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손을 멍하니 응시했다. 길게 뻗은 손 너머로 시선을 올리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새까만 눈동자.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지금의 저는 와이가 보기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던가요?
「그건 포켓몬이 조금 부러운 것 같아요~」
「부럽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일까? 」
그거, 저에게 되물어보기 있어요? 돌아온 질문에 속으로 조금 투덜거렸지. 그야 부러울 수밖에 없는걸. 사람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말과 달리 사람을 대하는 당신에게서는 늘 어떤 선을 느꼈다. 인간과 맺는 호의, 애정, 신뢰, 맺어지는 인연. 그런 것들을 ‘필요 없다’는 듯한.
싫어한단 게 아니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도 아니라고 그랬다. 그럼에도 보이는 아주 가느다랗고 희미한 선은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경계가 아닐까. 기대를 놓아버렸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만일 여기서, 이 자리에서, 모두와 헤어져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구나….
수용에 이해는 필요하지 않다. 그렇구나. 한 마디로 간단히 내려놓을 수 있는 무게가 있다. 아이가 늘 말하고 바라던 당신의 기대가 그 지점에 있었다. 흔들리는 손을 두 손으로 잡아 제 눈높이까지 내렸다. 미지근한 온도를 감싼다. 제 무게가 실리길 바란다.
“연고시티에 가면요. 커다란 예배당이 있는데요. 일요일마다 꽃다발을 주문하는 할머니가 계세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은 갖가지 꽃들을 배달해 연고시티까지 가는 날이다. 로스트 타워가 가까운 그곳에는 매주 애도의 꽃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틀어 올리고 주름진 손으로 늘 머리카락처럼 새하얀 꽃다발을 주문하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말이 있었다.
「사람은 외로운 게 당연하단다. 그래서 남에게 상냥하게 대해줄 수 있지.」
“저는 상냥한 와이를 아주 좋아하지만 당신의 상냥함은 늘 타인에게로만 향해 있어서, 스스로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보여서, 그럴 때 가끔 와이에게 거리감을 느껴요.”
넉넉한 옷소매가 흘러내리며 선물 받은 팔찌가 보였다. 거기에 깃든 건 틀림없는 친애인데 종종 드는 건 기묘한 허전함이다.
내리사랑. 오직 주기만 하는 것. 받지 않아도 좋은 것. 기대하지 않는 것. 진실, 거짓은 아니나 말하지 않은 것, 굳이 캐내려하지 않는 것, 그 사이에 조각나 있는 당신의 외로움과 기대는 여전히 잡을 수 없는 것일까.
“와이는 제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해주었고, 제가 기대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도 했어요. 그건 전부 저를 위해서이고 와이 자신을 위한 건 없었어요. 그래서 종종 서운해지나 봐요. 저는 당신을 위해서 무언가 해줄 수 없는 걸까.”
와이에게 기대 받고 신뢰 받는, 의미를 갖춘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걸까 하고. 분에 겨운 소리일까요?
당신과 나누는 대화는 퍼즐을 맞춰가는 행위를 연상케 했다. 하나하나의 키워드를 모으다 보면 어떤 커다란 그림이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하다. 수수께끼인 사람이다. 내가 조금 더 당신을 잡아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읊조리던 말들이 차츰차츰 소리를 죽이고 나면 감싸 쥐었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털어놓고 보면 결국 어리광밖에 되지 않는 소리여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와이는 또 저를 위한 말을 고르고 골라 들려주겠죠. 저는 분명 그 말에 금세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 앞으로도 노력할 테니까요.”
무엇을, 어떻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당신에게는 숨기지 않으려 보이는 그대로의 쑥스러운 표정을 담아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