에 얹어져가는 디모넵을 보며 내심 조금 더 컸더라면 하고 아쉬워한 건 포켓몬들만 아는 이야기였다.
테루테루보다도 조금 더 작은 편인 테마리는 ‘이 몸이 덩치는 좀 작아도 앙? 저 녀석을 업기에는 충분하다고.’ 라며 디모넵을 무등 태워 데려가려 했지만 그건 위에 올라앉는 디모넵의 허리에도 어마어마한 부담이 갈 것이다. 디모넵 대신 기차를 잔뜩 신기하게 봐주며 창에 붙은 테토와 지붕 위에 올라가 그런 테토 위로 눈을 떨어트리는 테비. 테이는 아빠와 인사 중이었다. 그 뒤로 진화한 테리도 수줍게 디모넵의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었다.
「잘 지내는 거 같아 다행이구나.」
“그야 당연하죠~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요.”
한참을 아빠와 대화를 나누며 기분이 좀 풀리는 거 같았다. ‘집에 가서 아빠가 해준 과자 먹고 싶어요,’ 칭얼거리며 우는 소리도 좀 했다. 이 정도라면 다시 방을 나섰을 때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까지 막 생길 즈음이었다.
아버지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도 달리아 씨에게 네가 라이지방이란 이야기 안 했지? 그게 말이다. 마침 연락할 일이 생겨서 어쩌다 보니,
「……달리아 씨가 겨루마을이라는구나.」
“아…?”
마지막 하나는 화강돌과 어머니가 세트로 겨루마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드라이기로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린 테루테루가 침대 위로 엉금엉금 올라왔다. 테루테루는 입을 다물어버린 디모넵의 옆에서 눈치를 보다가 그 턱을 뺨에 문질러 애교를 부렸다. 디모넵은 테루테루와 나란히 누운 채 한참, 또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달리아 씨, 하지만 나는……」
「한 번 생각해보세요. 강요는 아닙니다.」
“더는 숨을 곳이 없다, 테루테루.”
우리는 위협 앞에서 한참 바들바들 떨며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로든 가야만 했다. 스피드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