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타입을 언제부터 좋아했느냐, 풀 타입의 어떤 점을 매력으로 느끼고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아마 수없이 많은 답을 줄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좋아하는 풀 타입을 대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체리꼬! 하고 답할 테지만 그 뒤를 이어서 냄새꼬랑 라플레시아도 좋아하고요. 이상해꽃, 토대부기, 통통코와 아르코, 엘풍, 무스틈니, 철시드……, 여기 이름을 다 언급하지 못하더라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풀 타입의 친구들을 좋아해요.
아마도 엄마의 그림자를 좇지 않고 스스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 ──라고 해도 풀 타입이 좋은 건 분명 꽃집을 운영하는 환경의 영향일 테지만요. 풀 타입의 친구들과 함께 할 때면 다른 수많은 것들을 잊고 오로지 그 아이들과 함께 숨 쉬는 순간만이 남아서, 그럴 때면 제가 꼭 숲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아서, 인간도 아주 먼 과거에는 자연에서 살았다거나 포켓몬과 인간이 한 뿌리에서 비롯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전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 같은 기분에 잠겨요.
“샤로다…….”
눈부신 빛에 휘감긴 텟샤와 시선이 맞닿았어요. 텟샤는 유려한 곡선으로 눈을 휘어 웃고는 꼭 나무가 자라듯 풀이 자라듯 제 몸을 길게 쭉 뻗어갔어요. 고작해야 제 허리도 오지 않던 작은 아이가 한 눈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길다랗게 자라나는 모습은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장면이어서 어째서 사람은 진화할 수 없을까. 아주 우스운 생각도 들어버렸어요.
그렇다면 나도 너처럼 허물을 벗고 길게, 더 길게 자라고야 말 텐데.
“아름다워. 있지, 텟샤. 정말로 너무 아름다워서.”
그래서 어쩐지 울 것만 같은 것 있지.
샤로다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고상하고 잘 깎아낸 보석처럼 날카로우면서 또 아름다워서, 고개를 치켜든 샤로다와 눈이 마주쳤을 때 다들 오금이 저려 굳어버리고 만다나 봐요. 그래서 그 눈앞에서 겁먹지 않는 상대에게만 샤로다는 진심을 보여준다고 해요.
저는 어쩐지 그게 도감의 설명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야, 이렇게 아름다운걸요. 너를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은 상대가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거야.
참지 못하고 두 팔을 벌리자 텟샤는 살며시 목을 내려 제가 안기 편하게 숙여주었어요. 저는 꼭 여왕의 망토 같이 휜 끝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며 텟샤를 안아주었어요.
“네가 나의 퀸이야, 텟샤. 내일은 우리, 누구에게도 무너지지 않는 고고한 벽을 보여주자.”