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특별히 원하는 친구가 없다고 캠프 초창기부터 말해왔는데요. 그 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여전히 만나면 인연이고 만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가짐이에요.
그런 와중에도 만약 만나게 된다면 제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안아주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면 바로 플라베베였어요.
꽃의 숨겨진 힘을 끌어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친구. 평생을 손에 든 꽃과 함께 지내는 아이. 플라베베가 늘 껴안고 다니는 꽃은 뿌리가 없음에도 영영 시들지 않고 플라베베와 일생을 함께 한다고 하죠.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아닌가요.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화책이 있거든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서 이제는 페이지가 너덜너덜하고 색 바랜 동화책은 플라제스와 영원의 화원에 관한 이야기예요. 플라제스가 수 백 년을 가꾸는 정원에는 드물게 소원을 들어주는 꽃이 핀다는 거죠.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동화이고 막상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도 막상 빌고 싶은 소원이 무엇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환상의 꽃이 보고 싶은 것일 뿐일지도요. 아무튼요. 정말 꽃을 가꾸는 사람으로서 플라제스는 삶의 멘토이자 워너비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언젠가 먼 훗날 플라제스와 함께 고향 마을에서 화원을 가꾸는 상상은 제 버킷리스트의 인생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어요.
“네게 이 꽃밭을 주고 싶어. 전부 줄게.”
정말 내게 주려는 거야? 하고 사르르, 넘어온 눈을 보며 저는 아주 호기롭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너를 위해 꽃향기 마을 전체를 사드려도 좋아. 어딘가의 드라마의 재벌처럼 네 마음을 갖기 위해 뭐든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