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테비의 날개에 의지해서 하늘을 날아보는 날이에요. 물론 테비 혼자에게만 의지하는 건 아니지만요. 공중날기 택시를 부르기로 했어요. 아직 피죤인 테비에게 제 무게를 다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고, 니켈 씨와 함께 이동하기로 했거든요.
니켈 씨는 이따가 모의전도 해야 해서 잠깐 왔다가 저보다 먼저 돌아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왜 북새마을까지 같이 돌아가느냐면……,
실은 그저께 잠깐 봐버렸어요. 니켈 씨가 피죤에게 감아주었던 초보 배지를 푸는 걸요.
니켈 씨는 포켓몬에게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초반의 니켈 씨는 트레이너 캠프에 와서도 쭉 회사원 같아서, 자신의 포켓몬들과도 어딘가 비즈니스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마 초창기의 구구가 니켈 씨를 따르지 못하고 활화르바와도 경쟁을 하던 건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곳에 자기 둥지를 두어도 될지 긴자을 풀지 못해서요.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모부기가 센트가 되고 딥상어동이 쿼터가 되고 톱치에게, 식스테일에게, 두더류에게 이름이 생기게 되었어요. 니켈 씨의 얼굴에서 포켓몬을 향한 거리감이 사라지고 조금 더 트레이너다운 얼굴이 되었다고 느꼈어요. 에이, 제가 뭐 대단한 걸 아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데 피죤과 활화르바에게는 여전히 이름을 붙이지 않은 채였어요. 니켈 씨에게 있어서 포켓몬에게 이름을 주는 건 아주 특별한 건가 봐요. 이름을 줘버리면 아이에게 자신의 흔적이 잔뜩 남아버려서 그런 걸까요. 확신이 서지 않아서요. 저는 언제 두 아이에게도 이름을 붙이는 걸까 니켈 씨와 아이들을 지켜봤는데요.
오늘은 그 중 하나의 결심이 선 날인가 봐요. 아이에게서 제 흔적을 거두는.
그래서 니켈 씨의 피죤과 테비와 함께 북새마을로 가기로 했어요. 북새마을이라면 머스타 씨와 다른 멋진 포켓몬들이 니켈 씨 피죤의 좋은 동료가 되어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