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음 체육관까지는 멀었지만 앞으로 아무 씨에게 기술을 배울 기회가 몇 번 없을 테니까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겠죠.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서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기술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포켓리스트의 기술 목록을 보고 지갑의 남은 돈을 계산하고 아무 씨는 어디 있더라 두리번거리며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헤아렸어요. 그러니까, 테토는 기술머신으로 가르쳐도 되고 테리는 아직 고민 중이고 테스티아는 곧 스스로 배울 거고……,
그렇게 헤아리며 소파에서 생각에 잠긴 사이 테마리가 어딘지 들뜨고 기대에 차서 제 주위를 기웃거리더라고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설레는 기색에 돌아보기가 정말 괴로웠지만 흘끔, 얼굴을 보자 평소의 험상궂은 얼굴 대신 꼭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곱게 눈을 빛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저랑 눈이 마주치자 테마리는 성원숭의 얼굴 근육으로 가능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방긋 웃으며 ‘어이, 트레이너. 이번엔 이 몸의 차례가 맞겠지?’ 하고 눈빛을 보내왔어요.
저는, 너무, ……양심이 아파 와서.
“테루테루, 테토. 테마리에게 잔뜩 치근거리며 놀아줘!!”
두 아이에게 테마리를 맡기고 테이의 몬스터 볼을 든 채 전속력으로 달려서 도망쳤어요. 미안, 테마리! 다음엔 꼭 네가 배우고 싶은 기술을 가르쳐줄게!!
뒤에서 테마리의 성난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귀여운 페어리 둘을 이기진 못할 거예요.
“아-무-씨-이-이.”
그러고 보니 아무 씨도 물 타입 친구만 셋이었죠. 하지만 기술배치를 보면 겟코만 해도 물, 악, 얼음 기술을 골고루 갖고 있어요. 저는 그 타입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폭넓게 가르치는 편이 아이가 활약할 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걸까요?
“그래서 이번에 테이에게 용의 파동을 가르치고 싶은데요.”
물론 테이는 메가진화를 하면 드래곤 타입도 같이 갖게 되지만요. 아무래도 특별한 힘이 아니면 변하지 않는 타입이라서 그런지 스스로 배우는 드래곤 기술은 몇 없더라고요. 테이에게도 드래곤으로서 활약할 기술이 뭐가 있을까 찾아본 끝에 고른 게 이거였어요.
테이는 볼에서 나와서 아무 씨에게 꾸벅 인사를 했는데, 알에서 태어난 이후 몇 번 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낯을 가리는 것 같더라고요. 멋쩍어 보이는 테이의 등을 토닥토닥해주며 저는 잘 부탁합니다~! 하고 대신 크게 인사를 했어요.
그건 그렇고……
“아무 씨라면 풀 타입의 세 친구에게 각각 어떻게 활약할 자리를 만들어주시겠어요?”
요즘 제 최대 고민거리예요. 물 타입만 셋을 데리고 다니는 아무 씨라면 좋은 답을 해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